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의사들 의기투합 한 급여청구 참고서 '자신만만 보험청구'
"정당한 의료행위가 불법으로 둔갑하는 이유는 무관심 때문"
내과 개원의가 18년 동안 급여를 청구하면서 얻은 지식을 책 한 권에 담아 눈길을 끌고 있다.
김기범 원장(전북 김제, 김기범내과)이 동료들과 함께 만든 '쉽고 빠른 청구 길잡이 자신 만만 보험청구(보험청구)'가 그 주인공이다. 보험청구는 꾸준히 입소문을 타 최근 3쇄 인쇄에 들어갔는데, 지난 3월 출간한 후 약 4개월 만의 결과다.
18년의 개원 기간 동안 급여청구 과정에서 겪었던 크고 작은 실수들이 쌓여 그는 이제 자신 있게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급불능 결정을 10년 동안 모르고 방치했다가 수백만원을 손해 봤다. 요양원 야간진료 후 청구했다가 건강보험공단의 방문확인도 겪어봤다. 그가 겪었던 급여 심사 조정액(삭감액)은 60만원 정도라고 했다.
김 원장은 "심사결정통보서를 보면 지급불능 액수가 나온다"라며 "건수와 금액을 확인하면 되는데 그걸 안 보면 내가 청구한 것에서 '삭감 없음' 이라는 결정만 보고 지급불능은 모르는 채로 두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여 삭감 내용은 따로 통보가 오는데 지급불능은 통보가 오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들어가서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 김 원장은 청구를 잘하는 요양기관이 되기 위한 4가지 요령에 '심사결정통보서가 오답노트'라며 지급불능 확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기범 원장은 "급여 청구는 선배에게 도제식으로 배워서 시작하게 되고, 삭감이 되지 않으면 틀린 것을 그대로 반복하게 된다"라며 "그러다 갑자기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사후심사, 부당청구로 판별되면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는다. 처음에는 주변과 상의하지도 않고 있다가 한참 지나고 나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제도가 불완전하더라도 의사의 무관심이 정당한 의료행위가 불법으로 둔갑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라며 제도권에서 급여청구도 쉼 없이 공부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의료계에서 일반명사로 자리 잡은 '심평의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소리다.
김 원장은 매일 오전과 오후, 적어도 한 차례씩은 심평원이 운영하는 요양기관업무포털에 꼭 들어가고 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와 요양기관정보마당도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확인한다.
그는 "요양기관업무포털은 심평원과 요양기관을 연결하는 통로이자 요양급여 비법을 찾는 지도"라며 "급여고시 검색에도 유용하고 청구한 자료의 심사내역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심평원이 운영하는 주요 사이트와 연결되기 때문에 이곳과 친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보험청구 출간에는 김 원장을 비롯해 그와 뜻이 맞으면서 급여청구에 정통한 6명의 동료가 힘을 보탰다. 김종률 원장(김종률내과), 김태빈 원장(김태빈내과), 이창현 원장(서울행복내과), 이동길 변호사(법무법인 로베리), 최윤종 원장(연세최선내과)이 이름을 올렸다.
출판사랑 본격적으로 책을 준비한 것은 1년, 사전 준비작업은 3년이 걸렸단다. "제목을 정하는 게 특히 어려웠다"던 김 원장은 "책의 방향성은 급여청구의 꼼수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되고, 실수로 청구하다가 나중에 크게 폭탄을 맞는 방향을 예방하는 것으로 여기에 공감하는 동료들을 찾아 함께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건강보험 급여청구에 대한 총론을 시작으로 ▲급여와 비급여 ▲약제의 급여 ▲현지조사 사례 ▲건강보험공단 검진 ▲서류와의 전쟁 ▲내시경의 청구 ▲초음파 청구로 챕터를 나눠 집필했다.
김기범 원장은 "책을 처음 쓰려고 할 때 검색과 동영상 숏츠 시대에 누가 책을 볼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알아야만 스스로 검색할 의지가 생기기 때문에 책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막 개원 시장에 뛰어든 의사에게는 기초를 닦을 수 있는 참고서가 될 것이고 중급자에게는 급여기준을 복습하고 청구의 원칙을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