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보건복지부, 의학교육 여건 개선 투자방안 발표...2030년까지 장기 계획
용산발 '의대증원 추가조정 가능성'엔 "그때가서 판단해 대응하겠다" 황당 답변
재정투입 계획은 있으나 정책 청사진은 없다?...오락가락 행보로 불확실성 키워
정부가 2030년까지 5조원 이상의 투자를 추진해 지역·필수의료체계 확립을 위한 의료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대통령실이 이른바 의료사태 절충안으로 "2026년 의대 정원은 원점(제로베이스)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힌 와중에 나온 발표다.
향후 증원 규모 조정으로 추가증원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계획대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냐는 물음에, 교육부는 "그때가서 잘 판단해서 대응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10일 합동 브리핑을 갖고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위해 2030년까지 5조원 이상의 투자를 추진해 지역·필수의료체계 확립을 위한 의료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지원방안은 ▲의대 교원·시설·교육 기자재 확충 ▲의대 교육과정 혁신 ▲지역·필수의료 및 의학연구 거점기관 육성 등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를 통한 인력 양성 등 크게 4가지다.
정부는 일단 강의실과 실험·실습실 등 교육기본시설을 우선해 학생 교육 공간을 신속히 확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내년 신입생 모집 전까지는 기존 의대 시설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건물 신축 등 큰 규모 공사는 내년부터 설계·시공을 진행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기자재는 교육 단계에 따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확충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초의학 실습실과 TBL실/PBL실(모둠학습/문제기반학습) 등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CPX실(진료수행)과 OSCE실(임상술기)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만든다.
국립대 의대 전임교원을 2027년까지 3년간 1000명 증원한다는 계획도 재확인했다. 각 대학의 학생 증원규모 등 교육여건과 지역의 의료여건 등을 고려해 2025년 330명, 2026년 400명, 2027년 270명을 단계적으로 증원하겠다고 했다.
원할한 교수 채용을 위해 시니어의사를 활용한다거나, 교육용 시신을 병원과 대학이 돌려쓸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밖에 학생과 전공의들이 모의실습 중심의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2028년까지 모든 국립대병원에 임상교육훈련센터를 건립하고, 17개 권역 책임의료기관의 수술실과 중환자실 등 시설·장비 첨단화를 위한 재정투자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인력양성과 관련해서는 수도권-비수도권 전공의 비율을 2025년 5:5로 조정하고,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계약형 필수의사제를 도입한다는 계획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4개 지역·8개 진료과·전문의 96명을 대상으로 월 400만원의 지역 근무수당을 지원한다는 사업모형도 밝혔다.
정부는 계획 이행을 위해 2030년까지 교육부에서 2조원, 보건복지부 3조원을 각각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내년 정부안에 반영된 관련 예산은 교육부 6062억원, 보건복지부 5579억원이다.
한편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의대정원 추가 조정 변수'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는데, 정부는 마땅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무려 7년간 국가재정 5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장기 계획이지만, 정부 스스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불확실성을 키워둔 탓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2025년은 물론 2026년도 증원도 이미 확정됐다'던 주장을 접고, "2026년 증원은 제로베이스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2026년 이후 증원 계획은 현재로서 '시계제로'. 재정투입 계획은 존재하지만 정책 청사진은 없는 초유의 상황이다.
교육부는 '향후 논의를 거쳐 추가 증원이 되지 않더라도, 5조원이 변동 없이 투자되는 것이냐'는 질의에 "그런 상황은 그때가서 저희들이 잘 판단해서 대응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의대 증원과 관련해 현장의 가장 큰 우려는 의대 교육 여건과 교육의 질 저하였다"면서 "이에 정부 지원을 투입하겠다는 약속을 드렸고, 오늘 이 발표는 그 약속의 이행 과정"이라고 밝혔다.
"지금 시점에서 (향후 정원조정과 그에 따른 재정투입 계획 변화에 대한) 즉답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한 최 실장은 "계획은 이대로 준비를 해 나가야 되는 것이고, 증원에 변화가 있을 때에는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잘 살펴서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될지 판단을 하겠다. 어떤 경우에도 교육의 질이 담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