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발꿈치를 새로 만들어 붙이다

잘린 발꿈치를 새로 만들어 붙이다

  • 황건 전문의(국군수도병원 성형외과)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6.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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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전문의(국군수도병원 성형외과)

황건 전문의(국군수도병원 성형외과)
황건 전문의(국군수도병원 성형외과)

현대에는 죄를 지은 사람에게 신체형을 가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지만, 고대 특히 중국에서는 신체형이 흔히 시행됐다. 

삼황오제때부터 사용된 다섯 가지 형벌(오형·五刑)에는 먹글씨로 죄명을 얼굴 등 신체에 새기는 묵형(墨刑), 코를 베어내는 의형(劓刑), 발뒤꿈치를 잘라내는 월형(刖刑), 생식기를 잘라내는 궁형(宮刑), 그리고 사형인 대벽(大辟)이 있다.

이 중 월형을 받으면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약 500여 가지 범죄가 월형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전국시대에 손빈이 방연에 의해 모함을 받아 이 형벌을 당했고, 화씨지벽의 주인공 화씨가 자신이 바친 보옥이 가짜라고 오해받아 이 형벌을 당한 것이 유명하다. 

춘추시대(BC 770-BC221)에도 월형을 받은 장애인들이 착용해 걸을 수 있도록 하는 보조기 혹은 특수한 신발이 있었다. 춘추시대 제나라 명재상인 안영(?-BC 500)의 언행을 정리한 안자춘추(晏子春秋)에 그 신발 이야기가 나온다.

제나라 경공이 안영에게 물었다.

"자네는 늘 저잣거리를 다니니 어떤 물건이 귀하고 흔한지 잘 알겠군."

안영이 대답했다. 

“용(踊)이 귀하고 신발이 흔합니다.”

용이란 발을 잘린 사람이 사용하는 보조기이다. 그 당시 경공이 형벌을 엄하게 내려 월형이 흔히 시행됐다. 안영은 보조기의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는 이야기로 군주를 깨우치려 했던 것이다.

현대에는 지뢰를 밟아 발목을 다친 장병들이 고대에 월형을 당한 사람들처럼 고통을 받는다. 재활의학의 발달로 바지를 입으면 거의 못 알아볼 정도로 정교한 의족도 공급되며, 지뢰로 발목을 잃은 장병들이 보조기를 착용하고 업무에 복귀하여 군 생활을 지속하기도 한다. 

그러나 간단한 부목도 차고 벗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하물며 의족의 탈부착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환자와 의료진은 잘 알고 있다.

발꿈치가 단순하게 잘렸을 때 이를 '골든아워' 안에 가져오면 뼈, 혈관, 신경, 힘줄 등을 연결하는 '미세연결술(Microsurgical anastomosis)'로 접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뢰폭발로 산산조각난 경우에는 자가 조직을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때 도전하는 방법이 냉동된 시신의 조직을 이식하는 '동종이식(Allograft)'이다. 

2004년경부터 시작된 발목이나 얼굴의 동종이식은 저용량의 면역억제제 투여로도 잘 유지돼 좋은 성과를 보고 있다. 우리 군에서도 2022년 10월 지뢰에 발목을 잃은 한 병사가 국군수도병원에서 한국공공조직은행에서 보관 중이던 시신의 발꿈치, 즉 발꿈치뼈와 발꿈치힘줄(아킬레스힘줄)을 이식받아 걸을 수 있게 됐다. 

발꿈치의 동종이식에는 잘 구성된 의료팀이 필요하다. 혈관과 신경을 연결하는 성형외과 의사, 뼈와 힘줄을 연결하는 정형외과 의사, 그리고 면역을 억제하고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관찰하는 내과 의사가 필요하다. 

이식된 발목이 괴사에 빠지지 않고 생착하려면 연결한 혈관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해 혈액이 잘 공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동종이식의 시초는 1260년 보라기네의 자코부스주교가 저술한 <황금전설>(Golden legend)에서 찾아볼 수 있다. 

로마시대에 성당의 사무원에 병에 걸려 한쪽 다리가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꿈에 성 코스마(St. Cosmas)와 성 다미안(St Damian)이 나타나서는, 성당 묘지에 방금 매장된 에티오피아인의 다리를 이식해 주었다. 꿈에서 깬 그 사무원은 건강한 검은 다리를 갖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당시의 해부학적 지식과 의료수준으로는 ‘전설’에 불과한 이야기였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Hwang K, Hwang SJ. Limb Transplantation: Myth, Art, and Surgery. Plast Reconstr Surg Glob Open. 2020 Apr 29;8(4):e2756). 

코스마 성인과 다미안 성인은 의사 형제로서 병자, 의사, 약사의 수호성인이 됐다. 그림에서 보이는 그들의 소지품으로는 약상자, 핀셋, 수술칼 등이 있다. 로마에 가게 되면 6세기에 산타 코스마에 건립된 다미아노 성당에 들러 보려 한다. 

어쩌면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발꿈치 수술을 더욱 성공적으로 잘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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