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우리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이라고요?

법률칼럼 우리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이라고요?

  •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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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판결 받기도 전인데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 처분은 사실상 '업무정지'
정당한 진료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전액환수처분 부당…처분 관행 바뀌어야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사무장병원' 이라고 하면 의사도 아닌 사람이 의사를 고용해서 의료기관을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활용하며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과거에는 실제 '대놓고 사무장병원'인 의료기관도 있었고, 이들에게는 철퇴가 내려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 이런 사무장병원의 개설이나 운영에 협조하는 의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도 종종 사무장병원 혐의로 수사를 받고 기소되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은 왜그럴까? 

소위 '사무장병원' 이 불법인 이유는 의료법에서 의료인 기타 제한된 법인(의료법인이나 일부 비영리법인들)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사기관과 법원이 '개설 및 운영'을 판단하는 기준이 일반인의 시각과 약간 다르기 때문에 그 간극에서 의도치 않게 사무장병원 혐의를 받는 일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의사가 자기 이름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의료업의 핵심인 환자 진료 업무를 도맡아서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의 주도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법원이 '주도권'을 판단하는 기준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의료업도 하나의 '사업'으로 보는 입장에서 자금과 인력 관리를 누가 주도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누가 주인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의심을 받게 되면 수사도 받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소까지 당해 법원에서 그 혐의를 벗기 위해 오랫동안 고생하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개설이나 운영 중 제3자에게 운영자금을 대여하거나 지원받는 경우 제3자와의 관계를 신중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최근, 어떤 의료기관이 재정난을 겪던 중, 의료기기 공급 회사로부터 운영자금을 대여 받아 의료기관의 운영 정상화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기 회사 측 직원이 직접 의료기관에 근무하며 도움을 준 사례에서 대법원은 이 의료기관이 속칭 사무장병원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겉으로 보기에는 의사가 명목상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료기기 회사와 병원 간 거래관계, 병원에 자금이 대여된 후 병원의 행정업무를 총괄한 사람이 의료기기 회사 추천 직원이라는 점에 비춰 볼 때 실제로는 의료기기 회사가 이 병원을 운영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꼭 이 사례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사유로 사무장병원이라는 의심을 받는다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워낙 의료기관의 개설이나 운영에 큰 자금이 필요하고 의료기관의 규모가 커질수록 관리해야 할 일들도 늘어나는데 개설명의자인 의사가 진료에도 전념하는 한편, 병원의 자금관리나 운영까지 세부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무장병원 혐의로 수사가 이뤄지고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해당 혐의 의료기관에 대한 장래의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한다. 

즉, 유죄판결도 받기 전인데 의료기관은 '불법'으로 낙인찍혀 환자를 진료하고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도 지급을 받지 못해 사실상 업무가 정지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처분의 위헌성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사건을 심리 중이고, 2021년 7월에는 공개변론까지 했지만 아직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해당 의료기관이 그때까지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전액에 대한 환수처분이 개설명의자인 의사는 물론, 배후로 지목된 비의료인에게 동시에 이뤄지고 이들 재산에 대한 압류가 이어진다. 

환수처분의 성격은 국세 체납과 동일해 회생이나 파산절차를 거친다고 환수금액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설사 개설이나 운영 과정에서 비의료인의 입김이 작용했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개설명의자인 의사가 진료에 있어서는 주도권을 가진다.

또한 진료 과정에서 불법행위나 과잉진료 등을 행하였다면 이미 청구절차에서 걸러지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받는 요양급여비용은 실제 환자를 진료한 정당한 대가이며, 환자는 그 의료기관이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진료를 받게 되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최근 대법원은 속칭 사무장병원의 개설과 운영 과정을 함께 한 의사에게까지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액 환수가 불가할 뿐, 여전히 대부분의 금액 상당의 환수처분이 이뤄지고 있다.

의료업의 본질은 진료행위이다. 소규모의 의원이 대다수였던 과거와 달리, 의원급 의료기관들도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사무장병원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 역시 '진료행위를 누가 주도하였느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의료기관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이 실제 환자의 진료를 위해 대부분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해 환수처분의 관행도 무조건 '전액' 환수가 아니라 불법성과 관계된 부분에 한정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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