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애매' 틈타 은근슬쩍 공개 강의까지?

한의사 초음파 '애매' 틈타 은근슬쩍 공개 강의까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05.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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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업체 마케팅 공세, 한의계 무리수 부채질
한의계 노림수...초음파 활용 많이 하면, 수가까지 슬쩍?

ⓒ의협신문
ⓒ의협신문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제도권 밖'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의계가 한의사 초음파 사용의 불명확한 상황을 틈타 공개 강의까지 진행,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한의계는 2022년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했다"며 확대 해석하고 있다. 

한의원·한방병원 광고에 초음파 기기를 활용하는 사례가 느는가 하면, 최근에는 학술대회 등에서 공개 강의를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 지난 한달 동안만 해도 한의계는 한의사 대상 '초음파 강연' 및 '초음파 활용 봉사활동'을 수차례 공개·홍보했다.

특히 새로운 시장을 노린 의료기기 회사들의 마케팅 공세는 한의계의 '무리수'를 부채질하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도 정리 못 한 '회색지대'...의료기기 업체들의 활성화 결의

초음파 진단기기 공급·수출 회사인 ㈜파인드메드는 지난 2일 16개 업체들과 함께 '한의약산업 활성화를 위한 2024년 한의약산업 유통 사업자 간담회'를 주최했다. 장소는 한의협회관이었다.

김경태 ㈜파인드메드 대표는 "대법원에서 초음파 진단기기의 한의사 사용과 관련한 합법 판결 이후 초음파 기기의 보급이 활성화 되고 있다"며 "한의계가 미용진료의 한 축이 되기 위해 의료기기 및 관련 소모품이 풍부하게 공급될 수 있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필수조건"이라고 전했다.

정부도 정리하지 못한 '회색지대'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행위를 의료기기 업체들이 활성화 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결의한 셈이다.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강연 지원 등 의료기기 업체들의 마케팅도 활발하다.

대전광역시한의사회는 지난달 25일부터 진행한 베트남 의료봉사에서 초음파진단기기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삼성메디슨, 메디스트림에서 포터블 초음파 진단기기를 지원받았다는 점도 언론을 통해 언급했다.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역시 지난 17일 초음파 가이드 약침 술기 교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여기서도 한의계 플랫폼업체인 메디스트림과 함께한 행사였다는 점을 빠트리지 않고 보도했다.

지난 7월에는 의료기기업체인 ㈜동방메디컬과 ㈜7일 하베스트가 직접 한의사 초음파 시연을 진행했음을 알렸다. 향후 지속적인 교육 지원 방침도 함께 전했다.

한의계 노림수...초음파 활용 많이 하면, 수가까지 슬쩍?

한의계는 한의사 초음파 사용이 제도권 밖 행위임에도 정식 커리큘럼에 포함하는 한편, 진료 영역을 세분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인천광역시한의사회는 지난달 27일 '2024년 보수교육'에서 관절질환의 초음파 유도하 약침 시술법 강연을 진행했다.

오승윤 우석대 한의대 교수는 해당 강연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진료 영역으로 두경부·흉복부·하복부 및 부인과 비뇨생식기계등 골반부·표재성 연부조직 초음파(지방종, 낭종, 피지종, 결절종, 부종, 감염) 등을 언급했다.

이승훈 경의대 한의과대학 교수는 최근 한의사협회 기관지인[한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임상실습 교육의 일환으로 '초음파 유도하 침술 OSCE(객관구조화진료시험)'을 개발해 본과 4학년 침구과 실습생들을 대상으로 실습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도권 내에서 허용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커리큘럼에까지 적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초음파를 활용한 진단과 치료의 한의의료행위가 마련돼 적절한 수가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지금처럼 임상에서 초음파를 많이 활용한다면 초음파 의료기기 산업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속내도 밝혔다. 

제도권에 들어가지 못한 애매한 상황임을 인지하면서도, 한의사들이 활용을 '많이' 한다면 은근슬쩍 수가를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진단의료 기기 사용에 대한 무죄 결정과 한의사 초음파 사용 허용을 동일하다고 보는 것은 명확한 '오판'이라는 점에서 한의계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KMA POLICY 특별위원회는 작년 12월 '한의사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이 국민건강에 안전한가'주제 공청회에서 한의사 초음파 사용의 위험성을 짚었다.

특히 한의사 초음파가 신의료기술로 등재되지 못한 상태임에도  의료현장에서 이를 사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대해 "신의료기술평가를 획득하지 못했다면 사용하지 말거나 당당하게 등재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더이상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한 한의계의 의사 흉내 중 하나"라며 "의료계와 한의계는 학문적 기저가 전혀 다르다. 한의계가 일부 커리큘럼을 배운다고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노환규 위원장은 지난 2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의학적 분야에서는 특히 비과학적인 부분을 떨쳐내지 못하면 안 된다. 정부가 치료 효과가 입증이 안 된 부분을 방치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면서 "한특위에서도 한의사 초음파 사용을 포함해, 한의계의 비과학적 행태와 이로 인한 부작용을 집대성할 생각"이라는 계획도 전했다.

한의사 초음파 '애매' 상황, 언제부터?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의 애매한 상황은 작년 대법원의 판단 이후 벌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2년 12월 22일 초음파 검사를 한 한의사에게 의료법 위반죄를 인정한 1·2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진단기기 사용 자체에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9월 14일 한의사 초음파 사용에 대한 의료법 위반죄를 다시 심리한 결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과 동일하게 피고 한의사에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한의사는 68회 초음파 검사를 시행했음에도 환자의 자궁내막암 진행을 진단해 내지 못했다. 제도권에서 허용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시행해 환자의 진단·치료받을 기회를 박탈했음에도 이뤄진 판단에 의료계는 충격에 빠졌다.

중요한 점은 형사재판부의 이같은 판결이 곧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한방 행위를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는 정부가 비급여 혹은 급여로 승인을 내린 후에야 정상적으로 진료비를 받고 진료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다. 

현재 한의사 현대 진단기기 사용은 급여는 물론 비급여 행위로도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임의비급여 행위를 하고 진료비를 받으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행정처분을 내리고 '사기 혐의' 등으로 형사고발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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