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받지 못한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왜?

환영 받지 못한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왜?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4.0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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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필수의료패키지 뜯어보기①]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
보험 가입 의무화·적용범위·응급의료사고 형 감면 등 쟁점
의료사고특례법·보험가입 의무화법 등 국회 계류 법안 재조명

[그래픽=윤세호 기자]ⓒ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의협신문

정부가 지난 1일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패키지' 정책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추진 등 4가지를 공개했다. 의료 개혁을 앞세우며 정책 실행 의지를 보였다. 혼합진료 금지, 개원면허제 같은 민감한 의료현안도 들어있다. 패키지 발표와 동시에 세부 안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의협신문]은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등장한 주요 의료현안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의료계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에 정부가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다만, 세부 내용에서 특례 적용범위 규정과 책임보험·공제 가입 의무화 등이 의료계의 또다른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풀이되면서 크게 환영받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1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여덟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사고특례법 제정과 관련해 본인의 의료사고 사건 담당 경험담을 직접 이야기까지 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사고 관련 사건은) 전문 사건인데 열의를 가지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처리하기 어려운 사건이다"며 "준비없이 의사를 불러 젖혀 조사하고 압박하면 (의사는) 다 병원을 떠나게 되어있다"고 신중 조사를 요구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의료사고특례법은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유사하다. 

의사나 의료기관이 '책임보험·공제' 가입했을 경우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공소제기가 불가하도록 했다. 아울러 '피해 전액 보상 종합보험·공제' 가입에는 공소 자체를 제기 할 수 없도록 했다.

현재는 의료사고 발생시 환자나 보호자가 담당 의사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고소·고발을 진행했을 때 검사가 법원에 의사나 의료기관을 기소할 수 있지만, 해당 의사나 의료기관이 피해 전액 책임보험·공제에 가입됐다면 특례를 적용해 보호받을 수 있다. 

형사처벌 특례법 체계 도입의 전제인 충분한 피해 보상을 위해 모든 의사 또는 의료기관의 책임보험·공제 가입 의무화도 함께 추진된다.

사망사고 포함 여부, 미용 성형 제외 여부 등 세부적인 특례적용범위는 추후 대통령실 내 특위에서 논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의료사고특례, 의료계 숙원 사업에도 '미지근'…쟁점은?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은 그동안 의료계 숙원 사업 중 하나였다. 현재 국회에도 의료사고특례 내용이 담긴 법안이 계류 중에 있으며, 의료계는 신속한 법안 의결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는 의료사고특례법과 관련해 의료계에서는 기대감과 동시에 부담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책임보험 의무 가입 내용과 특례적용 범위 논의 예시로 언급된 사망사고 포함 여부와 미용·성형 의료사고 제외 내용 때문.

특례사고적용 범위와 관련, 의료계는 법안 취지에 맞게 사망 사고를 비롯한 모든 의료사고가 포함돼야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 형사처벌 부담 완화라는 특례법 도입 취지를 적극 고려하고, 안정적인 필수의료 환경 조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례 적용 범위에 사망사고 및 모든 진료과목을 포함해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보험 의무 가입 추진과 응급의료사고에 대한 형 감면은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들의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로 인해 사실상 정부가 의료기관에 업무를 강제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정부가 시킨 일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개인이 보험에 가입해 이를 해결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명백한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형을 감면한다는 것은 처벌을 완화해준다는 의미다. 형사처벌의 두려움으로 인해 필수의료 현장을 이탈하고 있는 의료인력들을 다시 복귀시키기엔 역부족인 대책"이라며 "선의에 의해 이루어진 의료행위의 결과가 좋지 못하면 죄가 될 수 있는 상황은 변함이 없다"고 짚었다. 

미래의료포럼은 "형에 대한 선고는 정부가 아닌 사법부의 역활"이라며 "헌법상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정부가 하겠다는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례범위 논의…국회 계류 의료사고특례법에도 영향줄까?

정부가 의료사고 특례범위와 관련해 대통령실 내 특위에서 논의를 이어간다고 밝히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된 의료사고특례 내용 법안이 재조명된다.

국회에 계류된 의료사고특례 내용과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의료사고특례의 방향이 일부 다르면서다.

정부는 ▲사망사고 포함 여부 의료사고 ▲ 미용·성형 제외 등을 특례범위 논의 예시로 언급, 의료사고에서 환자가 사망하거나 미용과 성형 등의 진료에서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사고특례 예외 규정으로 둘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여야 모두가 발의한 법안 내에서의 의료사고 특례 내용은 환자의 사망 여부나 전문과별로 특례 규정을 달리하는 것이 아닌 필수의료에서 필수의료종사자의 중대한 과실이 없거나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 발생시 필수의료종사자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에 발의된 의료사고특례법이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의 모호성 등을 이유로 의결까지는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향후 대통령실 특위의 논의 과정과 내용이 추후 국회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발표에 따라 국회에서 발의된 책임보험·공제 가입 의무화법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최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보건의료기관개설자는 의료배상공제조합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의 논의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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