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첫 실행방안 발표 앞두고 과제 선별
진료면허 도입 등 논의 방향 재확인...보건의료 직역간 업무범위 재설정도
사과법 대신 의료사고 소통법...의료사고 발생시 의사 설명 법제화 '골자'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진료(개원)면허 도입 계획을 재확인했다. 의료사고 발생시 의사의 설명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의료사고 소통법(환자소통법/disclosure law)'도 전면에 내세우며, 법제화 의지를 공식화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정부는 이날 그간 의료인력 전문위원회 논의 결과를 발표하며 "임상수련 강화와 연계해 (가칭)진료면허 도입을 검토하고, 협업 강화를 위한 직역 간 합리적 업무범위를 설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 진료(개원)면허 도입 계획을 재확인한 셈이다.
정부는 당해연도 의사면허 발급 후 바로 일반의로 근무하는 의사의 비율이 2013년 12%에서 2021년 16%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밝히면서, 진료(개원)면허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의료법 제정 당시 면허체계가 지속되고 있으며, 독립적 진료역량을 담보하는 노력이 미흡했다"는 설명과 함께다.
보건의료직역간 업무범위 재설정과 관련해서는 "직역간 업무 분담, 장소 제한 등 비효적이고 낡은 인력 운영 시스템이 여전하다"고 그 당위성을 강조했다.
정부의 진료(개원)면허 검토 계획에 의료계는 우려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어 "개원면허를 도입하면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 교육이나 실습 등을 이수해야 하는 기간이 기존 6년에서 더욱 길어지게 되며 현행 의사면허 제도를 바탕으로 정리돼 있는 일반의, 전공의, 전문의, 전임의 제도 및 병원 운영체계 등이 모두 어긋나게 돼 의료체계 및 질서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장시간 고강도 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전공의의 수련 기간이 지금보다 늘어난다면 저임금 노동력을 원하는 정부와 일부 병원장에게만 좋은 일"이라고 꼬집은 의협은 "의사가 부족하니 늘리자더니 오히려 개원을 어렵게 해 남아있는 전공의마저 현장을 떠나게 만들려한다. 개원면허제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이날 의료사고 설명 법제화 추진 계획도 재확인했다. 이른바 의료사고 소통법 제정이다. 해외의 경우 의료사고 소통법을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월 평균 소송건수와 소송 비용이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다.
의개특위는 의료사고 분쟁시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온 바 있다. 당초 '사과법(Apology law)'이 그 대표격으로 거론됐는데, 의료계의 반발이 일자 의료사고 소통법으로 그 모형을 구체화했다.
의료사고 소통법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환자와 보호자 등에 자발적으로 그 사건을 설명하고, 공감과 유감을 전하며 사건 조사를 약속하고 ▲사건의 원인이 의료오류임이 밝혀지면 사과하며 ▲오류로 인해 환자가 입은 위해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고 ▲비슷한 유형의 사건 재발을 방지하는 약속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의료사고 발생시 의료진의 설명과 유감표명 등을 의무화하는 통상 알려진 사과법의 프로세스와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정부의 사과법 도입 계획에 의료계는 "국내 의료 및 사법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료진의 사과를 강제화하면 의사-환자간 분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며 제도 도입에 반대해왔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은 법적 분쟁 우려로 유감 표시와 설명 등에 소극적이며 환자는 충분한 소통 부재로 의료진에 대한 불신과 감정이 악화되어 민·형사 고발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의사-환자간 소통과 신뢰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2일 의개특위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 주최로 공개 토론회를 열고 의료사고 설명 법제화 방안 등 그간의 논의 내용을 일반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