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초, 전남 동·서부권 나뉘어 '의대 유치' 경쟁
여당 제22대 의료관련 1·2호 법안도 '의대 신설'
'의대 증원'으로 불거진 의·정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갈등 봉합에 나서야 할 국회의원들이 개원 초반부터 '우리 지역' 의대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남 동부권 국회의원들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순천대에 국립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순천·광양·곡성·구례군(갑)의원, 주철현 전남 여수시(갑) 의원, 조계원 여수(을) 의원, 권향엽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의원이 참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전남 서부권의 '목포의대 유치' 주장에 대한 '맞불 회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전남 목포시 의원은 22대 국회 개원 첫날이었던 지난달 30일 SNS를 통해 "목포의대 유치를 위해 보건복지위원으로 임명된 서미화 의원과 함께 끝까지 챙기겠다. 목포의대 유치를 반드시 해내겠다"고 밝혔다.
전남 동-서 갈등은 윤석열 대통령의 '전남 의대 신설 가능성' 언급 이후 심화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14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국립 의대 신설 문제는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전남도가 정해서, 의견 수렴해서 알려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의대 설립 추진을 주장해 온 순천대·목포대 중 하나의 대학을 정해 정부에 요청한다면, 의대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동·서간 유치 경쟁에 불을 지폈다.
문제는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에서 비롯한 의·정 갈등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
의료계는 전공의 대거 사직, 의대 교수 사직·단축진료, 의대생 수업 거부에 이어 전국 의사 총파업에 대한 투표를 진행 중이다. 정부 역시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도 지난달 2025학년도 대입 모집요강을 그대로 발표하는 등 의대 증원을 위한 절차를 강행했다.
의료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시점, 국회가 해결의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5월 28일 기자회견에서 국회의 적극 개입을 촉구했다.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는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현시점에서 22대 국회 개원을 손꼽아 기다린다. 2020년처럼 의료사태에 다시 한번 개입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실제 여·야 국회의원들은 지난 4·10 총선 당시, 너도나도 의·정 '갈등 해결사'를 자처했다. '의대 증원' 이슈가 판세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에 따른 행보였다.
정작 개원 초반. 국회의원들은 '우리 지역 의대 세우기'에 열을 올리는 양상이다. 특히 '전남의대' 이슈는 전남권 내 동·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가 나서 지역 내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여당에서 나왔던 제22대 국회 의료 관련 1·2호 법안 역시 '의대 신설'을 위한 것이였다.
국민의힘 김정재 포항북구 의원은 지난달 30일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료 관련 1·2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의학 교육과정을 신설하려는 인증기관 중 평가·인증 실적을 제외한 다른 지정기준을 모두 갖춘다면 '예비 인정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를 마련한 것. 신설 의대의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의도다.
김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부터 포스텍 의대 설립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법안 취지에서도 "개정안은 포스텍 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지난 4일부터 의료계 집단행동 전 회원 투표를 진행 중이다. 투표는 7일까지 진행된며 결과는 오는 9일 열리는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