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 위험도, 항불안제·마약성 진통제 복용 시 높아…헤모글로빈 수치 낮아도 증가
보라매병원 의료질향상팀·약제부 공동 연구팀, 고령 환자 낙상 위험 요인 연구 결과
항불안제·마약성 진통제 등을 복용하는 입원 환자는 낙상 위험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낙상을 예방하려면 고위험 약물 복용 환자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서울대학교병원 운영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의료질향상팀과 약제부 공동연구팀은 입원환자의 약물 사용과 낙상 위험 증가의 상관성 연구 결과를 대한노인신경의학회 학술지 [Journal of Geriatric Neurology] 최근호에 발표했다.
2018년 환자안전보고에 따르면 원내 환자안전사고 유형 중 낙상으로 인한 사고가 40.5%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낙상에 따른 경제적 비용 손실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낙상의 외재적 요인은 부적절한 보행 보조기구·신발·조명·미끄러운 바닥·장애물이 있는 환경적 요인 등이며, 내재적 요인은 연령 증가·신경성 질환·중추신경계 억제 약물 복용·음주·인지기능 저하·시력 저하·보행 이상·균형감 감소·하지근력 저하·전신 쇠약·실금·낙상 과거력·우울·만성질환 등으로 알려져 있다.
공동연구팀은 "국내 병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낙상 위험도 평가도구인 Morse Fall Scale (MFS)은 약물에 관한 평가를 포함하고 있지 않아, 입원환자의 낙상과 관련된 약물학적 요인에 대한 평가 및 예방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낙상 위험도 점수를 매칭한 환자를 대상으로 낙상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추가적인 위험인자, 특히 약물 사용과 관련된 인자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2021년 한 해 동안 보라매병원에 입원한 환자 가운데 낙상이 보고된 만 60세 이상 204명을 낙상군으로, 낙상이 없는 816명을 대조군으로 분류, 비교 분석했다. 환자들의 낙상 위험도 평가 점수, 헤모글로빈 수치 및 혈청 나트륨 농도, 혈압 등을 매칭, 보정 변수로 활용했다.
모든 변수를 보정해 다변량 분석한 결과, 헤모글로빈이 1g/dL 감소함에 따라 낙상 위험이 1.13배 증가했으며, 환자가 보행보조기를 잡고 이동하는 경우 3.26배 증가했다. 약물 중 항불안제 복약 시 2.94배, 마약성 진통제 복약 시 1.88배 더 높게 낙상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약제 사용은 여러 연구에서 낙상과 높은 상관도를 보이는 위험 요인으로 보고됐다. 국내 연구에서는 약물 복용 노인 중 58.6%가 낙상을 경험한 반면,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노인에서는 18.9%만이 낙상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했다.
공동연구팀의 다변량 분석 결과, 모델 A와 C에서 각각 1.99배, 2.02배 낙상 위험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반면, 모델 D에서는 다약제 복용이 낙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연구팀은 다약제의 영향보다 특정 약물 사용이 낙상에 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권형민 교수(신경과)는 "이번 연구는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는 낙상 위험도 평가 도구를 적용해 입원 환자의 약물 사용과 낙상의 연관성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입원환자의 경우 추가 처방 등으로 기존 복약 지도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약물 사용 변화에 따른 낙상 위험성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라매병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원내 전자의무기록(EMR)에 낙상 고위험 약물을 분류하고, '낙상주의' 라벨을 출력해 약물 투여 전 의료진과 환자에게 주지하는 등 약물 평가와 관리를 통해 낙상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