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 답신 왔는데?…정부, 종결됐다 홍보하고 강제노동 합리화까지"
ILO "강제노동 예외는 극히 제한적…폭력·강압 아닌 대화로 해결하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인권침해는 아닌지 국제기구와 외신의 이목이 집중되자, 전공의들이 현 상황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로부터 개입요청 응답을 받은 이튿날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3일 한국 전공의들의 사직서수리금지 등 업무개시명령이 ILO 협약에 위배되는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며 긴급개입(Intervene)을 요청했다. ILO 국제노동기준국 국장은 28일 ILO 사무총장의 이름으로 한국 정부에 개입했음을 알리는 서한을 보내왔다.
ILO 협약 제29호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 관련 개입요청을 '15일에' 접수했다는 말과 함께다. 그러나 21일 고용노동부는 "ILO가 전공의협의회에 요청 자격이 없음을 통보하고 종결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대전협이 요청 자격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고 홍보했고, ILO의 개입을 의견조회 수준으로 폄하하고 있다"며 "전공의의 근로자 신분을 부정하고 업무개시명령 및 강제 근로를 합리화하는 것이 심히 개탄스럽다"고 꼬집했다.
또 ILO는 지난 20일(현지시간) AFP통신을 통해 "한국이 정부와 의료인 간 복잡한 분쟁, 강제노동 혐의 등으로 불안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다"며 "폭력과 강압적 조치가 아닌 당사자 간 사회적 대화로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 정부의 '공중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협하는 재난·위기 상황에서는 ILO의 강제노동 금지조치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관련해 "긴급 상황의 근로자 소집 허용은 강제노동 철폐 기본원칙에 입각해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짚었다.
더불어 "징집 노동을 거부하는 이들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피할 것"을 권고했다.
실제로 ILO 강제노동금지 협약을 살펴보면 '18세 이상 45세 이하 신체 건강한 성인 남성만 강제근로에 동원할 수 있다(제11조)'고 명시하고 전쟁·전염병 등 재난적 사태를 언급하는 등 강제노동을 극히 제한하고 있다.
이를 두고 대전협 비대위는 "ILO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며 "전공의는 대한민국 대법원이 명시한 피교육자이자 근로자다. ILO와 소통하며 현 사태를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에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서 1일과 3일 세계의사회(WMA, World Medical Association)는 한국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연달아 내고, 잠재적 인권침해로서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