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PA 합법화 시도…의료계 성난 규탄 잇따라

서울대병원 PA 합법화 시도…의료계 성난 규탄 잇따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5.2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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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협, 경북·전북·대구의사회 반대 성명…"전공의 교육기회 박탈" 우려
"서울대병원 불법에 결코 묵과 못해" 경고 및 서울대병원장 사임 촉구

ⓒ의협신문
ⓒ의협신문

서울대학교병원의 불법적인 의사보조인력(PA) 합법화 시도에 대한 의료계단체의 규탄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최근 PA(Physician Assistant)를 임상전담간호사(Clinical Practice Nurse, CPN)라는 용어로 대체하고, 이에 대상이 되는 160명의 PA를 간호부 소속에서 진료부 소속으로 바꿔 양성화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 전라남도의사회, 경상남도의사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서울대병원이 앞장서서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전라북도의사회, 대구광역시의사회,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경상북도의사회도 성명을 내고 서울대병원의 불법적인 임상전담간호사(CPN) 제도를 규탄했다.

전북의사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PA간호사의 불법 행위의 근본적인 원인이 저수가 의료정책에서 발생된 것이며, 이로 인해 의사 인력을 더 고용하지 못해서 생긴 과중한 업무량을 의사인력 충원 없이 간호사, 의료기사 등에 대한 불법행위 강요를 공식화하는 것에 불과한 서울대병원의 CPN 제도 꼼수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가 이하의 저수가에 대한 본질적 해결책을 정부에 요구한다"며 "추가적인 의사 고용 확대와, 불법적인 PA 합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전북의사회는 ▲불법 인력들의 폭로나 내부 고발을 막기 위한 꼼수인 불법 PA 의료행위를 위한 임상전담간호사제 즉각 철회 ▲의료인 면허체계의 붕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의사의 환자진료의 신뢰를 깨뜨리는 것으로 의료분쟁 발생 시 법적 책임의 문제에도 혼란을 초래하는 임상전담간호사제 전면 철회 ▲임상전담간호사제도는 변형된 PA를 합법화 하려는 것으로, 전공의 수련기회 박탈, 봉직의사의 일자리 감소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높아 반드시 근절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즉각 진상을 파악하고 조사해 위법 행위를 검찰에 고발할 것을 요구했다.

대구시의사회도 18일 성명을 통해 불법 진료를 조장하는 서울대병원을 규탄했다.

대구시의사회는 "PA 업무는 현행 의료법 제2조에서 정한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 많은 의학적 지식을 익힌 후 일정 기간 수련 중이거나 수련을 마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며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며, 현 의료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는 미래의료의 주역인 전공의를 수련시켜야 하는 것인데, CPN제도 인정은 전공의들의 수련기회를 박탈하는 결정이며, 이로 인해 경험 많은 의사가 부족해져 가까운 미래의 국민건강수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울대병원은 즉시 CPN제도 인정을 철회하고 전공의 처우개선과 올바른 의료제도 및 정책 개선에 앞장서라"며 "대구시의사회 6000여명 회원은 서울대병원을 불법 병원으로 간주하고, 감사원 감사 청구나 보건복지부 고발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도 19일 성명을 통해 "PA 제도는 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근본적인 문제이므로 더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한 개의 병원이 제도화한다고 해서 불법이라는 근원적 명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공의 수련 업무를 빼앗게 될 것이며,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PA를 합법화하는 것은 대학병원의 주요한 목적중 하나인 교육의 의무를 저버리고 전공의들을 그저 잡무원이나 기간제 일용직처럼 취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PA 제도는 전공의 수련을 황폐화하고, 황폐화된 수련 과정은 전문의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고, 전문의들의 대다수를 수용해야 하는 개원가의 수준은 하향 평준화를 향해갈 것이고, 이는 환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위협이 된다"고 우려했다.

지병협은 "충분한 수가와 보상 체계가 갖춰져 있다면 대학병원은 불법적인 PA제도를 주장할 필요도 없고, 전공의들의 수련권을 박탈하면서까지 반발을 살 필요도 없다"며 수가 문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이 PA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일부 병원에서 이뤄지는 대리수술 혹은 유령수술을 대학병원이 공식적으로 자행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오인될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지병협은 "PA 제도 도입은 얼핏 일개 병원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수익 증대를 위해서는 불법도 서슴지 않고, 전공의 교육 따위는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다는 대학병원의 극단적인 이기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는 이런 현실을 통렬히 인식해 불법에 엄중하게 대처해야 하고, 지병협은 서울대병원의 불법에 대해 결코 묵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 할 것"을 천명했다.

경북의사회도 20일 성명을 내고 서울대병원의 불법적인 CPN제도를 비판했다.

경북의사회는 "PA 체제로 병원들은 의사들이 해야 하는 진료 영역의 일들을 간호사들을 통해 인건비를 줄여 최대한 이익을 도모하고자 하고 있으며, 이를 서울대병원이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에게는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고, 나아가 전문의들에게는 직업의 기회를 뺏을 것이며, 간호사들에게는 환자 진료에 대한 부담과 함께 추후 법적인 책임 소재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북의사회는 "서울대병원의 CPN 제도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면서 "PA 양성화가 아닌 의료진들의 적절한 분배를 통한 정규직 의사 양성화를 도모하고, 의료계를 농락하고 후배들의 앞길을 막으려는 서울대병원장은 사임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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