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대석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코로나19(COVID-19)가 전세계적으로 퍼져 나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고통을 받고 있다. 2020년 8월초까지 미국에서만 433 만여명이 확진되었고, 15만여명이 사망하였다. 미국대통령은 질병상황을 전국민을 대상으로 보고하는 과정에서 소독제를 정맥주사하거나, hydroxychloroquine을 투약하면 코로나 19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은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실일까?
주장과 사실의 차이
암의 새로운 치료법이 언론에 발표되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나라에서 발표된 '획기적' 혹은 '세계 최초'라는 암 치료법과 '기적적인' 대체요법까지 더한다면 암은 벌써 정복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지난 50여 년간 항암효과가 있다고 발표된 약제는 50만종을 넘고 있는데, 실제 항암효과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어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항암제는 50∼100 여종에 불과하다. 달리 설명하면, 항암효과가 있다고 주장된 1만개의 약중에서, 효과가 인정되어 널리 사용되는 약제는 1∼2 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해서 결과를 발표하지만 하나의 '주장'일 뿐 의료기술로 사용될 수 있는 '사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암에 대한 획기적인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었다는 기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대부분 실험실의 시험관내에서 암세포나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이다. 임상시험을 한 경우도 제대로 된 연구설계를 준수하지 않으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 과학적 평가가 필요한가?
사람에서 대량으로 피를 체외로 빼내 질병을 치료하려는 사혈(bloodletting)은 이집트시대에 시작하여 3000년에 걸쳐 전세계로 전파된 의료기술이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신체의 질병상태를 4가지 체액으로 설명하면서 체액의 불균형을 바로 잡으면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체액의 불균형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사혈'의 효과를 설명하였다.
미국의 초대대통령 워싱톤도 급성 후두개염에 걸려 사혈로 치료를 시도하다 쇼크로 사망했을 정도로 사혈은 1800년대까지 널리 시행되었다.
그런데, 프랑스 과학자 Pierre Charles Alexandre Louis(1787-1872)가 77명의 급성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과학적으로 비교평가한 결과, 사혈이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잇달아, 많은 의학자들이 사혈이 효과가 없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여 사혈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론적으로 근거가 있다는 잘못된 주장을 실증적 연구로 바로 잡은 예이다(1).
또 다른 예는, 비타민 C의 항암효과에 대한 논쟁이다. 노벨상을 2번 수상받은 Linus Pauling은 고농도의 비타민 C가 항산화효과를 통해 항암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실제로, 100명의 말기암환자에게 비타민 C를 투약했더니, 생존기간의 연장을 관찰했다고 논문도 발표하였다. 이 임상연구의 문제점은 대조군으로 historical control을 설정하고 비교한 것이었다(2).
이후 Mayo Clinic 등에서 엄격한 3상 임상시험(prospective randomized trial)을 통해 검증한 결과, 어느 연구에서도 비타민 C의 항암효과를 입증하지 못하였다. 제대로 된 연구설계가 뒷받침되는 임상시험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3).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
의학영역 근거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COVID-19 환자를 대상으로 소독제를 정맥주사한다면 바이러스는 죽일 수 있을지 모른다. 실질적인 문제는, 소독제는 기본적으로 독극물이기 때문에 정맥주사를 시도하면 바이러스보다 환자가 먼저 사망할 것으로 우려되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시도는 인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두 번째로,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가를 조사해야 한다. COVID-19 환자에 hydroxychloroquine이 치료나 예방효과가 있는지에 대하여는 많은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어 있다. 일부 효능을 주장하는 연구결과도 있으나, 대부분의 임상시험은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4, 5).
근거수준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임상연구가 있는지를 먼저 평가하는 것이 추천된다. 논문 발표도 없이 특정 전문가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주장한다면 보편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다양한 연구자들이 해당 의료기술을 사용해본 결과, 동일한 결과를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검증에 사용된 임상시험의 '연구설계에 따라 근거수준(Scottish Intercollegiate Guidelines Network)'이 결정된다.
근거 자료 검토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여전히 많다. 제약회사가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수행한 임상시험은 엄격한 기준을 만족한 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다른 합병증이 있거나, 전신상태가 나쁜 환자들은 제외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real world evidence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6).
또, 사회제도는 이분법적인 결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법원의 판결은 유죄 혹은 무죄이다. 15% 유죄라는 판결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근거가 있다는 판단을 기준으로 품목허가를 내어주고 있고, 건강보험 급여기준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실제 상황에서는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는 점이다.
급성 폐렴에서 항생제의 효과는 흑백으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히 정리될 수 있지만, 진행 폐암 환자에서 항암제의 반응률은 약제에 따라 5∼40%수준이다. 어느 수치를 기준으로 효과가 있다 혹은 없다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지 쉽게 합의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들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최근 한국에서 말기암환자에서 동물에 사용되는 구충제가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인터넷매체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이를 입증할 근거가 없음에도 이런 주장에 동요되는 이유는, 절박한 상황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자 하는 것이 인간심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7).
수천년동안 사용되어 오던 '비방'일지라도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또, 최신 의료기술도 적절한 임상시험을 통해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보편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References>
1. Gerry Greenstone. The history of bloodletting. British Columbia Medical Journal. vol. 52 , No. 1, January February 2010, Pages 12-14
2. Cameron E, Pauling L.Cameron E, et al. Supplemental ascorbate in the supportive treatment of cancer: Prolongation of survival times in terminal human cancer. Proc Natl Acad Sci U S A. 1976 Oct;73(10):3685-9
3. Reczek CR, Chandel NS. Revisiting vitamin C and cancer. Science. 2015 Dec 11;350(6266):1317-8
4. Boulware DR, Pullen MF, Bangdiwala AS, et al. Randomized Trial of Hydroxychloroquine as Postexposure Prophylaxis for Covid-19. N Engl J Med. 2020 Jun 3: doi: 10.1056/NEJMoa2016638
5. Das S, Bhowmick S, Tiwari S, Sen S. An Updated Systematic Review of the Therapeutic Role of Hydroxychloroquine in Coronavirus Disease-19 (COVID-19). Clin Drug Investig. 2020 Jul;40(7):591-601
6. Greenhalgh T, Howick J, Maskrey N; Evidence Based Medicine Renaissance Group. Evidence based medicine: a movement in crisis? Version 2. BMJ. 2014 Jun 13;348:g3725.
7. Heo DS. Anthelmintics as Potential Anti-Cancer Drugs? J Korean Med Sci. 2020 Feb 17;35(6):e75. doi: 10.3346/jkms.2020.35.e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