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사직' 배대환 교수에 물었다 "시간을 돌린다면?"

'의대 증원 사직' 배대환 교수에 물었다 "시간을 돌린다면?"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08.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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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의료정책, 한 명이라도 더 알려야 한다고 봤다"
필수의료패키지, 지역 의료 말살 "충청지역 의료 붕괴 가속화 예상"

배대환 전 충북의대(<span class='searchWord'>심장내과</span>) 교수 [사진 출=배대환 교수 개인 SNS] ⓒ의협신문
배대환 전 충북의대(심장내과) 교수 [사진 출처=배대환 교수 개인 SNS] ⓒ의협신문

정부의 무리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사직을 택한 의대 교수들이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지난 2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국립대 병원 교수 사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 국립대병원 전체 교수 4065명 중 223명이 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 동안에는 4134명 중 280명이 사직했는데, 상반기에 이미 작년 한 해 규모 사직률을 기록한 것이다.

의대 증원 사태를 이유로 의대 교수 중 두 번째 공개 사직글을 올려 주목받았던 배대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역시 그 중 한 명. 배대환 교수는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표한지 4개월 여만인 7월 31일 교직을 떠났다.

그가 공개사직 의사를 표했을 때는 3월. 정부의 의사 '악마화' 여론전이 한창이던 때였다. 악화된 여론 속 쉽지 않은 결정을 했던 그는 "말도 안 되게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의료정책을 한 명이라도 더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공개적으로 의향을 밝히게 된 이유를 전했다.

결정적인 사직 결정 계기로는 5배에 달했던 충북대학교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를 꼽았다. 충북대는 당시 49명이었던 의대 신입생 정원을 250명으로 증원하겠다고 했다.

배 교수는 "한 번에 5배 이상 증원을 하는 것은 도저히 의과대학 교육 진행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면서 "이러한 환경에서 대학병원에서 교육 및 진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해 주목을 받은 배장환 전 충북의대 교수와의 친족설(?)에 대해선 "대학교때부터 가르쳐주신 은사님"이라고 밝혔다.

가치기반 지불제도 등 필수의료패키지로 인해 지방 의료가 "말살될 것"이라고 단언한 그는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같은 과를 선택할 건지 묻는 질의에 "그렇다"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일문일답]
Q. 의대 교수로는 두 번째로 공개 사직 의향을 밝혔다. 당시는 지금보다도 의사에 대한 여론이 더 악화하던 때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공개적으로 의향을 밝히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공개 사직을 개인 SNS에서 올렸다. 결정적 계기는 충북대학교 총장의 실현 불가능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있다. 충북대학교병원은 현재 입학정원 49명인데 그 당시에는 250명으로 증원하겠다고 했다. 당시 교육부 소속 전임교원이 아닌 병원 소속 임상교원이지만 의과대학 강사로 학생 교육 및 실습을 같이 담당하고 있었다. 
 현재 정원의 1∼20% 증원을 해도 기초 과목인 해부학, 병리학 수업 및 실습 때 필요한 여러 기자재 문제부터 병원 임상실습에 있어서도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한 번에 5배 이상 증원을 하는 것은 도저히 의과대학 교육 진행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런 환경에서 대학병원에서 교육 및 진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사직을 결정했다. 
 사실 여론은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다. 말도 안되게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는 의료정책이 한명이라도 더 알려야겠다고 생각해 공개적으로 의향을 밝히게 되었다. 

Q. 공개 사직 의향을 밝힌 3월 이후 5달의 시간이 흘렀다. 사직 수리에 시간이 좀 걸린 것 같은데, 다른 이유가 있는지?

→처음 사직서를 병원에 제출했을 때 많은 선생님들의 반대가 있었다. 바로 다음날 제가 진료했던 환자분께서 글을 남겨주신 것으로 인해 대학병원에 남아 있어야 겠다는 힘을 얻기도 했다. 저 스스로도 대학병원에서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미련과 학생 및 전공의들과 머지 않아 같이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 첫 사직서 반려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희망도, 미래도 남지 않은 직장이 됐다고 생각해 다시 사직서를 작성해 사직 수리가 됐다.

Q. 사직 수리 이후, 남긴 메시지에서 모교에 대한 여전한 애정과 전공과목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쉬운지?

→이젠 다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은 이제 거의 없다. 원래 지나간 일에 큰 미련을 가지지 않는다. 매일매일 생과사를 오가는 현장에서 진료를 하는 의료진들이 과거에 미련을 가지게 되면 앞으로 봐야 할 환자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대한 과거에 미련을 가지지 않으려고 하고 나 또한 그렇다.
 다만 대학교에 입학해 큰 꿈을 가지고 있었을 의과대학생, 졸업 후 본인의 진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어야 할 전공의 선생님들이 정부와 보건복지부의 그릇된 정책으로 인하여 허비되고 있는 시간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Q. 사직의 변에서 간단하게 언급했지만, 모두가 기피한다는 필수과, 심장내과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 계기를 말해본다면?

심장내과를 선택한 계기는 학생 때 가장 재미있게 공부했던 과목이기 때문이다. 또 내과 과목 중 진단이 가장 쉬운 과목이라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장기이기 때문에 내과 질환 중 진단이 가장 쉬운 분야가 심장 질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는 치료하면서 오는 만족감 또한 일을 지속하는데 많은 영향을 줬다.
 물론 사망률이 높은 질환군이기 때문에 사망하는 환자분도 많다. 하지만 환자, 보호자와 같이 고생해 치료 후 퇴원해 외래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생활하는 환자분들을 봤을 때의 만족감은…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공개 사직 의사를 밝히신 이후, 의대생·의료인 커뮤니티인 대나무숲에 교수님이 생명의 은인이라고 밝힌 환자의 사연이 제보돼 화제가 됐다. 혹시 기억에 남는 환자였나? 사연을 듣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

→당연히 기억에 남는 환자이다. 그 기사를 보자마자 현재 환자를 보고 계시는 담당교수님께 연락드렸던 것이 기억에 난다. 개인 SNS에 사직의 변을 올릴 때에는 총장의 말도 안 되는 소리에 굉장히 자존감이 떨어졌는데 환자분께서 남겨준 글을 보고 다시 힘을 얻는 계기가 됐다.

Q. 또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진료 보던 환자분들께는 이직하게 될 병원이 어디인지 말씀을 드렸다. 그 중에서 저를 믿고 먼거리인데도 불구하고 이직하는 병원으로 같이 오시겠다는 환자분들이 계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Q.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같은 학교·같은 과를 선택할 건가?

→같은 과는 선택했을 것 같다. 하지만 같은 학교는 잘 모르겠다. 
 사실 청주는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할 때 처음 와봤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학교를 결정하라면 수능점수 또는 수시 결과에 맞춰서 대학을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

Q. 이번 의료사태로 인해 지방·필수의료의 붕괴가 가속화될 거라는 진단이 쏟아진다. 교수님이 보기에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

→지방의 의료는 말살될 것이다. 심장내과를 예로 들면 이미 강원도 영동지방은 작년부터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응급중재술을 '24시간·7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다. 최소 100km, 길게는 200km 이상 구급차를 타고 대관령을 넘어와서 원주, 춘천에서 시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충청북도도 수년 전부터 충주에서 발생하는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응급중재술을 '24시간·7일' 하기 어려워 50km 이상 구급차를 타고 청주까지 이송돼 응급중재술을 하게 된다.

Q. 특히 가치기반 지불제도에 대해 우려점을 밝혔다. 현장에서 느낀 구체적인 우려 지점을 짚어달라.

→급성기 질환은 시간이 생명이기 때문에 이송거리가 멀면 멀수록 환자의 사망률이 증가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필수의료 패키지에 포함된 가치기반 지불제도를 시행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이송거리가 짧은 수도권에서 사망률이 더 낮기 때문에 가치기반 지불제도에서 더 높은 인센티브를 받게 될 것이다. 지방의 거점 대학병원은 사망률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지면서 가치기반 지불제도의 희생양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지방의 응급 진료는 점점 더 약화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충청지역에서의 의료 붕괴가 앞으로 가속화 될 것으로 본다. 영·호남 지방은 수도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충청지역은 그렇지 않다. 이는 환자 뿐만이 아니고 의료진도 마찬가지이다. 응급진료는 가치기반 지불제도에 의해 약화되고, 암, 희귀질환 등의 고난도 질환을 책임질 의료진해 다학제 진료가 수월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환자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게 되면 그 지역의 의료범위는 점점 축소되면서 의료 공동화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이미 충청지역 대학병원에 있는 의사들이 몸소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최근 의료 사태로 인해 수도권에서도 다학제진료가 어렵다는 호소가 있다. 지방의 경우, 이런 경험을 먼저 겪고 있었다고 들었다.

→물론이다. 여러 번 강조해서 이야기하지만 다학제 진료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이다. 
 제 경험을 예로 들면, 펠로우 수련을 받았던 서울의 빅5 병원에서 약 10명의 교수님들이 나눠서 진료보는 진료과목을 지방에서는 저 혼자서 진료를 보는 식이다. 한 명의 의료진이 봐야 할 환자 군이 많기 때문에 여러 다학제에 시간을 쪼개서 참석하기도 어렵다. 이는 나 뿐만이 아니고 지방의 의료진이 느끼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많은 질병군을 맡아서 보게 되면 생기는 또 다른 문제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거다. 이는 다시 연구에 있어서 뒤쳐질 수 밖에 없도록 한다. 이런 차이들이 점점 더 심해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필수의료패키지가 그 방점을 찍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Q. 필수·지방의료를 책임지던 분이시다. 향후 거처를 정하셨나?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은 필수의료라는 용어는 매우 싫어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의료에 필수, 비필수라는 것은 없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현대의학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질 수 없다. 의료행위를 하는 모든 과들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만 치료가 될 수 있다. 필수의료·비필수의료를 구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향후 거처는 결정됐다. 9월부터 근무 예정이지만 아직 거처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공한 분야를 잘 살릴 수 있는 곳으로 결정했다. 여러 번 개인 SNS에 남겼지만 현재 지방의 여러 선생님들이 사직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에서 제가 전공한 분야를 살리고 다학제적 접근을 하는 의료를 유지하기 더더욱 어려워 지는 현실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이 가능한 곳으로 이직할 예정이다. 

[사진=배대환 교수 개인 SNS] ⓒ의협신문
[사진=배대환 교수 개인 SNS] ⓒ의협신문

Q. 최근 국회 청문회 참고인으로 참석해 화제를 모은 배장환 전 충북의대 교수님과 이름이 비슷하다. 친족관계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어떤 사이인지?

→ 많은 분들이 친척이나 가족 관계인지 물어본다. 전혀 그런 관계가 이나다. 대학교때부터 가르쳐주신 은사님이다.

Q. 마지막으로 정부 측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미 2024년 2월 이전의 의료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대학병원의 의료진 사직은 이제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 훨씬 더 많은 대학병원 의료진들이 종합병원, 개인의원 취직 및 개원 또는 외국으로의 이민을 준비중이기 때문에 대학병원의 붕괴는 시간 문제일 뿐이다. 1개 년차 의사 공백은 확정적이 됐기 때문에 의료계 전체 붕괴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 정부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정부가 원하는 의료개혁을 꼭 완수하시길 바란다.
 다만, 의료개혁이 완수하는 날 더 황폐해져 버린 대한민국 의료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지길 바란다. 여태까지 실패한 의료정책을 책임진 정부 관계자 또는 보건복지부 고위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 아무렇게나 머릿속으로 정책을 짜내도 나중에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정책이라고 이야기 하는지 모르겠다. 의약분업으로 인해 악화된 건보재정은 누가 책임지고 있나? 이제는 없어져버린 의전원제도를 만든 사람은 누가 책임지고 있나? 이런 무책임함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에는 반드시 그 책임을 반드시 지도록 의료계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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