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껌 씹기, 수술 후 구토 예방에 '효과'

수술 '전' 껌 씹기, 수술 후 구토 예방에 '효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4.08.26 11:26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현정·채민석 가톨릭의대 교수팀, 오심·구토 감소 비약물 접근법 제시
수술 중 시야확보 위해 복강내 이산화탄소 주입 최소침습수술 활성화 
수술 전 15분 껌 씹은 실험군, 수술 후 구토방지제 투여 비율 낮아

수술 전 껌을 씹는 간단한 처방으로 수술 후 자주 발생하는 흔한 합병증인 메스꺼움과 구토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전체 수술 환자 중 약 30%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술 후 오심 및 구토감(PONV·Postoperative Nausea and Vomitting)은 환자들의 회복을 더디게 하고 치료 비용을 높이는 원인이다. 최근 좁은 수술공간의 시야 확보를 위해 수술 중 복강 내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최소침습수술이 증가하면서 PONV 증상으로 괴로워 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고현정(교신저자)·채민석(제1저자)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 연구팀이 양성 난소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로봇 보조 복강경 수술을 받은 여성환자 88명을 분석한 결과, 수술 직전 15분간 무설탕 껌을 씹은 그룹 44명에서는 부작용 없이 항구토제의 필요성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Medicina> 최근호에 게재됐다.

수술 후 발생되는 오심과 구토는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합병증은 아니지만, 흔하게 발생하는 괴롭고 불쾌한 증상이다. 임상 위험인자(여성, 흡연자, 멀미 경험이 있는 환자)가 있는 경우에서는 그 비율이 70% 이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위험인자가 하나라도 있는 환자들에게는 항구토제 처방이나 프로포폴을 활용한 마취를 비롯한 다양한 예방적 조치가 권장된다. 

이런 구토감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에는 약물적인 방식 외에도 다양한 비약물적인 개입도 포함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껌 씹기'다. 의학계에서 권위가 높은 코크란 리뷰(Cochrane Review)를 비롯 여러 메타 연구에 따르면, 수술 후 껌 씹기는 위장관 운동을 증가시켜 장 꼬임을 방지하고 회복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음이 인정돼 왔다.

■ 껌은 씹지 않은 그룹과 씹은 그룹간 차이점.
■ 껌은 씹지 않은 그룹과 씹은 그룹간 차이점.

연구팀은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이뤄진 수술 '후' 껌 씹기가 아닌, 수술 '전' 껌 씹기의 효능을 평가했다. 무작위 배정을 통해 실험군(수술 전 껌을 씹은 그룹)과 대조군(수술 전 껌을 씹지 않은 그룹)으로 분류된 연구 참여자들은 수술 직전 통제된 환경 하에 15분간 무설탕 껌을 씹었으며, 수술 후 결과를 평가하는 모든 의료진은 그룹 할당을 알지 못하는 '전향적 단일 맹검 무작위 대조 시험'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연구를 통해 수술 전 껌 씹기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

수술 전 껌을 씹지 않은 그룹과 껌을 씹은 그룹을 비교했을 때, 껌을 씹은 환자들 중 구토방지제가 필요 없는 비율(20.5%·9명)이 안 씹은 환자(4.5%·2명)보다 높았으며, 심각한 구토 후유증으로 인한 2차 치료제 투여 비율은 껍을 씹은 군(47.7%·21명)이 씹지 않은 군(84.1%·37명)보다 크게 낮았다.

미국마취학회(ASA)는 지난 2014년 연례회의를 통해 수술 전 금식 기간에 껌을 씹는 것이 수술 후 합병증을 증가시키지 않고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또 2023년에는 '수술 전 단식을 위한 진료지침' 개정판을 통해 건강한 성인이 수술 전 껌을 씹더라도 수술을 연기할 필요가 없으며, 특별히 흡인성 폐렴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현정 교수는 "최소침습수술인 로봇 및 복강경 수술은 많은 이점을 갖고 있지만, 복강 내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수술 방식으로 인해 환자들이 구토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이 문제를 비약물적 개입으로 경감하는 게 연구의 주안점"이라며 "수술 전 금식기간에 환자 자의적으로 껌을 씹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는 아직까지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의료진에 의해 잘 통제된 환경에서 계획적으로 껌을 씹는 것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다양한 후속연구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