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의료가 진짜 필수의료…정부 내 전담부서 설치 필요

중환자의료가 진짜 필수의료…정부 내 전담부서 설치 필요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4.04.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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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중환자의학회, 제44회 국제학술대회·3회 한국-대만 공동심포지엄 성황
정부 필수의료대책 '중환자' 없어…의료진 번아웃 이어지면서 진료 어려움
사태 해결되더라도 인력수급 큰 차질…"결국 필수의료 붕괴시키는 직격탄 될 것"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5∼26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44회 대한중환자의학회 국제학술대회 및 3회 한국-대만중환자의학회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진전된 중환자 진료 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5∼26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44회 대한중환자의학회 국제학술대회 및 3회 한국-대만중환자의학회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진전된 중환자 진료 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중환자의학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한데 인식은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안전한 진료 환경 구현을 위해 중환자 분야 처럼 중요한 게 없습니다. 고통스러운 현재의 의료 혼란을 통해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5∼26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44회 대한중환자의학회 국제학술대회 및 3회 한국-대만중환자의학회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진전된 중환자 진료 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올해 학술대회의 주요 프로그램 소개와 함께 전공의 사직 여파로 겪고 있는 중환자실 진료의 어려움이 주로 노정됐다. 간담회에는 서지영 회장(성균관의대 교수), 조재화 차기회장(연세의대 교수), 박치민 총무이사(성균관의대 교수), 홍석경 기획이사(울산의대 교수), 장철호 홍보이사(연세의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먼저 홀대받는 중환자 분야에 대한 아쉬움이 전해졌다. 

홍석경 기획이사는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을 보면 10조원 이상 투자하는데 중환자 지원 부분은 빠져 있다. 현재 중환자실은 다른 분야에 비해 전공의 의존도가 높다. 치료장비들이 전문화되면서 많은 인력도 필요하다. 전공의 부재에 대한 상대적인 결핍도가 높다"라면서 "최근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안부인사를 받는다. 무엇이든지 도와드릴테니까 중환자실을 지켜달라거나, 건강은 괜찮은지 등을 물어온다. 오롯이 중환자실을 지키고 있지만 당직이 이어지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가늠키 어렵다"고 토로했다. 

의료 사태 속에서도 중환자실을 지키는 이유로는 사명감을 꼽았다.

서지영 회장은 "결국 사명감이다. 환자를 지키겠다는 생각에 이 길에 들어섰지만, 최근 의사집단을 돈만 아는 파렴치한 직군으로 매도되는 상황을 접하면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환자를 버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치민 총무이사는 "중환자실은 업무강도가 높지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진료 질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의료진은 그만큼 소진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철호 홍보이사는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중환질로 올 수 밖에 없다. 중환자실은 병원에서 가장 핵심이다. 많은 분들이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를 위해 의료진은 연구하고 공부하고 노력한다"라면서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지만 환자를 놓을 수 없다. 생명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열악한 상황이지만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좋은 상태에서 환자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가 다양한 의료영역에 미칠 비관적인 전망도 이어졌다. 

홍석경 기획이사는 "중환자실은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더라도 인력 수급에 큰 문제 발생할 것이다. 전공의들은 이번 상황이 좋게 끝나더라도 100% 모두 돌아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의 무모한 시도는 필수의료를 붕괴시키는 직격탄이 됐다. 올해는 기대할 게 없다"고 단언했다.

중환자 분야에 대한 관심도 재차 촉구했다.   

서지영 회장은 "이번 사태는 여러 가지 인력의 흐름을 끊기게 했다. 앞으로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정부 내 중환자를 전담하는 부서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어 왔지만 외면하고 있다. 한방의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공무원들은 있지만 중환자를 위해 고민하는 공무원은 전혀 없다. 중환자를 제대로 치료·관리하는 시스템이 관심 밖에 머물고 있다"라면서 "필수의료패키지 그 긴 문서에도 중환자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다. 진짜 필수의료는 중환자의료"라고 말했다

의료진의 번아웃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박치민 총무이사는 "번아웃은 이미 와 있다. 당직을 설 때마다 더 이상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선다. 중환자실 진료는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얼마 남지 않았다. 결국 중환자 전문의가 아닌 다른 분야 의사들이 진료하게 될 수도 있다"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인력수급에도 악영향이 미친다. 해마다 80∼90명 정도가 수련을 받고 중환자 세부전문의로 배출된다. 과연 내년 수련자를 얼마되 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홍석경 기획이사는 "의료질이 유지될 수 없다. 현재 수술이 줄었기 때문에 일부 중환자실은 축소 운영중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중환자실은 통합 운영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안전사고도 빈발하게 된다"라면서 "의료진이 번아웃되는데 어떻게 안전성을 지킬 수 있나. 다시 말하지만 이번 사태는 필수의료 붕괴를 촉발시키는 직격탄이 됐다"고 비판했다. 

조재화 차기회장은 "중환자실은 인과 관계가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환자 상황이 나빠지고, 좋아지지 않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결과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자괴감이 든다"라면서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에 대한 형사처벌을 기점으로 소아청소년과 지원이 줄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 이후 또 어떤 일이 생길지 걱정이다. 빨리 끝나는 것도 중요하고 수습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올해 학술대회에는 22개국 1278명의 중환자의학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14개국에서 접수한 초록 236편을 발표하며, 구연 59편, 포스터 토론 83, E-포스터 94개가 공유된다.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쇼룸에서는 환자의 중증도 및 경과에 따라 3개의 세션(중증, 경증에서 중등도 중증, 중환자 재활)으로 나눠 각각의 단계에 있는 환자의 치료에 필요한 약품 및 최신 의료기기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전시했다. 

주요 강연 프로그램으로는 먼저 조재화 차기회장이 대한중환자의학회 학술지 <Acute and Critical Care>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강연했다.  

Jorge Hidalgo 교수(세계 집중치료 및 중환자치료 연합)는 '다시 찾아올 팬데믹에 대비해 중환자의학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에 대해 진단하며, 대만 Chang Gung Memorial Hospital Kuo-Chin Kao 교수가 대만의 중환자의학 분야에서 전문성 개발에 대해 강연했다.  

26일에는 John G. Laffey 교수(University of Galway)가 '중환자실에서의 임상시험', Kar-Lok Wong 교수(Kuang Tien General Hospital)는 '중환자실에서의 의료에 인간미 부여' 등을 주제로 강연이 이어졌다. Moritoki Egi 교수(Kyoto University hospital)는 중환자의학 분야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어떻게 관계를 발전시켜왔는지에 대해 살폈다. 

중환자의학에서 인공지능 활용 현황과 전망을 진단하고, 신경계, 외과계, 순환기계 중환자, 신속대응시스템, 패혈증, 어려운 기도관리, 에크모 등에 대한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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