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은 가치있고 매력적인 분야"

"외상은 가치있고 매력적인 분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4.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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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하 '중앙외상위원회' 구성 외상 분야 특수성 세밀하게 살펴야
최소한의 인력 구성 위해 수가 조정 시급…전향적 지원방안 마련 절실 
조항주 외상학회 이사장 "근거 중심 정책 생성·교육 프로그램 개발 주력"

■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
■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

"보건복지부 중앙응급위원회와 같은 중앙외상위원회 구성이 필요합니다. 외상 수가도 최소의 인력 구성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상향 조정돼야 합니다."

대한외상학회는 지난 1985년 창립한 이후 지난 40년간 국내 중증외상환자의 치료를 발전시키고, 경각에 달린 생명을 살리기 위해 주력해왔다. 2012년부터 도입된 권역외상센터의 내실화를 이끌면서 학문적인 발전도 도모하고 있다. 현재 전국 17곳에 권역외상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 1월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에 취임한 조항주 가톨릭의대 교수(의정부성모병원 외상외과)는 외상 분야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법·제도적 뒷받침과 최소한의 인력 구성을 위해서라도 외상수가의 상향조정은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중앙응급의료위원회에서 응급 정책 전반을 다루고 있지만, 외상 분야의 특수성이 제대로 반영되기 힘든 여건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응급의료위원회에서는 주로 응급 관련 정책을 주로 다루다보니 외상 분야의 절박함이 전달되기 어렵다. 외상도 응급 분야이기는 하지만 응급과 다른 특성이 있다. 일반적인 응급보다 병원전단계는 물론 병원 내에서도 치료를 시작할 때까지의 소요시간이 굉장히 짧아야 한다. 소방 등 병원전단계부터 병원단계에서도 미리 의료진을 대기시켜야 하고, 수술실도 비워놓지 않으면 필요할 때 외상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 차제에 정부 조직으로 외상만을 다루는 위원회가 구성되길 바란다."

외상학회에는 여러 전문과가 참여하는 말그대로 다학제 학회다. 현재 1193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외상의학에는 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응급의학과 등이 주로 참여하고 일부이지만 성형외과, 비뇨의학과도 들어와 있다. 지난해에는 내과에서도 외상전담 세부전문의 1명을 배출했다. 세부전문의 자격이 외상센터 의료진의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해마다 배출되는 숫자는 적다. 2010년 외상전담 세부전문의가 도입됐을 때 86명이었는데 최근들어 해마다 20명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세부전문의 자격은 5년마다 갱신해야 하는데 갱신 비율이 50%에 그친다. 상황이 매우 어렵다."

외상학회의 노력으로 외상 관련 여러 지표는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제반 여건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2012년 전국에 권역외상센터가 만들어지면서 외상 진료 체계도 발전했다. 외상학회도 큰 몫을 했다. 처음 목표로 했던 예방가능사망률 10%에 거의 도달했다. 목표 수치가 좋아지긴 했지만 내부에서 보면 필요한 게 너무 많다. 외상 전문의들이 행복해야 많은 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외상센터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최소 25명의 의료진이 필요한 데 현재 17곳 가운데 1곳 정도만 적정 인원을 갖추고 있다. 외상 분야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외상치료체계에 대한 정책 지원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외상이 필수분야이지만 병원 입장으로서는 수익을 간과할 수 없다. 정부의 손길이 간절한 이유다. 

"외상센터의 적정 인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재의 외상 수가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병원에서도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인력조건을 보면 최소 5명을 뽑아야 1명이 상시 대기할 수 있다. 10명이 있으면 2명이 가능한 구조다. 수술실 여건도 마찬가지다. 수술실을 비워놓는 비용도 계상돼야 한다. 수술실이 활발하게 돌아가면 병원 입장에서는 그만치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건비에 공간에 대한 비용만 따지더라도 적어도 일반 수가의 5배 정도는 돼야 한다."

외상센터에서는 외상 환자만 진료해야 한다. 의료기기도 옮겨서 쓸 수 없다.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외상센터 의료진은 외상 환자만 봐야 한다. 다른 전문과에서는 이에 대해 불만도 나온다. 외국 사례처럼 응급과 외상을 함께 하는 시스템도 고려할만 하다. 의료진의 전문성 측면에서도 메리트가 없다. 각 병원의 여건에 맞게 선택적 탄력성을 부여했으면 한다. 외상센터를 시작할 때 정부 지원금을 받았지만, 의료기기가 이미 낡았다. 새 모델이 나왔지만 대체하기 어렵다. 정부에서 외상센터 한 곳당 해마다 30억원 정도 지원하지만, 나머지는 병원에서 충당해야 한다. 병원은 선의로 외상센터를 운영하지만, 적자가 지속되면 버티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상 분야 정책 제안에 근거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정책연구소는 에비던스 개발의 핵심이다.

"응급의학 분야는 정책 제안을 할 때 관련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연구를 통해 실제적인 데이터와 적정 지원 규모를 산출한다. 외상 분야 역시 정책 제안을 위해서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외상학회는 정책연구소를 통해 외상 분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할 수 있도록 근거 생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임기 중 정책개발 연구를 적극 독려하겠다."
 
외상 분야는 사회적 이슈가 많이 된다. 그러나 입길에 오르는만치 드러난 근본적인 문제에 다가서는 경우는 드물다.  

"외상센터에 외과, 정형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의료진이 갖춰지지 않으면 패널티가 부여된다. 또 외상 전공 의사들에게는 특별한 이점도 없다. 그렇지만 수가가 낮고 제반 여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외상을 안 할 수는 없다. 동기부여도 필요하다. 외상은 가치 있는 일이다. 매력적인 분야다. 후배 의사들과 이런 가치와 매력을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길 소망한다."

내실있는 외상 분야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도 나선다. 내년에는 학회 창립 40주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진단하는 시간도 마련한다.  

"임기 중 외상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겠다. 현재 TIRC 교육코스가 잘 운영되고 있지만, 더 실제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학회 창립 40주년을 맞아 외상의학 40년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지려고 한다. 선배들이 일궈온 국제 학회와의 교류 활성화에도 더욱 힘을 보태겠다. 외상학회를 가치있고 경쟁력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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