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급증·재정 위기·과도한 의료이용 등 장기계획 필요
서울의대교수비대위 27일 의견서 발표 "정책 결정 투명해야"
우리나라 의료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의료소비자·공급자·정부가 함께 참여, 바람직한 의료 시스템의 모습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특히 급증하는 의료 비용과 고갈되는 국민건강보험 재정, 무너진 의료전달체계와 과도한 의료이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교수비대위·위원장 강희경 교수)는 27일 발표한 '일차의료와 지역의료 문제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정부는 의료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로드맵을 우선 제시하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의대교수비대위는 27일 발표한 의견서를 통해 "의료 정책과 같이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은 다양한 의견 개진과 토론을 기반으로 한 투명한 결정이 필요하다"면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그 산하 회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료 수가 협상 회의 등 중요한 의사 결정 기구 회의는 생중계나 속기록을 통해 공개하라"고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도 요구했다.
서울의대교수비대위는 지난 8월 9일 '일차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 주제 토론회에서 내부 논의를 통해 의견서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일차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의료수가와 보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대교수비대위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지역의료가 살아나기는 어렵다"면서 "지역의료 인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역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적정 규모의 환자, 함께 일하는 의료팀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제시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지역의사 제도·공공임상교수 제도·공중보건의사 활용 등도 지역의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만족하며 일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과 함께 논의될 때 의미가 있다"고 밝힌 서울의대교수비대위는 " 일차의료와 지역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 의료수가와 보상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의대 교수비대위는 "일차의료 담당 의료진과 환자 간 지속적인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는 유연한 등록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 돌봄을 포함한 포괄적 서비스를 위한 팀 기반 의료, 상급의료기관·지역사회와의 연계와 협력을 용이하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차의료와 지역의료 발전을 위해 의료전달체계 정립은 필수"라고 강조한 서울의대교수비대위는 "지역 1, 2차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 지역의료기관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간의 역할이 나뉘어야 한다"면서 "상급종합병원과 1, 2차 의료기관 간의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핵심은 1, 2차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와 사회적 인식 제고라는 점도 짚었다.
"의료소비자가 우선 지역 1, 2차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상급종합병원 치료 이후 1, 2차 의료기관으로 회송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밝힌 서울의대교수비대위는 "1, 2차 의료기관은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는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提高)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이익을 위해 지역 공공의료기관과 지역의대를 설립한다거나 제대로 된 운영을 하지 않는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서울의대교수비대위는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지방자치단체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지역의 필요를 기반으로 지역보건의료 계획을 수립하고 책임감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수련 과정에서 일차의료와 지역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과대학과 수련병원의 교육, 수련 과정에서 일차의료와 지역의료에 대한 내용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서울의대교수비대위는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포괄적 진료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육, 수련 과정에 지역사회와 지역의료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