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나간 의료개혁, 의료재벌과 보험사 배불릴 은밀한 민영화"

"엇나간 의료개혁, 의료재벌과 보험사 배불릴 은밀한 민영화"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8.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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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정책 공모전 수상작 ②] 우수상-수도권 소재 의대생(본과 2학년)
의료민영화 및 수도권 6600 병상 수급에 관한 보고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월 약 보름 동안 젊은 의사와 예비 의료인이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수 있는 의료정책 공모전을 진행했다. 의협은 400건이 넘는 의료정책 아이디어 중 2차에 걸친 심사를 거쳐 25개의 아이디어를 최종 선정했다. 지난 7월 약 보름 동안 400여건의 보건의료 정책 제안이 대한의사협회로 쏟아졌다.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한 분배라는 거시적 관점부터 응급의료 시스템 구축 같은 세부적인 아이디어까지… [의협신문] 수상작 중 젊은 의사들의 참신한 아이디어 5편을 공개한다. 시상식은 12일 오전 11시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우수상①-정치·경제·사회적 측면으로 분석한 현행 의료 제도의 문제점 및 의료계의 대응 전략
2. 우수상②-의료재벌과 보험사를 배불릴 은밀한 민영화
3. 우수상③-AGI와 누적 데이터를 활용한 의료수요 예측과 건강보험 재정 분배의 최적화 정책
4. 최우수상④-공공병원 의료체계 확립을 위한 제언
5. 대상⑤-Pre-ER 스크리닝 네트워크 시스템: 경증환자의 응급실 과밀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협력형 네트워크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한 의료정책 공모전 우수상 중 두 번째 소개할 내용은 수도권 소재 의대에 다니고 있는 학생 2명이 만든 보고서다. 두 학생은 정치적 견해를 가능한 배제하고 실증적 근거를 활용해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짚었다. 나아가 수도권에 들어온 6600개에 달하는 병상 수급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결국 의료재벌과 보험사를 배불릴 의료 민영화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고서의 모든 내용은 무엇보다 과학적이고 사실에 기반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데 가장 주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또 "오랜 기간 동안 고성장 시대에 무임승차해 지탱해 온 관료집단의 보건의료정책이 실패하고, 이런 역사가 반복돼 대학병원의 무분별한 팽창과 의료의 민간부문 쏠림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지 못했다"라며 "도리어 그 부작용이 훨씬 비대해지도록 도울 정책의 실태를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근거를 종합해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제도를 모색하고 있는 '결론 및 제언'을 소개한다.

III. 결론 및 제언

의료선진국 대한민국의 수명은 다해간다. 태초부터 잘못 설계된 정책은 경제발전의 황금기와 함께 대한민국을 일시적으로 의료선진국으로 만들었지만, 경기침체 국면과 저출산, 고령화를 맞이하며 나타날 의료 위기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신음하는 보건의료제도를 방치하여 의료선진국 대한민국이 숨을 거두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이루어진다면 관료집단의 독선에 죄를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의사들을 동반자가 아닌 적으로 인식하는 정부와 복지부의 독단과 편견'은 '말도 안 되는 필수의료 프레임'을 활용하여 에둘러 정당화되고 있다. 관료집단은 스스로의 정책실패를 의사들의 탓으로 돌리는 것도 모자라 의사들을 척결해야 할 부정으로 간주하여, 의료계에는 불신과 냉소가 자리잡았다. 한국 의사의 형사기소 건수가 일본의 265배, 영국의 895배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의료에서 이미 완전히 훼손된 사회적 신뢰를 방증한다. 이에 더하여 관료집단은 망가진 신뢰에 돌이킬 수 없게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보편적 건강보장과 의료의 질을 담보하고, 재정적으로 건전하고, 소수의 노동력 착취에 의존하지 않는 탁월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의료제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낮은 의료수가와 낮은 의료공공성은 반드시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둘 모두 한국 의료의 지병이며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하나만을 해결하려고 들면 문제가 훨씬 커진다. 

의료수가만을 개선할 경우 의료비가 폭증할 것은 자명하다. 의료공공성만 개선할 경우에도 의료비가 폭증하는데, 그 전례로 의료수가와 의료공공성의 악순환 해소를 모색하지 않고 공공의료만을 확충하였던 전 정부의 의료개혁은 예정된 실패를 맞이하였다. 같은 이유로 당장의 공공병원 및 공공의대 설립을 주장하는 진보진영과 의료계 소수의 주장도 의료대란에도 철저히 외면받는 공공병원처럼 실패할 것이다. 의료공공성이 정상적으로 확보된 시스템이 아닌데 무턱대고 공공병원만 지으면 지속적인 공공재원 유입이 중단되는 직후부터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료공공성 확대는 국민의 건강권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의료공공성을 줄여 건전 재정을 도모하면 공공지출만 감소할 뿐이지 민간부문에 의존하는 비중이 증가하여 도리어 의료비 증가를 불러오므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반면 의료공공성이 강화된다면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공공병원만을 공공의료로 정의하는 한국형 공공의료 개념을 폐기하고 공공의료를 보건의료제도 전반에서 찾아, 다시금 반복될 예정된 실패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보건복지부 정책 평가에 따르면 광범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의료접근성을 제고하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과잉 진료 등을 유발하여 건강보험 재정건전성 유지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의료공공성 확대에 따른 딜레마는 의료수가 개선과 병행한다면 앞선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대부분 해소될 것이다. 공공부문에서도 수익성이 충분하다면, 재원을 쏟아부어서 실패할 공공의료의 수명을 연장할 뿐일 시도보다 훨씬 근원적으로 의료공공성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수가제도를 지불제도 개편의 수준이 아니라 밑바닥부터 뜯어고쳐 제로섬 게임 형식의 출구 없는 수가협상으로부터 본질적으로 벗어나는 것이 의료공공성을 위한 멀지만 가장 빠른 길이다. 그 결과 공공재원을 올바르게 지출하여 일차의료체계를 구축하면 빠른 접촉을 통한 예방과 지속적 관리를 제공하여 의료비가 절감되고,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중증환자에 집중하여 전문적이고 비용효과적인 의료행위가 가능해진다. 

동시에 과다 의료이용과 민간부문 쏠림의 문제가 서서히 해결되면 의사 소득이 감소하는 영향도 있어 적정 수준에 머무른다. 보건의료제도 전문가들인 관료집단이 한국의 극단적으로 낮은 의료공공성을 모를 수는 없으며, 의료공공성을 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역행하는 시도는 지적 게으름의 소산이 아니라면 악의라고밖에 해석할 길이 없다. 의료공공성의 저해가 아닌 확충이라는 해결책을 관료집단이 진정 몰라서, 선한 의도로 국민을 속여서라도 낡고 무너져가는 의료시스템을 고수하고 유지하겠다는 뜻이라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가 암담하다.

일각에서는 한국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따라 전국민이 공적보험에 가입하여, 공공재원 지출은 작지만 의료공공성은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영역에서 공적보험이 100% 미만의 원가보전율과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매여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것을 두고 의료공공성을 거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공적보험의 경쟁력을 확보할 방법이 필요하다. 가령 독일의 의료보험 제도는 전국민의 보험 의무가입은 유지하는 동시에 공보험 조합도 120여개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여 공보험 조합간에도 경쟁 유발이 가능한 구조이다. 

반드시 이러한 형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적보험이 민영의료의 마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 결과 무의미한 재정지출을 계속하지 않더라도 의료생태계가 상생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본 보고서는 한국 보건의료제도의 과거와 미래를 논했다. '의료선진국 대한민국'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골든타임인 현재, 은밀한 민영화의 오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의료계와 정치권, 국민들 모두의 경각심이 필요하다. 정부는 관료집단의 무분별한 언설에 속은 잘못된 정책집행에 있어 비타협적인 태도를 버려야 마땅하다. 또한 정부는 '필수의료' 선봉에 선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와 대한내과학회가 현 정부의 의료정책에 고하는 강한 비판에 귀 기울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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