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벗어나 워라밸 보장되는 개원가, 수요 높은 해외진출에 눈길 쏠려
응급의학과 '폐과'할 판…수련포기율·개원율 모두 10%↑ "사실상 전멸"
2024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는 한국 응급의료가 종말에 가까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End game', 'High risk law return'를 제하로 열렸다. 이에 따라 응급의학의사들의 국내 개원가와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세션이 성황을 이뤘다.
30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는 응급의학과 선배 의사들과 함께 의원을 운영하는 김태훈 원장(쌍용메디컬의원)의 '개원팁'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
김태훈 원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살아가고 싶었다"며 "응급실에 취객이나 폭력은 일상적인 걸 다들 아실 거다. 병원에서 경비원을 고용할 돈이 없다는 탓에 직접 폭력을 휘두르는 취객을 제압하고, 호신용 스프레이 건을 쏘고, 그러다 특수폭행으로 고소당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때 사표를 쓰지 못했던 것은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헌신하면서 감사를 들으니 내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에 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응급실 근무로 인한 건강문제도 짚었다. 한쪽 눈에 물이 차 야간당직을 못하게 됐는데, 그것만으로도 눈이 어떤 수술이나 시술도 없이 일상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됐다는 것이다.
김태훈 원장은 "진작 정신차리고 사표를 쓰지 못했던 건 '바이탈뽕'때문이었다. 응급의학의사들의 바이탈 중독이 정말 심각하다"며 "응급의학과 의사도 개원이라는 길이 있다"고 누차 강조했다.
개원을 준비하는 응급의학 의사들을 향해 "응급의학의사는 팀 단위 및 야간·주말 근무에 익숙하고 술에 취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환자에게도 익숙하며, 과 이미지도 좋다. 개원하면 외래진료에서 여러 강점이 있다"고 조언했다.
"나는 응급의학 의사 선배들이 모여 운영하는 365일 의원에 합류했는데, 서로 성향이 맞고 공감하는 응급의학과끼리 공동개원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호주, 캐나다, 미국 진출로 구성된 해외 진출 세션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응급의학의사회 차원에서 젊은 응급의학 의사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젊은 응급의학 의사들을 해외로 보내려 한다. 그 과정에서 협회 차원에서 조율할 부분은 조율하고,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모색할 것"이라며 "나부터도 기회가 되면 해외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학과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해 서로 데려가려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양질의 수련을 받은 의사들은 해외에 진출하면 정말 많은 기회가 있다"며 "전 세계 어디에서나 수요가 많은 응급의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처우가 이토록 열악한 것에 해외에서도 놀라더라"고 전했다.
응급의학과의 '폐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학과, 정말 폐과해야한다"며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는 사실상 전멸이라고 밝혔다.
군사학적 의미에서 전멸이란 전원 사망만이 아닌 전투능력상실을 의미한다. 30% 이상이 전투 속행이 불가능한 상태 혹은 10%의 손실로 전의를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전공의 사직 이전에도 수련 중도포기율이 10% 이상, 응급의학과 전문의 중 개원율이 10% 이상이었기에 '전멸'이라 하기 부족함이 없다는 설명이다.
군 복무중에 휴가를 쓰고 학술대회에 참석했다는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군에 갔더니 오히려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지인으로부터 많이 듣는다. 격무에 시달려야 하는 환경 때문에 응급실 탈출을 고민하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오늘 선배들의 소송 경험담을 듣다보니 더욱 응급실을 피해야겠다는 확신이 든다. 탈출구를 모색하기 위해 오늘 학술대회에 참가했고, 개원 관련 정보를 한창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