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위에 전공의 몫 늘린다는데, 전공의가 왜 반대할까

수평위에 전공의 몫 늘린다는데, 전공의가 왜 반대할까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7.23 16:2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공의 위원 직접 확대 아닌, 복지부 장관 지정분 늘려 '논란'
입법예고 의견창 "복지부 입김 늘리려는 시도" 반대 '폭주'
정부 "전공의 자리" 해명에, 전공의 대표 "명백한 기망 행위"

ⓒ의협신문
ⓒ의협신문

정부가 추진 중인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을 놓고, 정작 당사자인 전공의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근본적인 개선대책은 외면한 채, 면피용 땜질처방으로 상황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전문가 위원 확대를 골자로 하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공의 이탈사태 해결책으로, 정부가 줄기차게 약속해왔던 전공의 처우개선 대책의 일환으로다. 전공의 수련환경 관련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전공의 위원의 숫자를 늘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말과는 달랐다. 

수평위원을 현행 13인에서 법에서 정한 최대 숫자인 15인으로 늘리긴 했는데, 전공의 대표자 몫이 아닌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의 숫자가 2명 늘리기로 한 것. 

현행 법령에서는 수평위원을 ▲의사회 중앙회 추천 1인 ▲의료기관단체 추천 3인 ▲의사회 추천 전공의 대표자 2인 ▲전공의 수련 교과과정 내용의 조직·편성을 담당하는 의료관련 법인 추천 3인 ▲보건복지부 소속 5급 이상 공무원 1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수련환경평가 전문가 3인으로 구성하도록 정하고 있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주요 내용.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주요 내용.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 1인 ▲대한의학회 3인 ▲대한전공의협의회 2인 ▲대한병원협회 3인 ▲복지부 공무원 1인 ▲장관 지정 전문가 3인이 그간 수평위원으로 참여했다.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수평위원 총원을 15인으로 확대하되, 대한전공의협의회 몫을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장관 지정 전문가의 숫자를 3인에서 5인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개인 SNS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수평위 전공의 위원을 1∼2인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제 말을 바꿔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 위원을 2인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아울러 수평위의 구성과 지위를 전공의 특별법 입법 취지에 맞게, 전공의를 보호하고 근로와 교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구로 재편해야 한다면서 △전공의 위원 비율 50% 이상으로 확대 △수평위 독립성 확보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입법예고 의견조회 결과도 부정적이다. 국민참여입법센터 해당 의견조회 창에는 23일 오후 2시 30분 현재 모두 611개의 의견이 달렸는데, 반대입장이 압도적이다. 

국민참여입법센터 입법의견 갈무리
국민참여입법센터 입법의견 갈무리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방법론적인 차이일 뿐, 전문가 위원을 3인에서 5인으로 늘린 것은 전공의 위원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권병기 중수본 비상대응반장(보건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23일 정부 브리핑을 통해 "복지부 추천 전문가를 3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현재 입법예고안은 전공의 추천 위원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다만 방법론에 있어 각 단체 추천 인원수 등을 고려해,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를 통해 전공의를 추천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8월 12일까지 입법예고를 진행 중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개정을 완료해 이르면 11월부터 수평위의 전공의 위원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박단 위원장은 '명백한 기망행위'라고 즉각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23일 오후 SNS에 추가로 글을 올려 "법률상 '전공의 대표자'와 '전문가'는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다"면서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입법 예고한 것은 수련환경평가에 관한 전문가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자를 3명에서 5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는 명백한 기망행위"라고 지적한 박 위원장은 "정부가 진정으로 전공의 위원을 늘리고자 한다면 그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나아가 전공의 위원을 2명만 늘릴 것이 아니라, 수평위 구성을 전면 개편해 전공의 추천 위원의 비율을 50%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