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이미 전문의 중심 "정부는 전향적 변화 보여야"
무대책·무근거 의대 증원 원인…'내·산·소·응' 같은 현상 나올 것
'기피과 중의 기피과'로 불리는 심장혈관흉부외과(흉부외과) 전공의가 전국 12명만 남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개혁신당 이주영의원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흉부외과의 전공의 소멸 현상을 전하면서, 정부의 '전문의·PA 중심병원' 추진은 현 의료사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짚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가 29일 밝힌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사직 현황 집계에 따르면, 전국에 107명이던 전공의가 12명만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심잘질환, 폐질환, 혈관질환 등 심장혈관흉부외과 시술들은 연간 2만 건이 넘게 시행되고 있다. 흉부외과 전공의 소멸 현상으로, 이러한 시술들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진 것이다.
이주영 의원은 "빛 좋은 개살구를 넘어 독이 든 성배나 마찬가지인 필수 의료 패키지와 파괴적 규모의 무대책·무근거 의대 증원이 발표된 후 남은 사람이 고작 12명이다. 그 중 절반은 내년이면 병원을 떠날 졸업연차들이다. 2025년이면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는 6명 남는다"고 정리했다.
"어제 최선을 다해 살던 병들이 내일은 당연히 죽는 병이 될 것"이라면서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전문의 중심 병원' 추진에 대해서도 비판적 평가를 내놨다. 전공의 양성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8월 말경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향의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9월 전공의 모집에 지원하는 전공의에 대해 전문의 자격 취득이 늦어지지 않도록 하는 특례를 적용키로 했지만, 하반기 모집에 지원할 전공의가 극소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문의 중심 병원 구조 전환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이주영 의원은 "정부는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전문의와 PA 중심병원은 교육을 포기한 병원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심장혈관, 흉부외과의 종말. 국민의 심장이 멈추고 골든타임은 몇 초도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가 "신입 전문의 배출 없이 전문의 중심병원은 불가능하다"며 "전공의들이 다시 꿈을 꾸고 환자 옆에 있을 수 있는 여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짚은 것과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이다.
흉부외과는 이미 오랫동안 '기피과'로서,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가 확립돼있는데 신규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으면 이조차도 지속할 수 없을 거라는 분석이다.
이주영 의원은 "정부는 충분한 협상과 회유를 했다고 반복해서 말하는데, 어째서 협상한 단체, 회유되는 사람 한 명이 없을 수가 있는가? 소통의 부재이고 정책의 실패이자 정부의 무능"이라고 질타하며 "대책 마련을 위한 신속하고 전향적인 변화를 즉시 보여주시기 바란다"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