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대 찾아 단식 중인 교수들 보고 안타까움에...
충북의대·강원의대·고려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삭발 직후 단식에 들어가자, 마찬가지로 단식 후 회복 중이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단식현장을 찾았다. 충북의대 강의실을 직접 둘러보고 교수 비대위원장, 학장을 만난 임현택 회장은 200명으로 증원되는 충북의대의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했다.
채희복 충북의대 비대위원장, 김충효 강원의대 비대위원장, 박평재 고려의대 비대위원장은 2025년도 의대 증원에 항의하며 9일 오후 삭발을 단행했다. 수시 원서접수가 이뤄지는 9일부터 13일까지 충북의대 본관 첨단강의실에 모여 단식을 이어간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10일 충북의대를 방문해, 단식 중에도 오전 진료를 마치고 온 채희복 충북의대 비대위원장을 만났다. 다른 두 교수는 마찬가지로 환자 진료를 위해 오후까지는 각각 강원대병원과 고대구로병원에 돌아간 상태였다.
임현택 회장은 교수들의 건강을 특히 우려했다. 지난달 31일 단식 중 건강 악화로 응급실에 실려간 바 있는 임 회장은 "단식을 하면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 아직도 후유증이 있다"며 "물과 소금을 계속해서 드시라"고 거듭 강조했다.
채희복 비대위원장은 삭발과 단식을 단행한 경위를 "수시 접수를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수시 원서접수가 완료되면 올해 증원분까지 총 4500명의 의대 정원과, 그 배 이상은 될 지원자들의 혼란을 우려해서라도 증원 철회가 사실상 불가해진다는 것이다.
채희복 비대위원장은 "할 만큼 한다는 생각으로 매일같이 피켓시위도 하고 했는데(소용없더라). 우리(교수)들이야 상관없는데,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무형의 손실은 어디서 보상받느냐"며 "계속해서 이어져 온 대한민국의 의학발전 동력도 사라졌다"고 비관했다.
함께 단식장을 찾은 양승덕 충북의사회장은 "충북의대는 내가 공부하고 졸업했던 곳"이라며 "충북의대가 서남의대 다음가는 부실의대가 될 거란 말이 나오니 졸업생으로서 속이 끓는다"고 분개했다. "200명 증원되는 것이 자랑이라기보다는 치부인데, 이 일로 (충북의대가) 널리 알려져 안타깝다"고도 했다.
충북의대 강의실을 둘러본 임현택 회장은 200명을 수용해야 할, 56석의 본과 1학년 강의실을 보고 "(증원은)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해당 강의실에 실제로 200명을 앉혀보는 등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제안하기도 했다.
김혜영 충북의대 학장은 "이렇게까지 많이 증원되리라곤 생각 못 해 모든 교수가 (증원을) 준비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신축건물을 세워준다는데, 건물과 시설이 들어오는 것만 해도 시간이 걸리니 그 계획대로 잘 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2학기가 되면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거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는데, 학생들과 면담해 보면 현 상황에서는 돌아올 의지가 없단 게 확인된다"며 "이제는 과연 내년에는 돌아올 수 있을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