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나면 끝? "응급의료도 의료진도 붕괴…남은 건 악화 뿐"

추석 지나면 끝? "응급의료도 의료진도 붕괴…남은 건 악화 뿐"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9.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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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①]전공의-의대생 '공백' 파장 아직 안끝났다...응급실 위기 ing
진료불가능메시지, 오히려 늘기만…병상 포화 위기, 마이너스 병상도
골절, 디스크, 유산까지…"응급의료 번아웃·이탈 심각, 해결될 희망 안 보여"

[기획]전공의-의대생 '공백' 파장 아직 안끝났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를 떠난 지 8개월째. 이들의 공백은 의료대란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추석 연휴 전후 2주를 '비상응급 대응 주간'으로 설정하고 응급의료대란 위기를 예의주시했다. 그러고는 걱정하던 '대란'이 없었다고 자화자찬하며 의료계를 또 다른 방식으로 압박하고 있다. 추석은 지나갔지만 전공의와 학생의 공백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의협신문]은 진료, 교육 영역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의 '공백' 여파를 짚어봤다.

[상]응급실 공백_비상응급주간 종료, 응급실 공백은 ing
[중]중증진료 공백_수술실, 중환자실 연쇄 위기 코앞
[하]교육 공백_2024년 교육 날아갔다 휴학 인정만이 답?

25일 기준 <span class='searchWord'>응급의료</span> 상황판 갈무리.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기능이 중단된 전국 응급실의 '진료불가' 메시지는 추석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사진=<span class='searchWord'>응급의료</span>종합상황판 갈무리] ⓒ의협신문
25일 기준 응급의료 상황판 갈무리.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기능이 중단된 전국 응급실의 '진료불가' 메시지는 추석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사진=응급의료종합상황판 갈무리] ⓒ의협신문

정부가 추석연휴 동안 응급의료체계에 큰 혼란이 없었다는 자찬과 함께 26일부로 '비상응급대응주간'을 해제했지만, 현장에서는 응급의료 위기가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상응급대응주간 마지막 날이었던 25일 오후, 전국응급실 종합상황판에 띄워진 진료불가메세지는 추석이 지났다고 사라지지 않았다. 추석 이전인 3일의 상황판과 비교했을 때,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진료불가 메시지 수는 변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은 마이너스 병상을 띄웠다. 응급실 병상이 수용인원 이상의 과포화 상태인 것이다. 

대구지역 응급실에서도 마이너스 병상이 나왔다. 하나같이 10개 이상의 응급진료불가 또는 환자수용불가 메시지를 띄웠고, 계명대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은 20개에 달하기도 했다.

전국 응급실 일반병상 가동률은 수도권, 전라권, 대구, 부산 등 지역에서 50%를 넘기고, 부산에서는 80%를 넘겨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정부는 전국 응급의료기관 409곳 중 단 1.2%인 5곳만이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거듭 피력해 왔지만,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응급실들도 실상은 기능이 상당히 제한된 채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진료메세지의 상당수가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수용곤란을 고지하고 있었다.

ⓒ의협신문
서울에서는 빅5 병원을 중심으로 응급실 병상 포화가 나타났고, 서울과 대구에서 포화를 나타내는 마이너스 병상이 기록됐다. 이외에도 수도권과 전라지역, 대구와 부산 지역이 응급실 포화 위기로 나타났다. [사진=응급의료종합상황판, 응급의료모니터링시스템 갈무리] ⓒ의협신문

실제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에 따르면 응급의료진의 업무부담은 심각하다.

전의교협이 9일과 10일 양일간 전국응급실 중 53곳을 조사한 결과, 32.1%(17곳)에서는 의사 한 명이 혼자서 당직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였다. 추석 연휴 기간인 13일부터 20일까지 이뤄진 조사에서는 48시간 이상 근무한 이들은 89명 중 28명으로 31.5%였고, 심지어는 64시간 이상 근무했다(10.1%)거나 104시간 이상 근무한 이들(3.3%)도 있었다. 

25일, 충북 지역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은 10월부터 매주 수요일 응급실 야간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현장 응급의료진들은 응급실과 배후진료 교수들의 탈진과 이탈로 이 같은 응급실 기능 축소가 가속할 것으로 봤다.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를 맡고 있는 이경원 교수(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는 "과도한 업무로 인해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다리 골절, 손가락 골절 등 많은 동료 교수들이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유산한 여교수도 있다"며 "모두 다시 응급실로 나와 밤샘 당직을 서며 환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자칫 추석 이후에는 응급의료 위기가 아니라는 인식이 생길까 걱정"이라며 "연말로 갈수록 응급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경원 교수는 "의료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응급의료진의 피로도가 많이 누적된 상황이다. 또 응급실 '뺑뺑이' 보도 때문에 심리적 부담감과 무력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의협신문
단국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등 지역 권역응급의료기관의 상황판을 (사진 왼쪽부터)9월 3일자와 9월 25일자로 비교한 표. 수용곤란을 나타내는 메시지가 늘었다. 응급실 의료진은 응급실 기능 축소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봤다. [사진=응급의료종합상황판 갈무리]ⓒ의협신문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젊은 응급의학전문의와 나이 든 교수를 막론하고 응급실을 그만두는 이들이 굉장히 많다. 우리병원도 10월부로 한 명이 또 그만둔다"며 현장의료진의 이탈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2022년 12월과 올해 7월 응급의학전문의가 개원한 의원 수를 비교했을 때, 1년 7개월 만에 149곳에서 192곳으로 29% 증가했다. 

현재 응급의료진의 상태를 '집단 우울증'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이미 힘든 일과 당직에 익숙한 이들로,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단순한 육체적 피로가 아니다"라고 짚은 이형민 회장은 "나아질 거란 기대나 희망이 없다는 것에 체념하고, 의대증원 사태가 있기 전에는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가능하던 배후진료가 이제는 불가능해져 (환자를 살리고 싶어도)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에 좌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응급의료 위기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에는 계절 역시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절기 호흡기질환, 겨울철 심뇌혈관 질환 증가로 응급실 내원 환자가 크게 는다는 것이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통계 중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받지 않은 자료들을 살펴보면, 2017년 9월 응급실 내원은 ▲47만 9105명에서 바로 다음달인 10월 ▲53만 7313명으로 12%이상 증가했다. 12월에는 ▲54만 9075명으로 늘었다. 2018년에도 9월 △54만 549명에서 12월 △56만 2225명으로 느는 등 9월을 기점으로 증가추세를 보인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날이 추워지고 호흡기·심혈관질환이 는다면 노인인구가 많고 인프라는 취약한 지역응급의료가 정말 걱정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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