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재 병원, 20대 주취환자 진료실서 의사 목 졸라
의료인 면허취소법 개정에 속수무책…"쌍방 책임엔 면허 잃을수도"
부산 소재 종합병원 진료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던 50대 의사가 대낮에 주취자로부터 폭행과 폭언을 당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진료실에서 의사를 폭행한 것도 문제지만,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를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으로 의사가 환자의 폭언과 폭행으로부터 스스로 지켜내지 못한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경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A 병원에 20대 남성환자가 방문했다. 술에 취한 상태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진료실에서 50대 B 의사에게 수액을 놔줄 것을 요구했다.
B 의사는 환자가 술에 취했다는 점과 환자의 히스토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액을 줄수 없다는 등을 이유로 환자에게 우선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할 것을 권했다. 그러면서 계속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껴지면 다시 병원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의사의 권유에도 20대 남성 환자는 "해줄게 없다는 말이냐"며 의사가 환자 진료를 거부한다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에 B 의사는 "해줄게 없다는 게 아니다"며 "뭘 하더라도 지금은 소용이 없다는 말"이라고 재차 환자를 설득했다.
이 환자는 의사가 수액을 놔줄 수 없다는 말에 폭언을 포함해 화를 내기 시작했고, 그만하라고 일어선 B 의사를 밀치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을 저질렀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A 병원 원무과 직원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환자는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남자답게 밖에 나가서 붙자'는 등 폭언을 지속하고 B 의사의 가족을 언급 "자식도 찾아내 죽일 것"이라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환자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지만, B 의사는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 이유로 지난달 20일부터 본격 시행된 의료인의 면허 취소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언급했다.
해당 개정안은 의료인이 모든 범죄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경우 면허가 취소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B 의사는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20대 환자로부터 가족을 죽이겠다는 협박과 함께 폭행을 당했지만 그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었다"며 "예전엔 최소한의 대응이라도 했다면 지금은 사건에 잘못 휘말려 쌍방폭행이나 쌍방과실로 이어지면 의사 면허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은 나뿐만 아니라 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의사에게 포함되는 상황"이라며 "교통사고로 인해 면허취소가 될 수 있다고 표현을 많이하지만 당장 의료현장에서는 의사가 아무 이유없이 사건에 잘못 휘말려도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건은 현재 부산 사하경찰서에 접수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