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 '의대정원 확대' 과거에도 수없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던 주제들이었지만 요즘과 같이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뉴스에 오르내리며 사회적 이슈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처음으로 기억된다.
우리나라의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에 대한 걱정은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20년전에도 지역의료의 위기로 시골의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고, 10년전에도 외과, 흉부외과 의사가 없어 의사들이 없어 수 년 뒤에는 외국에서 의사를 수입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걱정들이 있었다.
하지만 2023년의 대한민국에서도 역시나 필수의료, 지역의료 붕괴에 대한 사회적 걱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그간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거나 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반증임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지난 20여년간 우리나라 정부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않고 마냥 손을 놓고 있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걱정과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의 필수·지역의료의 붕괴와 몰락의 원인에 대한 파악과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감히 확신할 수 있다.
필수·지역의료에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이 자꾸 이탈을 하고 진출하지 않는 이유는 어찌보면 매우 단순하고, 아주 명료하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힘든 일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없기 때문이다.
필수·지역의료 분야가 다른 분야보다 힘들다는 것은 의사들이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다.
의료에 대한 개인적 가치관이나 사명감으로 소명을 다하고 있는 필수·지역의료 종사자들에게 고되고 힘든 것은 이탈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타 분야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보상은 현실에 깊은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필수의료를 탈출하는 두 번째 이유는 법적책임에 대한 공포이다.
미흡한 보상이 필수의료 기피의 기폭제가 됐다면 두 번째 이유인 법적책임에 대한 공포는 필수의료에 몸담은 의사들에게 더 이상 깊은 고민을 하지 않고 필수의료를 이탈하게 하는 쐐기골이 되었다.
만 하루를 쉬지 못하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고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에 대한 제대로된 보상은커녕, 언제고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에도 필수의료 분야에 남아서 여전히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의사가 있다면 이게 더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이처럼 필수·지역의료 문제에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필수·지역의료 종사자에게 노력과 희생에 합당한 적절한 보상을 해주고, 그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법적책임에 대한 부담을 해소해줘 필수·지역의료 종사자들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위치에서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지역의 정치인과 지자체,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에서는 필수·지역의료 문제의 해결책으로 의대정원을 확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부각시켜 이제는 의대정원 확대의 원래 목적은 잊은채 의대정원 확대 자체를 최종 목표로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필수·지역의료 종사자들이 해당분야를 기피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간과하고 필수·지역의료로의 자발적인 유입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의대정원을 확대해 의사 수를 증가시키는 것은 필수·지역의료의 기피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
국가의 정책은 한 번 수립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잘못된 정책은 각종 부작용과 사회적 병폐가 되어 돌아와 우리사회에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위독한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환자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진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잘못된 진단으로 인한 처방과 치료는 얼핏 처음에는 환부가 나아지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환자의 생명을 앗아가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필수·지역의료는 지금 심각한 생사의 위기에 처해 있다. 하루빨리 정확한 진단에 의한 올바른 치료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회생의 기회는 다시는 찾아오지 않게 될 것이다.
부디 우리나라 필수·지역의료 위기의 원인에 대한 잘못된 진단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만병통치약으로 둔갑시키는 부적절한 처방과 치료가 내려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