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기자회견 "의사 증원 2000명 숫자 풀어라"
16개 대학 설문 완료 사직 찬성율 '80∼98%' 수준
"교수 사직은 의-정 대화 장을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
전국 의대 교수들의 결심은 '사직서 제출'이었다. 의대 교수들은 25일을 기점으로 한 개별적 교수 사직에 의견을 모았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전국적·대규모 의대 교수 사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HJ비즈니스센터 광화문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5일 진행한 2차 총회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방재승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3시간 반 동안 이어진 2차 총회 논의에서 20개 의과대학이 참석했다. 이중 16개 의대에서 사직 제출에 대한 설문을 마무리했다. 압도적인 찬성률이 나왔다"며 "학교별로 일정이 달라, 자율적인 사직서 제출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회견 도중 '마음이 무겁고, 참담하다'는 심정도 여러 번 토로했다.
25일은 전공의들이 행정 처분 사전 통지서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야 하는 마지막 날이다. 해당 통지서에는 수령 후 기한 내 의견을 제출하지 않으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 직권으로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각 의과대학 교수들은 총회에 앞서 설문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원광의대는 사직서 제출 찬성 의견이 97.1%에 달했고, 충남의대가 93%, 대구가톨릭의대 89.4%, 단국의대 84%, 경상의대 89% 등의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의대 교수들은 현재 사직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더 오랫동안 버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방재승 위원장은 "교수들의 헌신으로 대학병원 진료가 겨우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질 것이다. 특히 필수의료분야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앞서 19일 사직서 제출을 예고했던 서울의대 교수들의 사직 시점도 재논의키로 했다.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회의 날짜는 18일로 기존 계획을 강행할 것인지,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 일정인 25일에 맞춰 진행할 것인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교수들의 사직은 의-정 대화의 장을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설명과 함께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를 끝내고,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방재승 위원장은 "정부에 요청드린다. 2000명이라는 수치를 풀어야 한다. 의료계 역시 '전면 백지화'에서 한 발 나아가야 한다"며 "양보 없이는 협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는 사직서 수리 등 사직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전날 총회에서는 사직서 제출 여부와 날짜에 대한 논의에 집중한 만큼, 향후 응급실·중환자실 대응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방재승 위원장은 "사직서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환자 곁을 떠날 생각이 없다. 교육 업무의 경우, 현재 전공의·의대생이 없기 때문에 후순위다. 응급환자와 중환자를 지킬 수 있는 선까지 지키는 것이 목표"라며 "다만 수리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그 대학의 교수가 아니게 되는거다. 수리 이후엔 병원을 떠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각 대학·병원별로 융통성 있는 대응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방재승 위원장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서울대병원측의 회동에 함께한 사실도 전하며 "국무총리와의 대화는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이뤄졌다. 정부 측의 공식적인 연락은 아직 없다. (국무총리와의 대화가) 작은 불씨가 돼서 정부와 의사,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소통창구가 마련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직 결의 결정이 나온 총회에 참석한 대학은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계명대, 경상대, 단국대, 대구가톨릭대 (서면제출), 부산대, 서울대, 아주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한양대 20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