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덫 놓은 정부, 의대 교수들 "못 믿어"
대한의학회 "정부, 독선적인 행위 그만둬야" 강조
전국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저항의 뜻을 표명하며 대한의사협회와 단일대오를 형성해 투쟁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을 위하는 듯 하면서 덫을 놓는 행태을 두고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대한의학회, 한국여자의사회는 18일 대한의사협회가 개최한 '의료농단 저지 총궐기대회'에서 가 참석, 의협 투쟁에 힘을 보탰다.
김창수 전의교협회장은 총궐기대회 연대사를 통해 "의대정원 증원은 절대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도외시하며 대한민국 의료와 국민건강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 행태에 전의협은 강력한 유감과 저항의 뜻을 표명한다"며 "대한의사협회와 단일대오를 형성하며 총력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고 밝혔다.
특히 오늘의 총궐기대회가 마지막 경고의 메세지를 보내기 위한 자리임을 강조한 김창수 회장은 "오늘 전의협은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 의사를 반국민적인 범죄자 집단으로 몰아가는 정부의 탄압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자리에 모였다"며 "의대 교수들은 14만 의사들과 힘을 합쳐 정부의 망국적인 의료정책에 끝까지 저항해가겠다"고 다짐했다.
전국의과대학쇼구비대위는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생등 후배 의사들에게 덫을 놓으며 협박하고 있는 태도의 문제점을 짚었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내린 각종 행정명령을 철회한다면서도 사직을 결정한 전공의에게는 명령 철회의 대상이 안되게 한 점과 의대생이 이번 학기에 휴학이나 유급을 못하게 되면 오는 9월 새학기에 들어가도 등록을 하지 않으면 제적이 된다는 점을 언급한 것.
안석균 전의비위원장은 "정부는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고 덫을 놓더니 교수에게 이 덫을 이용해 전공의와 학생을 협박으로 설득하라고 한다"며 "교수는 정부에서 요구하는 협조를 거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 의료사태에서 교수들은 직접적인 참여보다 정부의 해결을 기다리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정부만 믿고 더 이상 나아질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경이 됐다"며 "의대 교수는 전국 의사 가족과 함께 힘을 모아 정부의 무도하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또다른 연대사 발표자로 나선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국민을 향해 의사들이 거리에 나온 이유를 먼저 이야기했다. 그는 "주4일제를 논의하는 위원회가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의사들은 주6일 근무하는 게 당연하고 전공의들은 주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라며 "정부는 근거도 없는 행정명령을 내리면 의사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국민 생명을 지키는 의료시스템에 대해서는 세계에서 꼴찌로 돈을 쓰고 있다"라며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당연히 내야 할 국가 보조금도 절반밖에 내지 않으면서 국민이 내준 건강보험을 마치 자기돈인양 생색만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프고 힘든 환자를 지키는 것은 의사라는 점도 짚었다. 황 회장은 "환자곁에서 손을 잡아주는 것은 의사다. 책상에 앉아서 명령을 남발하는 공무원이 아니다"라며 "아플 때 가장 빨리, 제대로 치료받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의사들이 이 뜨거운 여의도 바닥에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국민 권리는 당연한 권리"라며 "이 권리를 지키고 국민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는 대한민국 정부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 역시 "정부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밑바닥에서 지켜온 전공의를 노예취급하고 있다"라며 정부를 향해 "독선적 행위를 그만두길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순원 여자의사회장은 "의료농단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가 모인 이자리의 진정한 뜻이 대한민국 사회에 제대로 전달되어, 진정한 의료개혁으로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될 수 있도록 의지를 보여주자"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