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의원 "소아·응급·흉부 동료 떠난 이유…생명 구하는데 감시용 바디캠 다는 꼴"
흉부외과 사직 전공의·교수 "정말 다 떠나…의료법적안전망, '지금' 안 하면 '재앙'"
무과실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책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수술과 소송 위험도가 높은 바이탈 현장의 사직 전공의와 교수들이 법적안전망이 '당장'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필수의료 기피에 의료사고 소송에 대한 두려움은 큰 요인이 아닌 것 같다. 사실 의사들이 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아니냐'는 발언에는 크게 반발하며, 현장 의료진이 느끼는 불안감을 이구동성으로 토로했다.
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19일 열린 토론회의 주제는 '의료분쟁조정'이었다. 필수의료 기피의 주요인이 '높은 수술 난이도 및 소송 위험도'로 지목되면서 채택된 주제인데, 이 전제에서부터 의견이 갈렸다.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언론에 알려진 억대 배상 판례는 일부일 뿐이다. 의료사고 판례와 관련해서는 소수의 사례가 전체를 대변하듯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의료사고 소송 건수 자체도 점차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윤구현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 중앙위원(간사랑동우회장)은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에서 보상한도 5억원 상품을 신설 후 3년간 가입 비율이 2%라고 한다. 의사들이 실제로는 고액배상 위험을 덜 느끼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소아응급실과 흉부외과를 지켰던 동료들이 모두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으로 떠났다"고 딱 잘라 말했다. "지금 무과실 의료사고 형사책임을 막아내지 못하면 다음세대 의료는 없다"고도 했다.
이주영 의원은 중대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에 의료진 책임을 묻는 것을 두고 "이미 화재가 일어난 곳에 사람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소방관 몸에 바디캠을 달고 초 단위로 지적하며 책임을 묻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물에 사람을 일부러 빠뜨린 것은 고의, 실수로 빠뜨린 것은 과실이라지만 의료진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러 들어간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10명의 의사 중 한 명만이 기소를 당해도 그 여파는 10명 의사 모두에게 미친다"며 "권리와 책임은 함께 가야 한다. 국가가 의료에 가격을 정해둔 이상, 국가가 의료의 공공성을 주장하려면 모든 법적 리스크를 개인에게 지게할 것이 아니라 책임 부분에서도 더 개입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플로어에서도 심장혈관흉부외과 사직 전공의와 교수들로부터 실제로 경찰조사를 받은 경험담이 공유되며 성토가 일기도 했다. 한 사직 전공의는 "의료사고 법적안전망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장담컨대 다음 세대는 심장에 문제가 있는 아기를 포기하고 70·80대 노인 심장수술은 하지도 못하는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비관했다.
곽재건 교수(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는 이번 의대증원 사태로 사직한 전공의의 이야기를 전했다. 곽재건 교수는 "대동맥 수술을 하고 싶다던 후배였다. 집에 돌아가라고 해도 '나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사명감을 불태우던 후배였다"며 "모든 전공의들이 다 돌아오지 않는대도 이 후배만은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이 사직 전공의는 의업을 아예 그만둘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대동맥환자 진단을 못해도 처벌받거나 억대 배상을 해야 하는데, 긴박한 상황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무서워서' 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다. 곽재건 교수가 '흉부외과에는 너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붙잡아봐도 소용없었다는 전언이다.
패널로 참석한 조강희 서울대병원 사직전공의는 의료사고로 기소될 확률이 한 자릿수라고 해도 젊은 의사의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의료행위를 한두번이 아니라 평생을 수도 없이 하는 입장에서는 100%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경쟁을 벌이던 소아청소년과가 2017년 이대목동병원 사건으로 소멸까지 간 것을 대표적 예로 들기도 했다.
의료배상보험에 대해서도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소송 위험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라, 보험체계에 국가지원이 없고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라며 "외과 의사 기준 연 1200만원을 내야 하는데, 10억이 넘는 배상이 나오면 차액을 본인이 변제하고 파산하지 않겠느냐. 결국 개개인 의사로서는 위험한 필수의료를 전공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