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관련성 없어도 면허 취소...집행유예·선고유예 시에도 처벌
"간호법 통과 시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 대상서 간호사 직역 제외"
바른의료연구소 "방어 진료·필수의료 기피·인프라 붕괴 초래" 경고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과 더불어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를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패스트 트랙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계가 의료법 개정안의 법률적·사회적·정치적 문제점을 짚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11월 28일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의 문제점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고,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 확대 법안이 결국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붕괴와 사회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 우려했다.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 확대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 기간에 있는 자 등에 대해 의사 면허를 취소하고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것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2월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결된 이후 법사위에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우선 해당 법안의 제8조(의료인 결격사유) 제4호 개정 내용과 제8조에 신설된 제5호, 제6호의 내용을 짚었다. 의료법 제8조 제4호는 기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했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를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로 변경했다.
신설된 제5호와 제6호는 각각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의 내용이 포함됐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제4호에 따라 이중 처벌이 가능하며, 제5호에 따라 의료와 관련되지 않는 죄에 대한 처벌에도 집행유예나 선고 유예를 받으면 면허가 취소된다"며 "제6호에 따라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으로 바뀔 수 있으며, 구체적인 범행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면허를 취소한다는 점에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전문직 직종 간의 처벌의 형평성을 논리적 근거로 내세웠다. 의료인의 직업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직업적 특성에 대한 고려없이 단순히 전문직종 간의 형평성만을 법안의 기준으로 세우게 되면 과잉 입법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번 개정안은 논리적 근거가 빈약한 법안이다"고 비판했다.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 확대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초래할 의료 및 사회적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생명과 건강을 취급하는 의료인의 직업 특성상 담당 업무 수행 중에 작은 '과실'이라도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고, 금고형에 준하는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개정안대로 의료법이 통과되면 상대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직접 다루는 필수의료분야 종사자들은 극히 방어적인 진료만 하고 향후 필수의료 기피로 이어질 것이다. 필수의료 분야의 인프라가 무너지면 의료 시스템 전체의 붕괴가 초래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번 무너진 의료 인프라와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는 절대 단기간에 회복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대한민국은 의료법 개정안 통과로 인한 후유증으로 장기간 고통받을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현재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과 간호법을 동시에 처리하려는 움직임에도 주목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에 간호사 직역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다"며 "간호사 직역이 추진하고 있는 간호법에는 '간호사는 간호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의료인 면허 취소 강화법과 간호법이 동시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간호사는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과 간호법의 동시 패스트 트랙 처리 시도는 더불어민주당과 간호직역 간의 정치적 야합의 결과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하고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발전을 원한다면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과 간호법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