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건정심, 내년도 의원·병원 환산지수 인상 결정
환산지수 0.5% 일괄 인상, 남은 재정 모두 진찰료에 투입키로
내년 의원 초진료 1만 8410원·재진료 1만 3160원으로 조정
정부가 동일 유형 내 환산지수 차등 적용, 이른바 '환산지수 쪼개기'를 결국 강행했다. 유형별 수가협상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의료계는 현 제도의 문제점은 그대로 방치한 채 또 다른 기형적인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반발했지만, 다수 위원들을 등에 업은 정부의 뜻을 꺾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오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2025년 의원·병원 환산지수를 결정했다. 이들 유형은 지난 5월 진행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수가협상에서 협상결렬을 선언한 바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는 정부가 내놓은 환산지수 쪼개기안과, 대한의사협회가 요구한 환산지수 일괄 적용안 두가지 안건이 상정됐는데, 표결 끝에 결국 정부 안이 최종 확정됐다.
공단이 수가협상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제시한 수치인 1.9%만큼 재정을 투입하되, 이를 쪼개어 일부는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의원 전체에 뿌리고 일부는 초진·재진료 인상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수가 1.9% 인상 적용시 내년 의원급 의료기관에 추가로 투입되는 재정은 총 3300억원 정도인데, 이 중 860억원 정도를 환산지수 인상에, 나머지 2440억원은 초·재진료 인상에 투입하기로 했다.
일단 내년 의원급 환산지수를 0.5% 일괄 인상한다. 이렇게되면 의원급 환산지수는 93.6원에서 내년 94.1원이 된다. 행위별 상대가치점수에 94.1원을 곱한 값이 내년 해당 행위의 수가다.
초·재진료는 각 4% 인상하기로 했다. 환산지수 인상 후 남은 추가재정을 모두 여기에 투입하는 것인데, 정부 계산상 초진료와 재진료를 각 4% 인상했을 때 그와 비슷한 규모의 재정이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반영한 의원급 의료기관 초진료는 올해 1만 7610원에서 내년 1만 8410원(800원↑), 재진료는 올해 1만 2590원에서 내년 1만 3160원(570원↑)이 된다.
외과계 의원에 대해서는 관련 의사회 등과의 협의를 거쳐 조속히 수가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는 주문도 있었다.
병원급 의료기관도 유사한 방식을 적용받게 됐다.
공단 최종제시 수치인 1.6%만큼 수가를 인상하되, 병원급 환산지수를 기존 81.2원에서 내년 82.2원으로 1.2% 일괄적으로 올리고, 나머지는 ▲수술·처치·마취료 야간·공휴일 가산 확대 ▲응급실 응급의료행위 가산 확대 ▲토요가산 확대 적용 등에 쓰기로 했다.
요양·정신병원은 예외를 두어, 예년과 마찬가지로 환산지수를 1.6% 일괄 올리는 방식으로 수가인상을 적용하기로 했다.
수가인상분을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에 쪼개 투입하는 방식은, 유형별 수가협상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의료행위 수가는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점수 당 단가)를 곱한 값으로, 이 둘은 별도의 조정기전을 가지고 운영되어왔다. 상대가치점수 개정과 수가협상 두 가지 틀로다.
의료행위별로 모두 다른 상대가치점수와 달리 환산지수는 일종의 고정값으로, 수가협상제도가 시작된 이래 인상된 환산지수를 유형내 모든 항목의 점수에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의료계는 강력 반발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 겸 총무이사는 "정부가 진정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별도의 재정을 투입해 저평가된 유형의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정부는 법령에서 위임받지도 않은 환산지수 쪼개기라는 방식으로 저수가로 허덕이는 일차의료기관을 다시 한번 짓밟았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환산지수 차등 적용은 행위 유형간 불균형을 조장해 전문과목간 분열을 조장하고 수가 체계의 심각한 왜곡 현상이 발생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를 중단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수가 인상과 별도 재정을 투입한 수가 정상화를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건정심에서 결정된 의원·병원 유형의 환산지수는 고시 개정을 통해 확정된다. 함께 논의된 상대가치점수 조정 방안은 세부 조정안을 마련해 추가로 건정심의 심의·의결을 거쳐 적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