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외딴집 영산홍
혼자 붉어가는 밤
홀로 깨어 뒤척이던 사내
옆으로 손을 뻗겠다
신음소리 몇 점
꽃잎으로 떨어지고
밤새 달뜨던 여인
아침밥을 짓겠다
문을 나서는 사내의
뜻 모를 씩씩함
그렇게 겨우 봄인데
뒤산 꿩은 어쩌자고
죽살이치게 우는가
외딴집 영산홍
혼자 붉어가는 밤
오늘도 그 사내
또 뒤척이겠다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시집 <어떤 우울감의 정체> <세상은 내게 꼭 한 모금씩 모자란다> <역>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산문집<어른들의 사춘기><우울하면 좀 어때>
저작권자 © 의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