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미복귀 시나리오, 후폭풍 최소 10년 간다

전공의·의대생 미복귀 시나리오, 후폭풍 최소 10년 간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5.2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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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이클 쉬어 가면 된다'는 정부, 의료현장 전혀 모르는 막연한 낙관
내년 신규 의사 3000명-전문의 3000명 허공으로...연쇄 파장 불가피
올해는 텅텅-내년 유급·신입생 7600명 한 학년에...콩나물시루서 부실교육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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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의대 정원 증원안이 반영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심의·확정했다. 27년 만의 의대정원 증원이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대교협이 확정된 변경사항을 대학에 통보하면, 각 대학은 31일까지 이를 반영한 '2025학년도 모집요강'을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의료계는 우려에 찬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가 의견 수렴없이 의대증원 결국 강행할 경우 전공의와 의대생의 현장 복귀가 더욱 요원해지는 까닭이다.

혼란도 계속된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공백은 국내 의료현장에 돌이킬 수 없는 여파를 미치게 된다. 의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부는 말하지 않는,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은 눈 앞에 미래에 관한 얘기다.

# 전공의 공백 '한 사이클 쉬어 가면 된다'는 정부

정부는 혼란의 수습을 낙관하고 있다. 의대증원 절차에 마침표가 찍힌다면 전공의 복귀와 의료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브리핑에서 전공의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책을 묻는 질문에 "한 사이클 쉬어가는 문제가 있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 공백 때문에 의료체계가 크게 부담을 갖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시험을 한 해 못 봐서 그럼 공백이 생겨서 현장 의료에 큰 혼란이 있을 것이냐는 얘기인데,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이탈한 상태로 영원히 간다면 굉장히 그 문제가 심각해지겠지만 어느 시점에는 모든 것이 해결돼서 다 복귀가 된다면 (문제가 되겠느냐)"고도 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의료에 몰이해에서 나오는 괘변"이라며 "현 전공의 공백 사태의 파장은 최소 10년 이상 우리 의료체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대생 집단유급 상황 또한 그 파장이 크다고 우려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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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 불편 이대로 감내해야, 전문의 미배출 또 다른 파장

상황 변화없이 전공의들이 이대로 1년 간의 시간을 보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재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혼란 상황은 그대로 이어진다. 입원이나 검사, 수술이나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지금의 불편을 언제 나아진다는 기약도 없이, 고스란히 환자들이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형병원 적자행진도 이어진다. 세계에 자랑했던 K-의료 인프라 붕괴를 우려할 처지다. 

최근 상급병원 입원 환자 숫자는 의대증원 사태 이전과 비교해 60∼7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공의 인력 공백으로 병원들이 진료량 조절에 나설 수 밖에 없던 탓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아예 수술을 못받거나 입원을 못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평시와 같은 진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개개인의 사정이 달라 이를 수치화할 수 없을 뿐, 이 가운데는 충분히 입원했어야 하는 환자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사정이 달라질까? 정부의 낙관과는 달리,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파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통상의 의사인력 양성과정과 지금 전공의들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다. 

의료계는 내년 배출될 전문의 인원이 100명 내외 극 소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000명 통상 인원의 3% 수준이다. 전문의 시험을 치러야 할 고년차 전공의 대다수가 응시자격 미달 처리될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전문의 배출 인력 감소는 곧 전임의(팰로우) 채용난으로 이어진다. 통상 전공의들은 기본 수련교육을 마친 뒤 팰로우 형태로 병원에서 진료와 함께 세부 전공과목 수련을 이어간다. 팰로우는 전공의와 마찬가지로 수련병원들의 주된 활동 인력이었다.

김대중 내과학회 수련교육이사(아주대병원 내과)는 "내과의 경우 보통 연간 600명 정도의 전문의가 배출되고, 이 가운데 500∼550명 가량이 전임의 형태로 병원에 남아 일했다"면서 "신규 전문의가 나오지 않으면 팰로우로 채용할 인력도 부족해질 것이고, 대학병원 교수 요원 또한 부족해진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 자긍심 잃은 전공의들, 필수과 이탈현상 심화 

더 큰 문제는 더 이상 병원 현장을 지키지 않겠다며 수련을 포기하는 전공의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른바 필수과에서 이 같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단순히 전공의 1년 공백을 넘어 회복 불가능의 지점이다.

김대중 이사는 "금번 사태에 대한 충격으로 의사 진로 또는 전공의 수련자체를 포기하는 인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도 이탈자를 감안한다면 내후년 그 후년에도 평시와 같은 전문의 배출은 기대할 수 없다"고 봤다.

"전공의들은 이번 사태로 자긍심을 잃고 회의감에 빠져있는 상태이며 특히 필수과의 상처가 크다"고 전한 김 이사는 "단언컨데 현재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1년 뒤 모두 돌아와 병원 현장이 원상회복 가능성은 전혀 없다. 적어도 향후 5년 10년간 정상화는 요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의료취약지 의사 접근성은 더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 군 복무 문제로, 전공의 공백의 여파가 병원을 넘어 의료취약지 진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통상 남성 의대생들은 의사면허 취득 후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거나,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 획득을 획득한 후 군의관으로 근무한다. 신규 면허 취득자가 없거나 신규 전문의가 없다면 이들 인력 보충에도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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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25학번 한 학년에 7600명, 누구도 감당 못할 '최악의 상황'

의대생 무더기 유급이 몰고 올 파장도 크다. 당장 내년 신규면허 취득자는 제로, 반대로 '7600명'이 한 학년으로 함께 교육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이는 현 정원의 3배에 가까운 수치로, 교육 현장에 대혼란이 예상된다.

한 의과대학 교수는 "무더기 유급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내년 국시응시자는 0명이 된다"면서 "정부는 의사인력 부족으로 하루가 급해 당장 내년부터 2000명 정원을 늘려야한다고 밝혔지만, 결국 그보다 많은 3000명의 신규 의사 인력을 잃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대로 "의대생들이 1년 뒤 복귀한다면 내년에는 24학번 복학생과 25학번 신입생 도합 7600명이 한 교실에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정부가 정원을 5000명으로 늘린다고 했을 때도 부실교육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그 숫자가 7600명이 된다면 감당할 수 있는 대학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학년 '7600명' 사태는 한 해 우격다짐식 교육으로 넘길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해당 학년은 6년의 의과대학 교육과정, 이후 4년의 전공의 수련과정까지 10년을 함께 간다.

김대중 이사는 "7600명 동시교육은 이뤄질 수 없을 뿐아니라 꾸역꾸역 한다고 해도 향후 전공의 과정까지 그 여파가 이어진다"면서 "일례로 해당 학년이 전공의가 되는 2031년 전공의 정원을 일시적으로 늘린다해도 병원의 수요 등을 고려할 때 그 절반 정도를 수용할 수 있을까 말까다. 절반은 전공의 수련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추진으로 애꿎은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혜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내년 8000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수업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은 의대교수들은 물론 당사자인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크게 걱정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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