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의사들 "하루하루 위기, 정치적 시간끌기 중단하라"

응급실 의사들 "하루하루 위기, 정치적 시간끌기 중단하라"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4.07 20:30
  • 댓글 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응급의학과 비대위 7일 성명 "응급의료 이미 이전 수준 회복 불가"
전문의 대상 설문조사 진행 중, 응급실 사직 등 구체적 행동 가능성

응급의학과 비대위 성명서를 낭독하는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의협신문
응급의학과 비대위 성명서를 낭독하는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의협신문

"응급의료는 이미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 불가능해졌다. 500여 명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응급실을 나갔으며, 대부분의 수련병원이 응급실을 축소운영하고 있다. 사태 이전에 비해 환자 수가 30% 이상 줄었는데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은 거짓이다. 응급의료 현장은 심각한 위기상황을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고 있다."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가 7일 성명을 내어 "정부는 정치적 시간끌기를 중단하고, 조속히 사태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응급의학과 비대위는 1700여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모인 단체다.

이들은 "정부는 남아있는 응급의료진들과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효과없는 대책들만 남발하면서 양보없이 시간만 끌면서 전공의 복귀만을 주장하고 있다"며 "정부의 무능력으로 지난 30년간 피땀 흘려 지켜온 응급의료체계가 붕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대로 계속 시간이 지나면 환자들의 피해는 커져만 갈 것이고, 사태를 촉발한 정부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 이들은 "존중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정부는 의대증원을 포함한 모든 의제들을 백지화하고 의료계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진지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제는 정말 서로에게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고 환기한 이들은, 응급실 이탈 가능성도 언급했다. 

응급의학과 비대위는 "현재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현장을 지키는 단 하나의 이유는 우리가 최후의 보루이며 우리가 무너지면 이 나라의 의료가 무너진다는 위기감 때문이지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찬성하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비대위 차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현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응방안을 묻는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응급실 사직을 포함한 구체적 행동을 준비할 것이고 이와 별개로 수 많은 전문의들이 자발적으로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 성명서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는 남아있는 응급의료진들과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효과 없는 대책들만 남발하면서 양보는 없이 시간만 끌면서 무조건적인 전공의 복귀만 주장하고 있는 정부의 무능력함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현재의 재앙적 의료붕괴 사태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추진으로 촉발되었으며, 정책당국자들의 고압적인 태도와 도를 넘은 언사, 의료계를 이익집단 카르텔로 매도하는 적대감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필수의료를 살려야 할 정부가 오히려 필수의료를 붕괴시켜 버렸고, 미래의 의료를 담당할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현장에서 내몰아 버렸다. 정부의 입장변화와 진전된 논의를 기대하던 수많은 의료인들은 대통령 담화 이후 마지막 남은 사태해결의 희망마저 포기하게 되었다. 전공의 대표와의 무의미한 만남은 조건 없는 대화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 전 국민이 알게 되었다.

보건의료 재난위기 심각단계라고 하면서,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문제가 없다면 무엇이 거짓말인가?

500여명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응급실을 나갔으며, 대부분의 수련병원이 응급실을 축소운영하고있다. 사태 이전 대비 30% 이상 환자수가 감소되었는데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이 거짓이며, 심각한 위기상황을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고 있다. 남아있는 의료진들의 피로와 탈진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교수들의 업무 단축은 앞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지금껏 재난위기 응급의료대책 중 효과가 있으며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가?

정부가 다급하게 내놓은 정책들은 아무런 상의나 교감이 없었던 졸속, 탁상행정들이다. 얼마전 정부의 발표를 믿고 개원한 응급의학 전문의가 지역의 응급실에 도와주러 가려 했는데 심평원과 보건행정직원의 거절로 무산되었다. 공무원들이 항명한 것이 아니라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대책이었던 것이다. 비대면진료 확대, PA업무 확대, 공중보건의사 및 군의관 파견, 은퇴의사 재취업 등 다른 정책들도 마찬가지로 실제 응급의료 현장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은 전공의는 돌아오고 교수는 나가지 않는 것 말고는 없는가?

정부의 브리핑 때마다 매일같이 잘 대처하고 있고 큰 문제는 없으며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학교수 등 전문의 의료진들이 이탈하게 된다면 정말로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이다. 이미 인턴들의 임용 포기 이후 벌어질 연쇄반응으로 향후 5년간의 전공의 부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여기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책은 없어 보인다. 응급환자는 전세기를 태울 수도 없다. 응급의료는 이미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 불가능해졌다.

정부는 정치적 시간끌기를 중단하고 처벌을 하려면 처벌을 하고 대화를 하려면 대화를 하라.

사태 발생 이후부터 강력한 처벌을 한다고 했다가 유연하게 대응하라고 하고, 협상은 없다고 하면서 대화는 하자고 하는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정부의 입장이 그토록 떳떳하고 정당하다면 전공의들과 의대교수들의 사직서도 모두 즉시 수리하고 의과대학 학생들의 휴학도 조건없이 승인하라. 정말로 죄를 지었다면 행정처분도 내리고 집행부에 대하여 형사처벌도 진행하라. 진정으로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의 입장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의대증원은 의료개혁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저렴하며 수준이 높았던 우리나라 의료를 대체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것인가?

의료개혁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목표부터 제시하라. 10년 후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의료개혁이고 특별위원회에서 수행할 일이다. 의대증원을 통해 의료계를 길들이는 것이 의료개혁이라는 잘못된 망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미래의 희망이 없어진 전공의들이 자발적 사직을 한 것이기에 아무리 논의와 협의를 한들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이 사태의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한 것이다. 

이 사태 해결을 위해 사용한 돈이 이미 5천억이 넘는다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도 알수 없다고 한다. 이 돈이면 아주대 외상센터급의 권역외상센터를 2-3개 지을 수 있는 돈으로, 사태발생 이전에 필수의료 현장에 투입되었다면 이토록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에게 현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응방안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응급실 사직을 포함한 구체적 행동을 준비할 것이고, 이와 별개로 수 많은 전문의들이 자발적으로 현장을 떠날 것이다.

지난 30년간 피땀 흘려 지켜온 응급의료체계는 붕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재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현장을 지키는 단 하나의 이유는 우리가 최후의 보루이며 우리가 무너지면 이 나라의 의료가 무너진다는 위기감 때문이지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찬성하기 때문이 아니다. 존중은 말이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전공의들에 대한 무지막지한 초법적인 금지명령들과 협박은 그대로인데, 앞으로 존중하겠다고 하는 말은 공허한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진정으로 대화를 원한다면 이런 금지명령들부터 철회하라.

이제는 정말 서로에게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 이대로 계속 시간이 지나면 환자들의 피해는 커져만 갈 것이고, 사태를 촉발한 정부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는 의대증원을 포함한 모든 의제들을 백지화하고 의료계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진지한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

2024년 4월 7일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