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아 의원 "한의사만 성분 고지 의무 없어…국민 인식 조사라도 실시해야"
의협, 고려의대 안산병원에 한약 성분 의뢰·분석 결과 제출
조규홍 장관 "전수조사 안 되면 샘플 조사라도…성분 공개 방안 고민할 것"
시중에서 판매 중인 다이어트 한약에 많이 사용되는 마황의 주요 성분인 에페드린이 FDA 허용량의 6배를 초과한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식품·화장품에도 성분 표기가 의무화돼 있는데 반해, 한약은 성분 표기 의무가 없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도 나왔다.
에페드린은 교감신경과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효과로 천식과 두통약으로 사용되는 성분이다. 식욕억제 및 각성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 한약재료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미국 FDA는 에페드린을 전문의약품으로 복용을 허용하고 있고, 최대 허용량으로 150mg/일을 정했다. 에페드린이 고혈압·부정맥·심근경색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 일반의약품이나 건강보조식품에서의 사용도 금지한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명 한의원 23곳의 다이어트 한약 성분 결과를 공개, 총 15곳에서 에페드린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는 대한의사협회가 고려의대 안산병원에 의뢰·분석한 결과다.
한지아 의원은 "일부 한의원에서 FDA 일일 최대 허용량의 6배가 넘게 초과하는 872mg의 에페드린이 함유된 다이어트 한약이 시중에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고 짚었다.
한약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는 지 알 수 없는 현 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한약제제는 약사법 제2조에 따라 조제 의약품으로 정의돼 있다. 조제된 한약을 복용하는 국민들은 자신이 복용하는 한약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모르고 복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지아 의원은 "한의사는 환자에게 한약 체제 성분을 고지할 의무가 없다. 한의원의 자산이라며 성분을 알려 줄 수 없다고 거절한다"면서 "식품과 화장품에서도 성분 표기가 의무화되어 있는데 하물며 의약품인 한약은 성분 표기 의무가 없다는 것은 정책적으로 살펴봐야 된다"고 지적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급여 조제 한약이다 보니까 다른 의약품처럼 전수조사가 얼마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샘플 조사를 통해서라도 전체를 한번 추정할 수 있도록 한번 노력을 해 보겠다"며 "한약의 특성을 감안하되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비급여라 하더라도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다.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한약제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성분 공개 고지의무제도 개선과 관련해 국민 인식 조사라도 꼭 실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 2021년부터 다이어트 한약에 포함된 마황 성분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의협 한특위는 당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천식의 위험성을 전제로 증상이 심각한 경우 에페드린을 1일 150mg 사용할 수 있으나, 이 경우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도록 권고한 것"이라며 "미국 FDA는 다이어트 목적이 아닌, 기관지 확장제 용도의 에페드린 사용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50mg의 용량 역시 일상적으로 복용할 수 있는 용량이 아니라 해당 용량을 써야 할 정도로 증상이 심각할 때에 한해 의사와 상담 하에 사용하도록 했음을 짚고, 다이어트 목적으로 장기간 사용을 권고하고 있는 한약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으로 볼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