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학번 의대생 차마 못 뽑아"…교수들, 자괴감에 입시 탈주

"25학번 의대생 차마 못 뽑아"…교수들, 자괴감에 입시 탈주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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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 강력 반대했는데…파탄난 교육에 신입생 들이는 것, 못 할 짓"
사전 교육부터 출제 합숙까지, 쉽지 않은 입시 준비 "진료만으로도 버거워"

ⓒ의협신문
ⓒ의협신문

9월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일부 의과대학은 입시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교수들이 학생 모집 과정에 참여할 것을 거부해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그토록 증원을 반대했는데 증원된 2025학년도 입시에 손을 보태기에는 자괴감이 든다'며 입시 준비를 거절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모 의대는 교수들이 서류평가위원회, 문항출제위원회, 면접위원회 등 여러 위원회의 형태로 입시에 참여해왔다. 각 위원회는 통상 30여명의 교수들로 구성된다. 이 의대는 미니의대였지만 2025학년도 신입생 정원이 3배로 뛰었다.

정원이 늘었으니 입시 준비에 필요한 교수 인력이나 소요 시간도 2~3배로 는 셈이지만, 도리어 교수들이 참여를 꺼리는 엎친 데 덮친 격인 상황이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입시에 불참하는 한 교수는 "입시 준비에 참여하는 것이 마치 증원에 동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2025학년도 증원이 옳지 않고 교육 파탄을 가져올 거라는 걸 뻔히 아는데 어떻게 차마 손을 보탤 수 있겠나. 내년도 신입생들을 그런 환경에 끌어들이는 것도 못 할 짓"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학생들은 이때까지 휴학 승인도 교육도 받지 못했다. 전공의도 사직이 수리되지 않아 힘들어하며, 동료 교수들은 떠나고 있는 상황인데 도저히 입시 준비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5년 이상 서류평가위원회에 참여해 온 '베테랑' 교수도, 심지어 전임 학생부학장조차 사직서를 내고 2025학년도 입시 참여를 거절했다.

해당 의대의 학생부학장을 맡은 교수는 "입시 준비에 참여해주십사 여기저기 읍소하고 사정하고 있지만, 도저히 못하겠다더라. 참여 요청에 응하지 않은 교수만 이미 수십명"이라며 "오랫동안 입시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왔던 교수마저 삼고초려에도 끝끝내 거절하더라"고 비관했다.

그러면서 "9월에 원서접수를 시작하려면 입시준비 위원회를 서둘러 꾸려야 하는데, 교수들이 워낙 난색을 보이고 거절해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교수들이 밝힌 입시 '보이콧' 사유는 증원에 대한 자괴감 때문이지만, 의료사태에 따른 교수 업무량 증가로 애초에 참여가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교수들이 입시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품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해당 의대에서 입시준비 위원회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세미나와 사전교육을 받고, 토론과 합숙을 통해 문제를 출제한다. 입시사정관으로 위촉되는 교수는 사전교육만 40시간을 받는다. 출제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각 전형의 면접 전날 보안을 위해 1박 2일 출제 확정 합숙에 들어가고 면접이 끝난 후에야 나올 수 있다. 진료로도 버거운 교수들이 참여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더구나 증원이 전국적으로 이뤄졌음을 고려하면 늘어난 업무량은 증원분인 3배 그 이상이 된다.

전국적인 증원으로 인해, 이번 의대 입시에서는 합격해도 등록을 포기 하고 수도권이나 상향지원한 학교로 가는 이들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즉 신입생 충원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배수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예컨대 서류합격자나 면접 인원을 합격 인원의 5배수로 선발해 왔다면, 2025학년도 입시에서는 7배수 이상 선발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예비인원까지 고려하면 입시 업무량 역시 증원 배수 그 이상으로 늘어난다. 

학생부학장은 "이제까지는 교수들이 사명감을 갖고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서 자발적으로 헌신해왔다"고 돌이키며 "맡은 업무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입시 준비에 참여 중인 교수들도 교육자로서 자괴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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