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체계 개편, 전공의 사직이 갖고 온 뜻밖의 변화?

전달체계 개편, 전공의 사직이 갖고 온 뜻밖의 변화?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3.15 18:02
  • 댓글 3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기관 종별 기능 재정립 분위기에 "지속가능성은 없다" 진단
학계도, 환자도 "불편한 목소리 누군가는 내야 한다" 한목소리

전공의의 사직 물결은 의료기관 '종별' 기능의 재정립이,라는 뜻밖의 상황을 불러오고 있다. 전공의의 빈자리는 수련병원에 남아있는 전문의, 즉 교수와 전임의가 채우면서 중증 응급 환자 치료에만 집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낮은 질환자는 종합병원, 병원, 의원을 찾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공백 속에서 운영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대한 비용 지원책에 수천억원을 쏟아넣고 있다.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자연실험"이라고 표현했고, 환자와 의료이용자는 "이제는 누군가가 불편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며 의료이용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오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의료개혁, 상생의 의료전달체계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오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의료전달체계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보건복지부는 15일 오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의료전달체계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건의료제도 관련 연구를 20여년을 했는데 제를 하나 바꾸려면 잘 안됐다"라며 "최근 의료사고특례법 제정, 전공의 수련제도 개편, 국립대병원 교수 1000명 증원, PA 시범사업, 집중 수가 등 하나만으로도 어려웠던 제도들이 바로바로 추진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해소되고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가고 있다. 현재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자연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의료가 가고 있는 방향이 과연 지속해서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논의를 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span class='searchWord'>정재훈</span> 교수 ⓒ의협신문
정재훈 교수 ⓒ의협신문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역시 '자연실험' 상황이라는 데 공감했다. 그는 "상급종병  중환자실 입원 기능이 유지되고 전달체계가 바로 잡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십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전달체계가 정립됐을 때 재정구조나 수입 측면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즉 현재 시스템에서는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지금 문제가 드러내고 있는 또 다른 구조적인 개혁 과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이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라 진단하고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바로 정부 정책 방향을 의료 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데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정부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공급을 늘여 수급 불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속 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 미래 수요를 줄이는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라며 "국민에게 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정책적 신호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유일한 수단은 가격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격 정책의 영향, 활용 가능성이 실손보험 때문에 무력화 돼 있는데 국가가 전달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가격 정책 영향력을 재확보해야 한다"라며 "연간 7~8% 정도의 보건의료 시장 규모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는데 이를 둔화시키지 않으면 재정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전달체계를 확립해 의료이용 장벽과 불편함이 생기는 것, 장벽이 있기 때문에 보건의료시스템은 오랫동안 유지 가능할 것이라고 이제는 정부가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역시 "시스템에 속한 멤버가 본인 이득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지금은 의료를 이용하는 국민에 대한 규제 기전은 크게 없다 "고 지적하기도 했다.

환자 등 의료소비자 쪽에서도 의료이용자 관리 관점에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누군가는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환자는 자유롭게 지금처럼 병원을 선택하지 못하고 비용은 더 부담해야 한다, 의사는 지금처럼 자유롭게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고 소득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해야 한다"라며 "정부는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현명하게 잘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제공해야 하고 좋은 의료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과 보상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첫걸음은 서로의 신뢰다"라며 "젊은 의사는 매년 배출된다. 생명과 직결되는 기피과를 지원할 수 있도록 포기하고 나가지 않도록 정부는 긴밀히 소통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의협신문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의협신문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현재 일련의 사건들로 의료의 공공성, 중요성에 대해 단기간에 학습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 넘지 못했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라며 "국민의 의료이용행태를 변화시키는 것도 시스템의 한 축이다. 국민 의식을 전환할 수 있는 부분을 다른 시민사회단체와 연합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전달체계 역시 '개혁' 의지를 보였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전달체계는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사회 전체적으로 봐서는 매우 비합리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단적인 예"라고 평가했다.

그는 "의대정원 규모를 얼마나 할 것인가 갈등을 겪으며 전공의가 현장을 떠나는 과정에 있다. 빨리 전달체계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고 모두 공감하는데 그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 안타깝다"라며 "수가, 인력 양성, 의료이용에 대한 조치까지 한세트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로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

또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책을 꼬이게 만드는 것은 공급자였다"라며 "논의의 장에서 제도 방향성에 동의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본인한테 유리한 정책을 얘기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왜곡이 일어난다. 개혁의 주도권(initiative)을 국민이 가져가야 한다. 의료소비자가 일부 불편하더라도 향후 미래를 위해서는 전달체계를 제대로 갖고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