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의 안전성, 유효성 검증은 이뤄진 바 없다

첩약의 안전성, 유효성 검증은 이뤄진 바 없다

  • 김현지 서울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내과 진료교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9.03 17:46
  • 댓글 6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비판하며

지난 7월 24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올해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3년간 연 500억의 재정을 투입해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은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및 사회적 편익 등을 고려하여 요양급여대상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첩약은 이런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일까?

지난 2018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최우선으로 두고 첩약 급여화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를 진행했다. 국가 차원에서 첩약의 유효성, 안전성 검증을 위해 공식적으로 진행한 연구는 이 연구가 유일하다. 그렇다면 이 연구에서는 첩약의 유효성, 안전성이 밝혀졌을까?
  
해당 보고서에서는 한의임상표준진료지침<Clinical Practice Guideline(CPG), 한약진흥재단에서 수행중인 질환별 한의진료의 근거 구축 및 진료 자료 제작 사업> 개발과정에서 약 30개 질환에 대해 문헌고찰 등을 통해 질환별 한의 치료의 근거를 종합 및 분석한 결과를 인용하거나, CPG가 개발되지 않은 질환에 대해서는 연구진이 한약에 대한 질환별 연구 문헌을 수집해 추가로 분석했다.
  
CPG가 개발되지 않은 질환을 먼저 살펴보면, 연구진은 체계적 문헌고찰을 시행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어떤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했는지, 어떤 키워드를 사용해서 문헌을 검색했는지, 또한 문헌 선택 및 배제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전혀 언급이 없으며,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참고 논문 목록이 없다. 일단 이것만으로도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이다. 
  
2019년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 참고 문헌 목록 및 논문 전문을 요구했으며, 약 4달 뒤에 400여 편의 논문을 제공받았다. 대부분의 논문이 중국어로 작성되었기에 연구팀 내 체계적 문헌 고찰을 주로 담당했을 중국어 능통자의 명단 및 한국어 혹은 영어 번역본 제출을 요구했으나 끝내 제출받지 못했다. 정말 체계적 문헌고찰이 이뤄진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CPG가 개발된 질환에 대해서 살펴보면, 이번 시범사업 대상 질환 중 하나인 월경통에 대한 진료지침은 심지어 아직 개발 중이며(2020년 8월 28일 기준), 마찬가지로 체계적 문헌고찰을 시행한 논문 목록을 찾을 수 없다.

홈페이지 임상연구 DB에 관련 논문 7편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 중 한 편인 <원발성 월경곤란증의 뜸 치료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의 경우, 총 10편의 논문을 대상으로 체계적 문헌고찰을 시행했으며, 총 환자 수는 35명에서 122명에 불과했다(일반적으로 의료계에서 시행하는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연구의 경우, 질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샘플 수를 요구하며, 대부분 최소 수 백에서 수천 명의 환자가 연구대상이 된다).

또한 진료지침 개발 시 근거의 질적인 부분을 고려해 일차문헌평가에 반드시 문헌의 질을 평가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해당 논문은 이런 내용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가 첩약의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첩약을 국가가 책임지는 기술로서 급여화를 한다는 건 무리가 있다'는 내용의 질의서를 작성했으며, 이에 대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모두 "첩약 급여화 시행 전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최소한의 근거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고 답변하였으나 결국 급여화 시범사업은 시작됐다. 국정감사부터 시범사업 결정 때까지 추가로 진행된 연구는 없었다.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