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만 위한 간호법, 70년 보건의료체계 무너뜨린다"

"간호사만 위한 간호법, 70년 보건의료체계 무너뜨린다"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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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의료연대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 "간호법 결사반대"
임상병리사협·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의협·응급구조사협·방사선사협·치협·간무협·병협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 "간호사 이익 위해 국민 건강 희생 못 한다"

ⓒ의협신문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대중 대한임상병리사협회 공보부회장, 박명화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부회장,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박시은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부회장, 이채우 대한방사선사협회 정책실장, 홍수연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신숙화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경북도회장, 박현 대한병원협회 전문위원. ⓒ의협신문

간호법을 저지하기 위한 보건복지의료연대의 목소리가 설 연휴를 지나서 달이 바뀌어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25일 보건복지의료연대 릴레이 1인 시위 주자로 나선 김대중 대한임상병리사협회 공보부회장은 국회 앞에서 "70년간 의료인을 규정하고 관리하는 의료법을 거스르는 간호법을 결사반대한다"고 외쳤다.

의사와 간호사는 의료법으로, 임상병리사 등 의료기사는 의료기사에 관한 법률로 각각 관리되고 있는데,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 제정이 70년간 지켜온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완전히 붕괴시킨다는 것.

또 "지금도 간호사는 의료현장에서 심전도 검사와 같은 임상병리사의 업무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에 집중해야 할 간호사가 '진료보조'를 명목으로 타 의료기사들의 업무를 과도하게 침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상병리사협회는 1월 19일에도 성명을 통해 "간호법은 그들만의 사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법이다. 대한간호협회는 하루빨리 간호법을 폐지하고 진정한 화합의 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으며, 오는 2월 7일 간호법 제정 반대 화요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설이 내린 1월 26일에는 박명화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부회장이 릴레이 시위에 동참했다. 지난해 10월 26일과 11월 16일, 29일, 12월 12일, 그리고 새해가 된 1월 3일까지 숱하게 시위에 나선 박명화 부회장은 이날 "간호법은 간호사의 처우개선과 직역 확장을 위해 간호사만이 찬성할 뿐 다양한 보건의료단체가 반대하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호사의 타 직역 업무침탈은 단순히 직역 이기주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법률로 정해 고등교육과 훈련을 받아 배출된 인력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없게 함으로써, 국민건강에 위해를 가할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병폐"라며 타 직역 침탈 중단과 간호법 폐기를 촉구했다.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는 1월 19일 성명을 통해 "간호법안은 간호사 단일 직종의 처우 개선과 권익 향상, 업무 선점을 위한 법안으로 간호법안의 이해당사자인 여러 보건의료 직종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일체의 협의와 조정 없이 추진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파가 몰아친 1월 27일 바통을 넘겨받은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간호법으로 인한 보건의료체계 붕괴와 의료서비스 질 저하 등의 피해를 온전히 국민들이 감당케 하는, 무책임한 행태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사의 복지와 처우개선 필요성에는 충분히 공감하나, 간호법안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

이날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전체 직역을 고려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함에도 보건의료발전과 상생, 그리고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합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간호사만의 이익을 위해 국민건강을 희생할 수는 없다"며 간호협회를 강력히 규탄했다.

박시은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부회장은 1월 2일 새해 첫 시위의 포문을 열고 1월 16일에 이어 1월 30일 세 번째 시위에 나섰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를 무리하게 넓혀 보건의료인력 생태계 구조의 균형 파괴하는 법안으로, 간호사를 병원과 환자에게서 더 멀어지게 해 간호인력 부족 현상에 더욱 기름을 붓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박시은 부회장은 "간호법으로 인해 지역사회로 확장되는 간호사의 영역과 권한에 의해 상대적 약소직역들의 영역과 권한이 더욱 축소되며, 다양한 직종들이 간호사에게 잠식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간호협회는 무소불위의 거대 압력단체가 되어 정부와 정치권마저 움직이려 들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1월 31일에는 이채우 대한방사선사협회 정책실장이 릴레이 시위 주자로 나섰다. 이날 이채우 정책실장은 "간호법은 초고령사회 의료중심 건강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걸림돌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 대안도, 전체 보건의료 직역의 처우 개선과 발전을 위한 비전도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월 1일에는 홍수연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이 나섰다. 홍수연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12일과 19일, 11월 9일, 12월 7일과 21일, 그리고 새해를 맞은 1월 4일과 19일에도 1인 시위를 하는 등 간호법 저지를 위해 적극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날 홍 부회장은 "간호계는 타 직역들의 생존권과 업무영역을 철저히 도외시한 채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지탄하며 "여러 보건의료인들이 의료현장에서 한 팀으로 일하는데, 간호사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바로 간호법안"이라고 꼬집었다. "특정 직역만을 위한 간호법을 제정하면 보건의료체계 전체가 흔들릴 뿐 아니라, 법이 제정되면 시행령이나 개정입법 등을 통해 얼마든지 독소조항들이 다시 포함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2월 2일에는 신숙화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경북도회장이 "간호법을 찬성하는 것은 간호계 전체의 목소리가 아닌 간호사협회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으며 "간호인력의 한 축인 간호조무사를 비롯해 보건의료인력은 간호법 반대를 지속적으로 외쳐왔다"고 말했다.

"보건의료인력을 위한 법 제정에 함께 연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 제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한 신숙화 회장은 "국민건강 증진과 더 나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보건의료인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법 제정 추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음날인 2월 3일에는 박현 대한병원협회 전문위원이 "간호법을 제정한다면 이미 만성적으로 심각한 의료기관의 간호인력 수급 문제가 더욱 악화돼, 결국 근무 환경이 개선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간호법 제정으로 인해 지역사회 간호사 활동과 유출이 증가할 것을 우려한 것.

이어 "우리나라 인구 천명당 임상 활동 간호사 수는 OECD 절반 수준이며, 전체 간호사 면허자 중 50%만이 의료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간호법 제정에 앞서 OECD 평균 수준으로 임상간호사가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간호인력 양성과 처우 개선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 관련 제반 사항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다양한 보건의료단체가 함께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 제정이 철회될 때까지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와 화요일 단체 집회 등의 연대행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법제사법위원회는 간호법안 제정안이 '위헌적 요소가 다수 포함돼 향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심도 있는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지난 1월 16일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로 회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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