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A 글로벌 포럼...의협, 한국의료 상황 각국 의료계 대표와 공유
도경현 이사 "무분별한 의대정원 확대로 갈등" 국제사회 관심 환기
세계의사회장 "의대생과 젊은의사들의 의견, 미래의료 중요한 가치"
각국 의료계 대표들이 작금의 한국 의료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의료 전문가인 의사가 의료정책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며, 근로자로서 단체행동 등의 권리 또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6일 세계의사회 서울이사회 사전행사 성격으로 '대한의사협회(KMA) 글로벌 포럼'을 열고, 의대정원 증원 논란 등을 중심으로 한 국내 의료 주요이슈를 각국 의료계 대표들과 공유했다.
발표를 맡은 도경현 의협 국제이사는 ▲간호단독법 ▲수술실 CCTV 법제화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 ▲한의사의 불법 현대의료기기 사용 시도 ▲필수의료 살리기 노력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문제 등을 한국 의료 주요 이슈로 꼽았다.
도 이사는 "대한민국 정부는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살린다는 명분을 앞세워 지난 2월 의대정원을 현재보다 65%가량 대폭 증가시켜 2025학년도부터 2000명 증원하고, 2035년까지 1만명 늘린다는 내용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의대정원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고 최근 한국 정부의 의대증원 추진 상황을 알렸다.
특히 "한국 정부는 그저 국민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적다는 이유로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했으며, 의사인력의 필수·지역의료 유입 방안이나 증원규모 결정과 관련한 객관적·과학적 근거 등은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은 도 이사는 "이로 인해 현재 전공의들이 사직을 통해, 대한의사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규모 집회와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정부의 불합리한 결정에 대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 이사는 "한국의사들은 정부의 무분별한 의대정원 확대가 의료 붕괴를 초래할 수 있음을 강하게 우려하며 정책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의 해법은 의사 수 증원이 아니라 그 분야를 활성화시킬 유인기전과 실질적 방안"이라고 강조하고, 이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을 환기했다.
이어 "대한민국 의사들은 각자의 직역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책임과 사명을 다할 수 있는 의료정책과 제도가 구현되길 희망한다"면서 각국 의사들의 지속적인 지지와 연대를 요청했다.
안덕선 전 세계의학교육협회(WFME) 부회장은 의사 전문성 확보를 위한 자율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부회장은 최근 한국에서 젊은의사들이 집당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과 면허상실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하면서 "의사들의 전문성이 법적 판단과 정부의 징벌적 조치에 의해 결정되어, 의료의 질 향상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은 의사 자율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안 부회장은 "자율규제가 약한 아시아 국가들은 국제적인 협업과 협력을 통해 자율규제 도입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각 국 의료계 대표들은 자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요 의료 이슈를 다룸에 있어 정부당국과 의료계의 협력은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윤리적 기준을 따르면서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의사들이 근로자로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일이 제한을 받아서는 안된다는데도 의견을 함께 했다.
루자인 알코드마니 세계의사회장은 특히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이 의료정책에 관해 적극적으로 의견 표명을 할 수 있는 것은, 미래의 의료시스템을 만들어가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독일의사회 관계자는 "독일의 경우 정부와 (의료계가) 민주적인 방법으로 소통한다"면서 "한국 역시 이와 같은 방식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세계의사회는 국내 의대증원 논란과 관련해 2차례 성명을 내어 한국 정부에 의사들에 대한 강압적 조치들을 중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지난 3월, 한국 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전공의 집단행동 교사혐의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지도부를 경찰 고발하는 등 문제가 표면화되던 때다.
세계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개인 사직을 막고, 학교 입학 조건을 제한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잠재적인 인권 침해로 간주돼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단체행동권은 보편적인 권리"라고 강조하고 한국 정부에 "의료계에 대한 강압적인 조치를 중단하고, 의료계가 제기하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건설적인 대화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루자인 알코드마니 세계의사회장은 연이은 영상 연설을 통해 "한국 정부는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기로 결정해 의료계에 유례없는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하면서 "세계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를 지지한다. 한국 의사들과 함께 연대해 의료인으로서 가치를 지켜 나가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