20대 국회 '신중 검토'→21대 국회 '수용'...거대여당 추진 부담?
의협 "바뀐 건 여당 의석 수...국민건강·의료체계 고려해 신중해야"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예비의사의 경우 면허취득 자격 제한)의 면허를 취소하거나 자격정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개인정보를 공표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던 기존 태도를 '수용'으로 뒤집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의료계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신중 검토'에서 '수용' 입장 선회가 176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이 추진하는 입법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지난 6월 23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특정강력범죄로 형이 확정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의료인이 해당 범죄를 범한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한편, 면허 취소 또는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료인의 성명, 위반행위, 처분 내용 등을 공표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권 의원은 같은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20대 국회 당시인 2019년 8월 6일에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은 의료계의 헌법상 평등원칙 침해, 특정 직업군 과잉규제 지적 등 반대에 부딪혀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보건복지위원 전문위원실도 ▲특정강력범죄경력자를 의료법상 결격사유로 추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 ▲형법상 형의 분리선고 규정 위배 우려 ▲위반사실 등의 공표에 따른 낙인효과 등을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법무부는 "입법취지에는 공감하나, 의료인의 결격사유에 '강력범죄'를 추가하고, 결격사유가 되는 해당 '강력범죄'와 다른 죄의 경합범에 대해 '분리 선고', '위반사실 등의 공표'는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역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직업적 특수성 및 의료인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의료인을 결격사유로 추가하는 개정안의 입법취지에는 공감하나, 의료인의 결격사유를 직무 관련 범죄 및 보건의료 관련 범죄로 축소한 의료법 개정의 연혁을 고려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 및 합의를 전제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런데 20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권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자, 보건복지부는 태도를 '수용'으로 바꿨다. 보건복지위원회의 의견과 의료계의 반대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직업적 특수성 및 의료인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의료인을 결격사유로 추가하는 개정안의 입법취지는 공감한다"면서 행정처분 정보를 공표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료인의 강력범죄를 예방하고 국민이 보다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법안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냈다.
보건복지부가 같은 의료법 개정안에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인의 결격사유를 직무 관련 범죄 및 보건의료 관련 범죄로 축소한 의료법 개정의 연혁을 고려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 및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의료법 외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취소, 자격정지 및 개인정보 등 공표 등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으로 바꾼 것.
보건복지부의 태도 변화에 대한의사협회는 의구심과 우려를 동시에 피력했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 겸 홍보이사는 "20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의료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또 발의됐는데, 보건복지부의 '신중 검토' 입장이 '수용'으로 바뀐 것에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아무래도 정치적 환경 변화 즉 국회 여야 의석 수의 변화와 최근 의협과 보건복지부의 껄끄러운 관계 등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료체계와 국민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보건의료 관련 법안은 외적인 요소보다 법안 자체가 의료체계와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같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1년도 되지 않아) 입장을 바꾼 이유를 당당히 밝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