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협 행정소송 "2000명 증원 국민도 반대, 부실교육 받다 시험도 못 치르는 미래"
"서울도 카데바 부족, 안전도 우려" 호소…각 의대 단위 집단소송·수업거부 이어져
전국 40개 의과대학의 학생 1만 3057명이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집단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전국 의대생의 73%에 달하는 수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를 시작으로 의료계 곳곳에서 의대정원 증원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이 잇따르고 있는데, 교육 당사자인 학생들이 대규모 행정소송에 나선 것이다. 전의교협의 행정소송을 담당하는 법무법인 (유한)찬종이 의대생들의 소송도 담당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공동대표 3명은 지난달 27일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를 만나 소송 의사를 밝히고, 30일 오후까지 소송 참여인 명단을 수합했다. 4월 1일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수가 너무 많아 세 사건으로 나뉘었다.
사건을 맡은 이병철 변호사는 "사흘이란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전체 의대생의 73%가 소송에 나섰다. 시간이 며칠만 더 충분했다면 참여율이 95% 이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생들은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과 배분처분이 공공복리는 물론 학생 당사자들의 교육받을 권리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학교육평가원 인증평가를 크게 우려했다.
증원에 필요한 교육, 실습 건물 등이 완성되는 데에만 최소 6~8년 이상이 필요한데, 증원된 2000명은 강의실과 실습실도 없이 부실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다 인증 평가를 받지 못하면 졸업해도 의사 국가시험조차 치르지 못할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설명이다.
의대생들은 "의대정원 증원 때문에 의학교육평가원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발한다면 정상적인 의사 양성 체계 유지가 어려워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의대정원 배정 결과를 5일 만에 졸속으로 발표하고, 배정위원회 명단과 회의록을 일절 공개하지 않아 배정 처분에는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고 짚었다. 당장 9월 수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작년 4월 발표한 대입전형 시행계획과 입시요강을 바꾸는 것은 고등교육법 사전예고제에 따라 불법행위라고도 했다.
국민 여론도 언급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2000명 증원에 찬성한다는 응답(31%)보다 증원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65%)는 응답이 2배 이상 많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증원 규모 조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5%로, 원안대로 2000명 증원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44%)을 앞질렀다.
의대생들은 "카데바는 공급이 부족하고 관리비용이 많이 소요돼 대부분 의대가 외과 전공의 수술 연습은커녕 해부학 실습에 사용할 카데바만 겨우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 소재 의대에서도 지난해 카데바 2구가 부패했는데도 그대로 실습을 진행키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2000명 증원이 이뤄진다면 카데바 1구에 학생 20~40명이 실습해야하는데 불가능하다"며 "한정된 병원 공간과 실습실에 지나치게 많은 학생들이 들어간다면 환자와 학생들의 안전상 위험도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한편 개별 대학 차원에서 집단 행정소송이 이뤄지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부산의대의 학생, 전공의, 교수 196명이 서울행정법원에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의대 예과 1학년 새내기 학생들은 3월 29일 모든 교육 활동에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많은 고민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비록 학생 신분이라도 예비 의료인으로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자"는 말과 함께다. 부산의대생들은 동맹휴학 기간 동안 '1만시간 봉사 챌린지'를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27일에는 한림의대 예과 1학년생들이 "많이 두렵지만 필수의료패키지가 통과되는 미래가 더 두렵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손으로 결정할 수 있음을 믿는다"며 유급을 불사하는 1년간 학업 중단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