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 '한시적' 비대면 진료 부작용 질타...대책 마련 요구
닥터나우 등 비대면 플랫폼 전문약 광고·환자 유인 등 위법성 논란
보건복지부 "비대면 진료 제도화 작업 본격화 해 나가겠다" 입장 밝혀
의협 "무분별한 비대면 진료 국민건강 위협...전문가 중심 새판짜야"
보건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 작업을 본격화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의 우려에도 별다른 대비책 없이 비대면 진료라는 둑을 열더니, 막상 제도 시행 이전에 지적됐던 부작용들이 현실화됐다는 점을 빌미로 삼아서다.
10월 5∼6일 양일간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뜨거운 감자로 다뤄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다수 의원이 비대면 진료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부실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공감을 표하며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답했다. 뻔히 예상됐던 부작용이 비대면 진료에 붙은 '한시적 허용'의 딱지를 뗄 명분이 돼버린 셈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월 6일 국정감사에서 "의료계와 협의해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 하는 게 우선이다"라며 "제도화할 때까지 비대면 진료 지침을 위반한 플랫폼에 대해 어떻게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어떠한 제재를 할지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는 국정감사 전부터 주요 쟁점 사안으로 언급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감 이슈 보고서'를 통해 2022년 5월 출범한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포함되고, 대통령 직속 4차산업 혁명위원회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향'을 모색한다는 점을 짚고 "부작용을 최소화한 비대면 진료 제도 상시화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단계다"라고 밝혔다.
다만, 비대면 진료를 상시화할 경우 ▲의료행위의 범위 ▲비대면 진료 제공 주체 ▲비대면 진료 대상자의 범위 등을 구체화하고 이를 위해 제도 시행의 목적과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 역시 비대면 진료의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을 짚고, 보건복지부가 '한시적' 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 뒤 방치하면서 의료체계에 혼란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의원급 의료기관 비대면 진료 현황'을 공개하며 비대면 진료율이 50%가 넘는 의료기관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대면 진료율이 50%를 넘는 의료기관은 2020년 1곳에서 2021년 11곳, 2022년에는 78곳으로 늘어났다. 특히 2022년에는 비대면 진료율이 90% 이상인 의료기관도 총 11곳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율이 가장 높은 곳은 99.87%로 서울시 강남구에 소재한 A 의료기관이었다.
최 의원은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대면 진료보다는 비대면 위주로 진료하고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의사의 정확한 진료가 기본이다. 보건복지부는 정확한 진료를 위해 적정한 비대면 진료율을 정하는 등 과도하게 비대면 진료율이 높은 의료기관을 막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위반 현황' 자료를 공개하며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2020년 2월 24일 이후 올해 5월까지 총 79건의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위반 건이 적발됐다"며 "이는 2018년도와 2019년도 2년간 28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위반 내용의 대다수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은 채 처방전을 발급하며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경우였다"며 "의료 현장에서의 의료법 위반 행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도입한 비대면 진료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비대면 진료 확대 논의의 핵심이 국민의 건강 증진인 만큼 정부가 더욱 면밀하고 심도 있는 검토를 해야한다"고 짚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구체적인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를 언급하며 해당 플랫폼이 환자 유인 등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닥터나우는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무시하고 피부미용과 관련된 약물처방을 조장해 과잉 의료의 상업화를 유도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며 "해당 업체를 의료법 위반 등으로 고발할 계획이 있느냐"고 질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를 참고인으로 요청해 닥터나우의 편법적 전문 의약품 광고 행위에 관해 지적했다.
강 의원은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보다 의약품 오남용 우려가 훨씬 크다"며 "닥터나우가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지 우려스럽다. 닥터나우는 전문 의약품 광고를 하면 안 되니까 교묘하게 한 글자씩만 바꿔 광고한다"고 질책했다.
아울러 "닥터나우는 비대면 진료 업체 중 유일하게 약국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고 약국 선택권 보장도 하고 있지 않다"며 "편법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전문 의약품을 광고하고 지침을 어기고 법령을 어기면 어떻게 상생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지호 대표는 "닥터나우는 의료 접근성을 향상 시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소수의 케이스들이 나온 것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문제점을 시정하고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며 제도화를 촉구했다.
남 의원은 "(감염병 상황에서의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이후) 비대면 진료청구 건수가 500만건에 이른다"면서 "한시적 제도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를 침범해 남용되거나, 무분별하게 약 배달 서비스가 이뤄지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남 의원은 "대면진료 원칙 속에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완적인 수단이므로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사람으로 대상을 한정한다든지 여러 가지 고려 점이 존재한다. 법제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한 논의를 시급히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조규홍 장관은 "플랫폼의 편법 행위는 진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 생각한다. 플랫폼 업계에 비대면 진료 관련 가이드라인 이행 사항과 위반 시 조치계획 등을 제출 요청토록 지난 9월 16일 날 했다. 지속해서 챙겨보겠다"며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관련해서도 의료계와 협의해 제도화하겠다"고 답변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 역시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면서) 의료계도 어느 정도 그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다"면서 "의료계와 협의해 입법화를 서두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는 기본적으로 재진 원칙이고 약 배송까지는 생각지 않고 있다"며 "먼저 의료법부터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사안을 엄중히 지켜보겠다면서 현행 비대면 진료를 철폐하고 전문가 중심으로 새로운 논의의 틀을 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만큼 오진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고,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지연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일관된 논리를 펼쳐왔다.
더불어, 진료 결과에 관한 법적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고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할 경우 국가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져 결국 국민의 건강에 매우 큰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에서 공식적으로 협의 요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라며 "9·4의정협의를 논의하자는 제안은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안정화를 선포하는게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를 논의하기 위해선 현재 진행 중인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철폐하고 새로운 틀을 짜서 논의를 해나가야한다"며 "다음주 중으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비대면 진료 관련 사안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나온다. 정부의 협의 요청이 온다면 해당 보고서를 바탕으로 방향성을 두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움직임은 이미 예견됐다.
도서·벽지 등을 중심으로 원격의료 활성화 가능성을 타진해왔던 정부는 2020년 2월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로 처방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비대면 진료를 전격 허용했다. 코로나19 방역 강화 명목이다.
의료계는 원격의료 편법추진이라며 즉각 반발했으나, 정부는 "의료기관과 요양시설 등 취약시설의 집단감염 방지를 위한 '한시적인' 예방조치"라며 제도 시행을 강행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