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명령' 형법상 공무원 직권 남용죄·권리행사 방해죄 위반 소지
전선룡 변호사(법률사무소 산맥 대표변호사/전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정부의 의대정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행정안전부·법무부·국방부·경찰청등 4개 관계부처와 17개 시·도가 참여하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열고 전공의들의 행동을 차단하기 위해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전공의들의 동향 파악을 위해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담반을 통하여 각급 수련병원에 담당자를 배치, 전공의들의 개인정보인 핸드폰 번호를 입수하고 동향파악을 하는 정황이 있다. 심지어 대한의사협회 임원 및 대의원들의 자택과 병원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을 발송하면서 의사들의 파업(정확히 얘기하면 진료거부)에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의사들의 집단행동 '진료거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특정 직군 종사자들의 휴업, 파업 등이 국가 경제나 국민 생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업무에 복귀하도록 내리는 명령을 가리킨다.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해서는 우선 국무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친 뒤 명령의 구체적 사유·대책을 국회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게 된다. 이후 당사자 본인에게 전달이 이뤄지는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송달받은 해당 분야 종사자는 다음날 자정까지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행정처분 및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 있는 분야는 의료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이다. 의료의 경우 1994년 1월 '의료법'과 '약사법' 개정으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은 2004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라 도입됐다.
의료 분야에서는 지금까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2014년 원격의료 반대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며 집단휴진을 벌이자 3차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바 있다.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의 핵심은 추측하건데,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벗어나 집단행동을 하였을 때 '업무개시명령'을 통하여 즉시 병원에 복귀시킬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근거(의료법 제59조 제1항 동법 제66조 등)를 가지고 있고, 이를 위반할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과 1년이내의 의사면허 의사면허 정지처분 및 의사면허박탈법등에 의한 의사면허취소가 가능하다. 향후 10년이내 면허 재교부가 불가할 정도의 강력한 제재가 뒷따른다.
그 외에도 공정거래법·형법상 업무방해·응급의료법 위반 등을 통하여 의사들을 처벌할 수 있다.
정부의 법적 조치에 대한 단상
10여년이상 의료형사 관련 소송과 자문을 해 왔고, 의협 법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도 의사단체에서 법제이사·고문변호사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입장에서 정부의 법적조치 사항에 대하여 법률가로서 느끼는 소회를 몇가지 피력하고자 한다.
전공의의 근로자성
전문의시험 응시자격취득을 위한 수련과정의 이수를 위해 병원의 전공의로 임용되어 인턴의 경우에는 통상 24시간 병원에 대기하고 레지던트의 경우에는 통상 매일 07:00 출근하고 19:00 퇴근하되 평균 주 2회 야간당직근무를 하면서 병원에서 수립한 진료계획에 따라 주간근무중에는 전문의의 지시, 감독을 받고 야간당직 근무중에는 독자적 판단에 의하여 환자들에 대한 치료, 검사, 처방, 집도 등 의료행위를 해 왔으며, 병원경영자로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본봉, 연구비, 야간근무수당, 장학수당, 조정수당 등의 급여를 지급받아 왔다면 비록 전문의시험 자격취득을 위한 필수적인 수련과정에서 제공된 근무라 하더라도 전공의들은 병원경영자에 대하여 그 교과과정에서 정한 환자진료 등 수련을 거치는 피교육자적인 지위와 함께 병원에서 정한 진료계획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고 또한 이들은 병원측의 지휘감독아래 근무를 제공하므로 병원경영자와의 사이에는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있다 할 것이니 근로기준법 제14조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1989. 7. 11. 선고 88다카21296 판결 퇴직금).
원고들은 ○○대학교 의과대학이라는 수련기관 소속의 전공의로서 그 수련교과과정을 이수하는 피교육자적인 지위와 함께 소속 대학의 지휘·감독 아래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에서 의학연구, 교육지도, 역학조사 등의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고들은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5호로 폐지된 것) 제14조에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원고들이 수련병원의 전공의와 달리 환자에 대한 진료행위를 하지 않는다거나, 그 의과대학의 예산에 퇴직금 항목이 없다고 하여 원고들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39513 판결 퇴직금).
전공의 사직서 제출의 법적 성격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공의는 피교육자적 지위와 수련병원에 대하여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에 기한 근로자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반드시 환자에 대한 진료행위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전공의가 수련병원에서의 근무 태만, 자질 부족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임·감봉·견책 등 인사상 불이익한 제재를 받는 근로자일뿐만 아니라, 일반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기에 더 이상 본인의 자유의지로 전공의 수련과정을 밟지 않겠다고 한다면 언제든지 사직하고, 개원할 수 있는 직업선택과 수행의 자유가 있다.
근로자가 사직서를 작성하여 사용자에게 제출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사직서에 사직의 의사표시라고 볼 수 없는 단순한 농담만을 기재한 것으로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직서는 사용자와의 근로계약관계를 해지하는 의사표시를 담고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처럼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등으로 무효이어서 사용자의 그 수리행위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라고 볼 수 있는 경우(당원 1991. 7. 12. 선고 90다11554 판결, 1992. 5. 26. 선고 92다3670 판결, 1992. 7. 10. 선고 92다3809 판결, 1992. 8. 14. 선고 92다21036 판결, 1993. 1. 26. 선고 91다38686 판결, 1993. 5. 25. 선고 91다41750 판결 등 참조)가 아닌 한 당사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사용자가 그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하여 합의해지(의원면직)가 성립하거나 민법 제660조 소정의 일정 기간(1개월)의 경과로 그 사직서 제출에 따른 해지의 효력이 발생함으로써 종료된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은 경우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근로계약관계의 소멸 통지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여 이를 근로기준법상의 해고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누7765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정부의 조치 사항의 위법성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은 추측컨대, 업무개시명령을 피하고자 미리 사직서를 제출하여 파업 즉 집단행동으로서의 '진료거부'를 하겠다는 내심의 진의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수련병원장들을 모아 놓고, '전공의 관리 감독을 철처히 해달라. 파업에 참여하겠다고 한 전공의 명단을 요구하며 파업 사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병원장이 처벌받을 수 있다'라는 취지로 경고하고(2024. 1. 8.자 동아일보 보도 참조), 사직서 수리를 거부하라는 명령을 발한 것은 중대한 헌법과 법률위반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나 각 병원별 전공의들은 노조가 아니므로 단체교섭을 벌이다가 파업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노동법상 쟁의행위 즉 연차 사용, 태업 등 준법투쟁을 할 수가 없다고 본다.
그럼 근로자인 전공의가 한국의료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수련병원에 직을 사직하고자 사직서를 제출하는 행위는 내심은 단체행동일지 몰라도 개별 전공의의 자유의사로 판단하여 더 이상 전문의 자격 취득을 하지 않겠다면서 개원을 하든 쉬든 봉직의로 취업하든 수련병원이나 정부가 직업선택, 수행의 자유를 막을 법적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예컨대 전공의협의회의 결정으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향후 불이익을 주겠다고 고지하고 의결을 거쳐 집단 사직서 제출을 강요한다면 병원에 대한 업무방해가 될 수가 있고, 그 피해자는 병원이므로 병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본다.
더욱이 정부가 사기업의 인사업무에 관여하여 환자 진료를 보지 않을 수도 있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을 수리하지 말라고 요구하거나 반대로 수리하라고 한다면 오히려 해당 기업의 인사업무를 방해하는 것이고, 그것이 형법상의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위계나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 5년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가 된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정부의 수련병원에 대한 위 조치들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정부의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은 행정지도, 명령으로 의료법 제59조 제1에 의거하여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는 근거로 행정청이 처분행위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 전공의 수련병원은 위 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과 더불어 위 명령의 효력를 정지시키는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하여 사기업에 속하는 수련병원의 경우 전공의에 대한 인사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와 의사의 집단행동을 저지하기 위한 공익과 전공의들의 직업선택 수행의 자유를 보호해 주어야 할 사익간의 법익 균형,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는지 여부 등 법적 쟁점에 대한 판단을 행정법원을 통하여 사전에 받아 볼 필요도 있다고 할 것이다.
결어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집단행동 즉 진료거부를 할 것이 예상됨으로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발한다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필자가 20여년전에 다녔던 사법연수원은 법원공무원 5급 신분을 보장해 주고, 급여 및 수당도 주고, 책값 등 교육의 모든 부분이 무상으로 이루어지는 법조인 양성교육을 받았기에 단체행동을 제한할 공익상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란 직업은 사적영역이 지배하고 시장경제의 원리가 작동하는 순수 민간영역이고, 자신들의 주체적 판단으로 수련과정을 이수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독립된 인격의 주체이다.
의사면허란 관치의 영역이 작동되고, 국민 건강수호란 공익적 영역이 존재함을 부인할 순 없지만, 의대 입시, 교육과정, 수련과정에 정부가 지원을 해 주거나 공무원과 같이 대우해 준 사실은 없지 않은가?
자유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념이 중요하고 공산전체주의에 대항해야 한다면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인 의사들을 업무개시 명령, 체포 영장, 면허 취소 등으로 공박하면서 직업선택, 수행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적법 절차의 원칙이란 헌법상의 대원칙을 무시하면서, 의대정원 확대라는 정책목표를 위해 관치에 잘 길들여진 기득권 의사들을 합법을 가장한 폭력으로 억압하고 있다.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절성이 담보되지 않은 무자비한 엄포가 오히려 평생 파출소 한 번 안가본 한 마리 어린 양인 의사들을 늑대로 만들지 않을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