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전위술 결정 시 판단 기준 제공…부인과 종양학 치료 표준 제시
김기동·황우연 교수 공동연구팀 [Obstetrics & Gynecology science] 발표
김기동 분당서울대병원(산부인과)·황우연 경희대병원(산부인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초기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방사선 치료의 필요성을 평가하는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이 예측 모델은 수술 전 난소전위술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을 제시, 난소 기능을 보존하는 데 도움을 줄 전망이다.
공동연구팀은 '초기 자궁경부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 예측을 통한 난소 전위 결정: 한국 다기관 후향적 연구(KGOG 1042)' 결과를 [Obstetrics & Gynecology science] 최근호에 발표했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악성 종양으로 인한 여성 질환 중 네 번째로 많이 발생한다. 조기 진단 검사로 전체 발생률은 감소했으나 생식 기능을 보존해야 하는 젊은 여성에서의 발병률은 증가하는 추세다.
자궁경부암 환자는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자궁 조직 주변이나 림프절을 침범하는 등 위험 요소가 있으면 방사선 치료 대상이며 그렇지 않은 환자는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
방사선 치료 시 난소 기능 상실 및 저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난소의 위치를 방사선 치료 범위 밖으로 옮기는 '난소전위술'이 권장된다. 그러나 난소전위술은 그 자체로 난소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고, 복통·낭종·혈관 손상 등 합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 대상 환자에게만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는 수술 전 난소전위술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표준화된 지침이 없는 상태다. 전적으로 담당 의사의 경험에 기반한 판단을 따르다 보니, 난소전위술을 시행했는데 조직검사 결과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공동연구팀은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한부인종양연구회의 도움을 받아 2000∼2008년 자궁경부암으로 '변형 근치자궁절제술' 및 '근치적 자궁적출술'을 받은 20∼45세 환자 886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자궁경부암 수술 데이터에는 연령·병력·종양 크기·종양 유형 등 수술 전 변수까지 담겨 있다. 종양 크기가 크거나 주변 조직 침범 등 고위험 요소가 있으면 방사선 치료 위험을 양성으로 정의했다. 반면 이러한 요소가 없으면 음성으로 정의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계학습 분석을 통해 종양 크기와 연령을 기준으로 4개 하위 그룹으로 계층화했다.
분석 결과, 886명 환자 중 362명이 보조요법 위험 40.9%였다. 종양 크기와 나이를 사용하여 4가지 뚜렷한 보조 요법 위험이 있는 의사 결정 트리 모델을 생성했다. 구체적으로 종양 크기가 2.45cm 이하인 환자는 위험도(양성)가 낮았고(49/367, 13.4%), 종양 크기가 2.45cm∼3.85cm 환자는 중등도(136/314, 43.3%), 종양 크기가 3.85cm를 초과하면서 연령이 39.5세 이하는 고위험군(92/109, 84.4%), 종양 크기가 3.85cm 초과하면서 연령이 39.5세 초과 환자는 위험도가 가장 높았다(85/96, 88.5%).
연구 결과, 보조 방사선 치료가 필요할 가능성이 88.5%라는 점을 감안할 때, 종양 크기 3.85cm 초과이면서 연령 39.5세 초과인 환자에서 난소전위술을 강력히 권장한다는 것을 시사했다.
김기동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폐경 전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수술 전 예측된 위험도에 따라 난소전위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해당 모델을 임상에 적용함으로써 환자 중심의 치료와 부인과 종양학의 치료 표준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