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면 휴진 및 총궐기대회 예고 "대정부 투쟁!"
임현택 회장 "의대생·전공의 외침, 이제 선배들이 나설 때"
전국의사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의료의 심폐 소생'을 외쳤다. 의대 증원 등 무리한 정책 추진에 반발한 대표자들은 '큰 싸움'을 언급하며 의료계가 하나된 뜻으로 뭉칠 것을 선언했다.
전국의사대표자들은 9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 모여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투쟁 동력 결집을 위한 구호를 제창했다.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 정책 결정 이후 4개월. 의료계는 해결되지 않은 의료 사태 속에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작금의 의료농단을 전 의료계 비상사태로 선포하며, 의료정상화를 위한 강경한 대정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며 전 의료계 투쟁을 선포했다. 총력투쟁을 위한 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 구성과 더불어, 오는 18일 전면 휴진 및 의사·의대생·학부모·국민의 총궐기대회를 예고했다.
"의사들이 죽어가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큰 싸움을 앞두고, 의료계 결집을 위해 전 직역이 함께 한 자리에 모였다"며 "이제 14만 의사들이 정부와 여당의 회초리를 들고, 국민과 함께 잘못된 의료정책을 바로잡을 결정적 전기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계기로, 전 의료계가 하나된 뜻으로 뭉쳐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임 회장은 "지금까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행동해온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외침에 이어 이제 우리 형 누나들이 의사선배들이 나서야 한다"며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의료농단을 막아내고, 의료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망국적 의대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을 기필코 저지하겠다. 올바른 정책 수립을 위한 투쟁 전선 맨 앞에 설 것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고 외쳤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은 담화문을 통해 "작금의 모든 현실을 마주하는 선배 동료 후배 여러분을 보면서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 동안 대한민국의료를 이끌어 왔던 우리가. 왜 정부의 공공의 표적이 돼야 하며 국민의 질타를 받는 대상으로 낙인을 받아야 하나. 정권유지를 위한 소모품이 돼야 하는가"라고 한탄했다.
"내가 아닌 남이 나서주길 바란다면 의료계의 미래는 없다. 지금이 마지막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라면서 "더 이상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다. 결단코 하나됨에 필요하다"고 독려했다.
의대교수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과 동참을 호소했다.
담화문 발표에는 이진우 대한의학회장,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 고범석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공보담당이 함께했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아래 국민과 의료계가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의대 교육 파탄, 전공의 수련 부실화, 국민의료비 증가, 이공계 인력 파탄 등 여러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의 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중단 발표에 대해서도 '차별적 행정'이라며 비판했다.
의대 교수들은 "환자 곁에서 진료와 학문에 매진하던 우리 의사들이 의료 현장이 아닌 이곳에 모여 있다. 수년간 쌓아올린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무너뜨리고 나아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현 정부의 의료농단 사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전 세계가 부러워했던 한국 의료체계를 되찾기 위해, 다시 환자 여러분들의 곁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우리는 정부의 폭정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환자를 버린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임을 분명히 하며 "정부가 더 이상 의료정책을 정치적 수단과 도구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진료실에서 환자와의 신뢰와 믿음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도록 국민여러분께서 함께 동참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날 모인 각 직역 대표자들도 연대사를 통해 투쟁에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은 “의사의 쟁의활동은 불법이 아니란 것은 이미 세계의사회와 많은 선진국에서 확인된 바, 정부는 툭하면 초법적 명령을 만들어 강한 탄압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의료계를 향해서도 “이번이 의료계가 합리적인 요구를 할 수 있는 마지막 외침이 될 수 있다”며 “미래의 어떤 청사진도 현재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현재와 미래 의료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자”고 독려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정부는 의사 증원을 의사와 합의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하고, 업무개시명령과 압수수색부터 심지어는 변호사까지 경찰조사를 했다. 여의사 비하발언, 전세계로 환자 수송, 외국 의사 수입, 카데바수입 등 개탄스러운 정책과 발언을 남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사들이 강력히 반대해도 밀어붙였던 의약분업과 의전원 제도가 결국 실패했음을 정부는 기억해야할 것”이라며 “10년 후에나 활동할 의료인력을 위해 당장 의료를 멈추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경고도 전했다.
홍순원 한국여자의사회장은 “정부의 막무가내식 정책 추진은 마치 살아있는 아이를 반토막내서라도 목적을 이루려는 가짜 어머니를 떠오르게 한다”며 “미래 의료를 책임질 전공의들이 자기 미래를 포기하게 하는 정책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짚었다.
홍순원 여의사회장은 “우리 의료계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정부에 한목소리를 내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끌어내서, 전공의 후배들이 마음껏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은 ‘의협이 개원의 중심 단체’라는 말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우리나라 6만 봉직의는 의협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흩어진 듯 보일지 몰라도 듣는 귀도 보는 눈도 분명히 있다”며 “투쟁 참가율 95%를 기록했던 과거 2000년 의약분업 때 봉직의들이 나섰음을 정부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전공의와 의대생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우리는 의협 지휘 하에서 일사불란하게 똘똘 뭉쳐 승리의 깃발을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