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장관 배우러 갔던 일본, 의대증원 이렇게 안했다

조규홍 장관 배우러 갔던 일본, 의대증원 이렇게 안했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4.29 20:53
  • 댓글 1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의사부족 경험한 일본, 의대증원 부작용 없다"는 정부
17년간 1778명 점진적 증원으로 충격 완화, 한국은 한 번에 2000명​↑
일본 객관적 추계기구 운영, 위원 22명 중 16명 의사 배정 전문성 보장

ⓒ의협신문
일본을 방문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사진 제공=보건복지부)

의대증원 혼란이 길어지면서,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와 의사 부족 문제를 겪었던 일본의 사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이를 의대증원의 성공 사례로 언급하며 증원정책의 당위성을 주장해왔던 상황.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앞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월 일본을 방문해 다케미 게이조 일본 후생노동성 장관과 가마야치 사토시 일본의사협회 상임이사, 가타미네 시게루 일본 의사수급분과회 회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우리보다 앞서 의사인력 확충 정책을 이행한 일본의 경험을 청취하고, 국내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해법을 찾기 위한 자리였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이후 정부는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어, 국내 의사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우리보다 먼저 의사부족·의료이용 증가를 경험한 일본은, 의사 부족에 공감하며 갈등없이 의대정원 확대를 이행했으며, 의대증원 후 지금까지 교육의 질 저하·의료남용 등의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고, 의대 증원 후 의사수급분과회를 구성해 증원효과를 점검하고, 정원 조정 등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와 유사했던 일본의 사례를 볼 때, 의대정원 확대를 국민 건강을 위해 한시라도 늦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의협신문
보건복지부 블로그 갈무리

#1. 일본 의대정원 1778명 증원, 17년 걸렸다

일단 일본이 지역의사 확보를 위해 의대증원을 추진한 것은 맞다. 다만 그 숫자는 2007년 7625명에서 2024년 9043명으로, 의대정원 1778명을 늘리는데 걸린 시간은 17년이다. 

우리나라처럼 한 해에 2000명의 정원을 단기적으로 늘린 경험은 없다는 얘기다. 점진적인 의대증원이 이뤄진 만큼 급격한 정원확대로 인한 교육 질 저하 가능성은 당연히 낮아진다.  

그 배분방식도 주목할 만 하다. 

정진행 서울의대 교수연구팀이 일본 문부성과 후생노동성의 의사수급분과회 회의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본의 2007년∼2008년 의대증원은 아오모리현·이와테현·아키타현·야마가타현·후쿠시마현·니가타현·나가노현·기후현·미에현 등 의사가 극히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 각 10명의 지역의사 선발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후 지역의사확보와 연구의사양성을 위한 증원이 해마다 추가로 진행됐는데, 그 규모 또한 크지 않다. 2023년 기준 지역의사확보를 위해 추가적으로 선발된 인원은 961명으로 전년대비 53명, 연구의사 수요에 대응한 증원은 27명으로 전년도와 같았다.

정 교수팀은 "일본의 경우 국가경제와 인구규모가 한국보다 휠씬 크지만 증원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다"면서 "점진적인 증원이나 감원이 이뤄지므로 급격한 변화 없이 적응이 용이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일본 의대증원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허용한다"는 점도 짚었다. 

#2. 의대정원 정하는 수급분과 위원 22명 중 16명은 의사

정부는 의사수급분과회 사례를 들어 일본도 사회적 논의체를 통해 의대정원 조정을 논의, 결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보건의료정책심의원회에서 의대정원 증원의 건을 논의하고, 최근 의료개혁특위를 만들어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을 테이블 위에 올리며 사회적 합의를 강조해왔던 정부다.

보정심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해 총 25인으로 구성됐는데, 이 중 의사는 대한의사협회장과 대한병원협회장 단 2명이었다. 최근 구성된 의료개혁특위 또한 총 27명 정원 가운데 의사에 배정된 몫은 의협과 병협,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학회 등 6명이다.

상반되게도 보정심의 경우 정부에 배정된 몫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기획재정부·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환경부·고용노동부 차관·식품의약품안전처장등 8명이나 됐다. 의사보다 공무원에 배정된 자리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정부가 예로 든 의사수급분과회는 총 22명 가운데 16명이 의사 몫이다. 의사수급 상황을 추계함에 있어 그 전문성을 고려한 결과다. 

아울러 회의 이전에 회의자료 전체를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하고, 회의를 마친 후에는 회의록 전체를 가감없이 공개해 그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다.

#3. 일본의 의료개혁은 의대증원이 아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번역한 일본 재무성 회의 자료 ⓒ의협신문
일본 재무성 회의 자료(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일본은 현재 의사 공급 과잉에 대비한 의대정원 재조정을 고민 중이다. 

일부 언론을 통해 일본히 현재 추진 중이라고 알려진 '의료개혁'의 방향성은 의대증원이 아니라, 향후 의사수급 전망에 근거해 의학부 정원의 적정화를 실시해야 한다는 쪽에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당시 회의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본 후생노동성은 2020년 의학부 정원을 전제로 장례추계를 실시, 2029년에 의사 수급이 균형을 이루게 되고 그 이후 의사 공급이 과잉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런 전망에도 불구 의대정원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인만큼, 의대정원의 적정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해당 회의 자료에 포함된 의견이다. 

1970년에는 18세 인구 중 436명에 1명 꼴로 의대에 진학했지만, 2024년 의대정원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2025년에는 18세 인구 약 85명에 1명 꼴로 의대에 진학하게 된다는 추계도 붙었다. 

이에 대해서도 18세 인구 중 의사 양성 수 비율을 현재 수준으로 되돌리려면 의대정원 수에 대한 대폭 삭감이 필요하다는 분석결과가 회의자료에 함께 담겼다.

정진행 교수 연구팀은 "일본은 이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미 지난 3월 말 2026학년도 의대정원 규모를 확정했다"면서 "내년도 정원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대혼란인 우리와 이웃나라 일본에는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이냐"고 자조섞인 물음을 남겼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