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게 배우다
억수 장대비 속을 한 마리 두 마리 부비들이 상승기류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바보들인가 무슨 까닭으로 저리들 할까 한 시간쯤 지나서 멀리 수평선에서 한 무리의 새떼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섬 위에서 만나 반가움의 춤을 추고 서로를 어루만진 다음 젖은 날개를 맞잡고 일시에 둥지로 돌아갑니다 몇몇 새들은 여전히 저 하늘에서 빙빙 돌고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오늘 새들은 나의 위대한 스승이었습니다 나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랑하는 가족과 따스한 집이 있음을 잠깐이나마 훅 잊고 있었던 것이지요 한국에도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지요 아마 내 아내도 지금 저 새들처럼 빗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멀고 먼 코코스 섬 동태평양 한가운데서 슬그머니 두 손을 모을 수밖에요 조용히 눈물을 뿌릴 수밖에요 뱃전에서 몸을 기울입니다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2016년 월간 <시> 등단 시집 <착하고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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