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처리특례법'.
법안 이름부터 마뜩잖다.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과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부르대면서 내놓은 법안이다.
의료계는 '특례'(特例)에 주목한다.
"이게 특례로 접근할 일인가."
한국 의료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가입자단체의 뜻을 외면한 강제 수가, '심평의학'이 전가의 보도가 된 강제 심사 등 온통 '강제의 굴레'에 갇혀 있다.
이런 상황 속에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질환을 치유하기 위한 선한 목적의 의료행위는 오늘도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모든 손발을 묶인 채 불가항력적으로 맞닥뜨리는 의료사고 책임까지 떠안고 있다.
언죽번죽 입맛대로 '의료는 공공재'를 내돌리는 정부에게 일말의 염치도 찾을 수 없다.
의료사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은 물론 의료계 내부의 원칙도 다져야 한다.
"정부가 '강제의 굴레'에 의료를 가둬 놓았다면, 선한 목적의 의료행위 중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정부 몫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의율은 특례로 규정할 게 아니라 정부의 책임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 판사의 일갈은 의미가 크다.
지난 2021년 이상덕 춘천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의료사고 발생시 국가배상책임 적용을 제안했다.
근거는 명확하다.
국가배상법은 공무원 보호(경과실 면책)도 입법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이행을 위탁받아 수행한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은 '실질적인 공무원'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국가배상법상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당연지정제를 통해 모든 의료기관과의료인이 개별적인 동의없이 원치 않아도 강제적으로 국민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동원되는데 경과실로 발생한 결과에 대해 막대한 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취지다.
비용 산정 문제도 짚었다. 요양급여 비용의 상대가치점수당 단가와 상대가치점수에 경과실 의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과 그에 따라 의료인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위험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의료사고 관련 법안 제정은 만시지탄이지만, 제정 자체보다 법안에 담길 내용이 더 중요하다.
정부 추진 법안에는 강제적으로 책임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사망'은 면책에서 제외된다. 또 처벌불원 의사가 없으면 형사처벌도 그대로 이뤄진다. 의료사고에서 '사망'을 제외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처벌의사'에 좌우되는 특례법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름만으로도 내용을 담보할 수 있다.
유감스런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