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의 은유
봄비가 왔네 가만가만 그냥 왔네 바람도 없네
날마다의 하루가 열리고 닫히는 것처럼, 스쳐 지나가고 지나가는 것처럼, 오늘의 연기緣起처럼,
세거나 약하지도 않게 내가 걸어가는 속도만큼
아가들의 옹알이만큼
공휴일의 오전 열한 시에서 정오로 넘어가는 시간만큼
슬픔이 잔잔하고 얇게 펴져 흐려지고 흐려져서 다시 슬픔의 싹을 틔울 만큼
그만큼의 여지餘地를 두고,
지저귀는 새소리와 점점 푸르르는 나뭇잎들은 맺힌 물방울처럼 말갛게 맑고 투명해지고 받쳐 들고 가는 나의 우산도 씻은 듯 가벼워졌네 나는 조금 젖었었네
▶ 경기 광명 우리내과의원장/<문학사상> 신인상 등단/시집 <노랑나비, 베란다 창틀에 앉다><물토란이 자라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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