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병원 교수들 검은색 '근조 한국의학교육' 리본 가슴에 달았다
세브란스 한정우 교수, 1인시위 나서며 정부 정책지원금도 거부
전공의가 떠난 자리를 메우고 있는 교수들이 환자와 병상을 지키면서도 개인 또는 집단으로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료가 없는 시간을 활용해 병원 로비에서 1인 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정부가 다양하게 제시하는 수가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의대 학장들은 보직을 내놨고 병원 교수들 가슴팍에는 '근조' 리본이 달렸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대신해 당직을 마다하지 않고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교수들은 제자들을 향해 응원 목소리를 내며 의대정원 증원 등의 각종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를 향해 연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충북대병원 교수들은 가슴팍에 '근조 한국의학교육'이라고 적힌 검은색 리본을 달고 7일부터 진료에 임하고 있다.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는 개인 SNS를 통해 '의대증원반대'라는 문구와 함께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충북대병원 교수들은 지난 4일 교육부의 의대정원 수요조사 이후 반대 물결이 더 거세지는 모습이다. 충북의대는 현재 정원 보다 5배나 많은 250명을 증원해야 한다고 정부에 제출했다. 충북의대 및 충북대병원 교수들은 수요조사에 응하지 말아 달라고 총장에게 서신문까지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셈. 실제 심장내과 배대환 교수는 사직서까지 제출했다.
충북의대 및 충북대병원 교수진은 전체가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학생과 전공의에게 사법절차가 진행된다면 망설임 없이 투쟁을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7일 오후에는 총장실에 항의 방문을 했고 이날부터 근조리본도 만들어 가운에 달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혈액종양내과 한정우 교수는 지난 6일 병원 로비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한 교수는 '미래의료 바로잡기'라는 제목으로 "소청과 오픈런은 의사수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라는 내용의 전단을 들고 병원 로비 한가운데에 섰다. 미래의료 바로잡기 '1'로 표시한 만큼 앞으로 시리즈로 잘못된 부분을 짚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 그는 전단을 통해 "진정한 논의는 사실 바로잡기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비상진료대책 일환으로 지원하는 정책지원금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한 교수는 "정부는 의사 수 부족과 관련 없음을 잘 알면서도 소아과 오픈런 현상을 의대증원 선전도구로 활용하며 위선적 행동으로 국민을 호소, 저의 양심에 큰 상처를 줬다"라며 "모멸적인 낙수론으로 필수의료를 전공한 의사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상실감을 갖게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비상진료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라며 "후배들이 고발되고 기소될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나가 있다. 정부는 후배들을 위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준다고 한다. 환자 곁을 떠날 수 없어 남아 있지만 마음은 후배들과 함께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를 발표하자 일부 의대에서는 학장 등 보직자들이 잇따라 자리를 내려놓고 평범한 교수 신분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만 해도 원광의대는 학장 등 5명의 교수가 보직을 사임했다. 경상국립대 의대 보직 교수 12명도 항의차원에서 자리를 내놨다. 모두 대학측이 교육현실 고려 없이 의대정원 증원 숫자를 낸 데 항의하기 위함이다.
강원의대 류세민 학장과 윤유종 의학과장은 의대 건물 앞에서 삭발식을 하며 정부에 항의했다. 류 학장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단 한 명의 증원도 불가능하다는 교수들의 의견을 대학 본부가 무시하고 일방적인 증원을 써냈다"라며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삭발뿐이라고 생각해 단행했다'고 분개했다.
지방 한 의대 교수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다"라며 "우리는 링에서 싸우겠다. 일주일 내내 당직을 하고 있지만 후배 의사들을 응원한다. 전공의와 학생이 없으면 교수라는 직함 자체가 필요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